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출마로 안철수에 역습…이준석에도 '젊은 피'로 맞대응 했다는 평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강연재 변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강연재 변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때 '안철수 키즈'로 불렸던 후보가 '안철수 지역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안철수 키즈도, 그리고 안철수 후보의 소속 정당 후보도 아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 재선거 공천을 받은 강연재 후보의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의 강 후보 공천은 바른미래당에 날리는 '2연타'의 의미로 읽힌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입장에서는 한 때 자신을 따르다 떠난 젊은 정치인의 지역구 역습이고, 또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본인이 떠난 정당에서 출마한 또 다른 '젊은 피'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이준석·강연재 세 정치인이 얽히고 섥힌 노원병 선거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에는 충분하다. 민주당 후보가 홀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연재 후보와 사실상 공천될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 후보와의 대결이 수도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대리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14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등장한 강연재 후보는 홍준표 대표와 나란히 서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이제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자유한국당 당 대표의 공천장을 손에 쥔 것이다. 

    강 후보는 과거 <안철수는 왜>라는 책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만큼 한 때 '안철수 키즈'로 분류되던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던 강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서울 강동을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런 강 후보가 돌연 안철수 후보를 떠난 시점은 지난해 7월. 당시는 대선 이후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휘말려 위기에 직면했던 시점이다. 

    강 후보는 당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께서도 원하고 또 응원하셨던 분들이 많고 지금 당에도 그런 분들이 모여계신 건데 새 정치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며 쓴소리를 남기고 탈당하기도 했다.

    강 후보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활동 겅력이 전무하고 노원병에 지역 연고도 전혀 없는 강 후보를 굳이 상징적인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했어야 했느냐는 문제 제기다. 

    하지만 당내 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다양한 인사들에 대한 접촉이 이뤄졌으나 다들 출마를 고사했다"며 "강연재 후보가 용기를 내서 출마를 결심해 공천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위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손사래를 쳤다. 당선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강 후보의 공천은 한국당에게는 구원투수 등판의 의미와 더불어 바른미래당에 부담이 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자신을 따르다 실망을 느끼고 떠나버린 젊은 정치인이 당적을 바꾸고 본인의 과거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입지에 적잖은 상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단수공천을 받아 노원병에 총선 첫 출마를 했던 정치인이 바로 이준석 후보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거쳐 이제는 바른미래당의 후보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에게 강 후보와의 조우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노원병에서 지지율 우위를 보이고 있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후보다. JTBC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조사일시: 5월 8~9일)에서 김성환 후보가 49%의 지지율을 얻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실상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두 후보의 '2위 싸움'이 치열한 지역구인 셈이다. 

    따라서 노원병에서 강연재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맞대결을 할 경우, 누가 얼마나 많은 표를 가져갈 것인지가 따라 수도권에서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상징적인 '대리전' 격인 셈이다. 

    본인에 대한 공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강 후보는 "바른미래당의 상징인 안철수 후보가 있었던 지역에 저를 공천한 것은, 능력과 자격이 부족한 바른미래당이 아닌 보수 정당인 한국당에 힘을 모아달라는 의미로 본다"며 "바른미래당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당이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