김기덕 "성폭력 피해 호소한 A씨 주장, 사실과 달라"PD수첩 "피해 진술을 사실로 믿을 만한 정황 상당해"
  • 배우 조재현과 함께 여배우 다수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세운 이들을 일제히 고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김 감독은 자신을 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던 40대 여배우 A씨를 무고죄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는 한편, 올해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방영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김기덕 강체추행치상 혐의'에 불기소 처분

    앞서 여배우 A씨는 "4년 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고, ▲(대본에 없던) 남자 배우의 성기를 만지는 연기나 ▲베드신 촬영까지 강요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8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해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A씨는 피해를 입은 당시엔 영화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공론화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 측에 관련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12월 7일 김 감독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 A씨의 뺨을 2대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김 감독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다만 강요나 강체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A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검찰이 불기소한 강제추행 치상이나 명예훼손 등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 재기 수사를 촉구하는 항고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감독은 "'강체추행치상' 등의 혐의가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 A씨가 지난 3월 MBC 'PD수첩'에 출연해 자신(김기덕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며 A씨 등 여배우 2명과 방송 제작진 모두를 형사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PD수첩 "법적 다툼 예상..'증거' 확보"

    김 감독이 A씨와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학수 MBC PD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보하는 것만도 힘든 결정이었을텐데, 소송까지 당하게 된 피해 여배우들에게 힘을 달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PD수첩' 제작진의 공식 입장을 게재했다.

    "<PD수첩>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취재결과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진술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방송한 바 있습니다.

    취재 당시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제작진의 충분한 반론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형사고소한데 대해, 제작진은 유감을 밝힙니다.

    차후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합니다."


    'PD수첩' 제작진 중의 한 명인 조성현 MBC PD도 지난 4일 MBC '섹션 TV연예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기덕 감독이 뒤늦게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김기덕 감독 본인은 물론, 대리인에게 반론의 기회를 드렸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김기독 감독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걸 그대로 내보내며 김기덕 감독의 입장도 담으려 했습니다. 그때는 대응을 안 하다가 이제 와 법적 대응을 한다고 하니 그 부분은 안타깝습니다."

     
    조 PD는 "촬영 당시 김기덕 감독은 제작진에게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이 있으면 죄송하다. 피해자의 진심이 느껴지면 피해자의 입장을 그냥 전해달라. 법적인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면서 "이미 제작진은 이같은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제작 과정에서 입수한 내용을 증거로 남겨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