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반전 vs 특검 추진, 정상회담 후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관건은 '비핵화' 성과… 회담 성과 적을 경우 정쟁 확전 가능
  • ▲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기식·댓글조작 사건으로 지난 4월 내내 국회가 대치 국면을 지속해온 가운데,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모처럼 만에 여의도 정치권이 정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특검 공조에 합의한 野 3당마저도 대정부 공세를 '잠정 휴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후를 둘러싼 정치권의 속내는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특검 추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관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가 얼마나 의미있게 반영될지 여부에 따라 정상회담 후의 정치권 풍경이 그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실질적 약속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남북 문제로 정쟁이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격 성사된 비공개 영수회담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반대만 하지 말아달라"라는 부탁을 수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홍 대표 역시 두 정상회담에 대한 반대 의사는 없다며 정상회담 전후로 정쟁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이처럼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모처럼 국회가 '정쟁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찬반 및 엇갈리는 기대와 별개로 남북의 정상이 직접 조우하는 최대 행사인 만큼, 정치권 차원에서 대립과 갈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단은 남북 관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을 비롯해 대정부 공세의 고삐를 죄던 야당들도 정상회담 기간의 지나친 공세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정권 발목잡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여야는 정상회담을 맞아 일종의 '전략적 정쟁 휴업'에 합의한 셈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의 정상회담 후를 둘러싼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각 당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른 정치적 의제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정국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기대감이 크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거취 논란에 이어 터져 나온 민주당 댓글조작 게이트 사건으로 4월 내내 수세에 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정상회담 성과를 전면에 내걸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슈들을 국민적 관심으로부터 떼어 놓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도 지방선거용 정쟁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와 국익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 성공에 초당적으로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일단은 남북정상회담의 전개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특검 필요성이 묻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가 반영이 되어야 된다며 소위 '조건부 환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완전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발전적 남북관계를 성취해가는 데 실질적 진전을 보여주는 회담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만약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난 댓글조작 사건과 더불어 정상회담의 성과 부재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향후 입장은 그 방향성이 불분명해보이는 상황이다. 일단 대북정책에 있어 햇볕정책 계승 정당임을 자처하는 민주평화당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당내의 계파·출신별 시각이 엇갈려 당 차원의 통일된 입장 정립에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소위 '유승민계'는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기존의 특검 공조를 지속하겠다는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특검 공조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그만큼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향후 정치권의 분위기를 결정지을 최대 관건은 바로 '비핵화'의 확실성 여부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불분명할 경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공조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계속해서 모호할 경우 미국이 미북정상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로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경우 정부·여당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쟁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전'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정상회담 후 그 성과를 최대한 강조하며, 야당의 특검 추진 및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 요구를 무분별한 정치 공세와 회담에 대한 고의적인 성과 축소로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