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옥중 편지 공개 "검찰이 사건 뒤집어씌우려는 느낌 강해 목숨 걸고 진실 말한다"
  • ▲ 지난달 19일 김경수 전 의원이 미소를 지으며 국회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19일 김경수 전 의원이 미소를 지으며 국회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17일 옥중에서 변호인을 통해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내왔다. A4 용지 9장, 7000자 분량이다. 그는 편지에서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모든 죄를 저와 경공모에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동원씨는 인사 문제를 언급하며 김경수 전 의원이 자신을 속였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작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 선거를 도운 공으로 '문재인 선대위'에 측근 두 명을 추천했으나 한 명만 들어갔다고 했다. 들어가지 못한 한 명에 대해 김경수 전 의원 측은 작년 9월 오사카 총영사직을 제안했지만 이미 그해 5월 오사카 총영사 내정자는 따로 있었다. 김동원씨는 이를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김경수 전 의원은) 그해 12월 최종적으로 거절 통보를 했는데 결국 7개월 간 나를 속이고 농락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경수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팔 격이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로 전략 공천을 받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김동원씨는 "김경수 의원의 언론 발표대로 제가 '오사카 총영사' 등 자리를 탐해 인사 청탁을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아지자 협박을 하고 난동을 부린 미치광이이자 광팬으로 규정됐으며 여론은 여당의 배신자로 저를 몰아갔다"고 폭로했다.

    최근 들쑥날쑥했던 언론 보도는 김경수 전 의원의 물타기 시나리오와 직결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 누락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인물과 날짜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원씨는 "그때 (문재인 선대위에) 누락됐던 분을 다시 대선 후 '일본 대사'로 추천해 주실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김 의원은 처음엔 말이 없다가 나중에는 대통령과 면식이 없어서 곤란하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이어 "2017년 2월경 나처럼 생각하고 이야기하라면서 소개해준 한OO 보좌관을 통해서 특1급 자리(오사카 총영사 등)에 추천해 줄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전해왔다"고 서술했다.

    김동원씨는 2018년 2월 20일 김경수 전 의원이 본심을 드러냈다고 했다.

    <조선일보>

    드루킹의 편지 - 짓밟힌 자의 마지막 항변 中

    "이들은 그 자리에 보낼 사람을 내정해놓고 저와 경공모를 갖고 놀았던 거였습니다.

    나중에 구속되기 전 마지막으로 김경수를 본 2018년 2월 20일 김경수 의원은 저를 보고 야릇하게 웃으며 '오사카는 너무 커서 안돼'라고 본심을 비로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2017년 12월 28일 김경수 의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때 전화에서 김의원은 오사카는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나가야 해서 안 된다고 하고, 센다이 총영사가 추천 가능하니 센다이는 어떤가?'라고 물었습니다.

    센다이는 오사카 총영사에 비하면 급이 한참 떨어지는 데다가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바로 윗동네라서 외교부에서도 직원들이 가기를 꺼리는 곳인데 거기를 선심 쓰듯이 최종적으로 제안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7개월간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나중에 김경수 등 친문에 의해서 추천·임명된 것으로 보이는 오사카 총영사는 외교경험이 없는 사람인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12월 28일의 통화에서 김경수 의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에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저는 그의 위선과 거짓에 신물이 났고, 그래서 2018년 2월 20일경에는 국회의원회관을 찾아가서 다투었으며 3월 17일 경에는 오사카 총영사 약속을 지키는지 보겠다는 조의 문자를 보냈으며 김경수 의원은 이것을 자신에 대한 반 협박이라고 언론에 대고 주장한 것입니다.

    3월 17~18일경 저는 계속된 그의 기망행위에 분노하여 이러한 행위들과 지금까지 김경수와 해왔던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 3월 20일경 언론에 털어 놓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제로 3월 20일에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고 사실 그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3월 21일 사무실이 압수수색 되었고 모든 자료를 빼앗겼으며 저는 긴급체포 후 오늘날까지 영어의 몸이 되었습니다.

    네이버가 고소한 '업무방해죄'의 수사가 정말 우연하게 3월 21일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일까요?

    경찰 관계자는 저에게 '일요일(3월18일)에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었으며 원래는 3월 20일에 집행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덜되어 본인이 직권으로 하루 미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김의원과의 다툼과 영장의 집행이 유관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동원씨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게이트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씨 측이 총영사 자리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고 판단할 정도로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전 의원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경공모와 연관된 만큼 수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또 다시 대통령사(史)가 얼룩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