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상태 따지기 보다 비밀 핵시설 찾아내야”

빅터 차 교수·힐 前차관보 “풍계리 시험장 낡아서 폐기” 美38노스·통일부 “아직 쓸 만 해”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4.24 11:54:35
▲ 2017년 12월 北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 서쪽 갱도를 공사 중인 모습이 보인다. ⓒ美38노스 관련보고서 화면캡쳐.
김정은이 폐쇄를 선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두고 “낡아서 폐쇄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는 주장과 “아직 쓸 만한 시험장을 폐쇄한 것이므로 비핵화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빅터 차 美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美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날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차관보도 美‘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곳이 너무 낡아 효용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풍계리 일대에서 자연 지진만 10여 차례나 발생했고 만탑산 일대의 지반이 붕괴된 모습도 이미 포착된 바 있어 더욱 힘을 얻었다.  지난 23일 北풍계리 일대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하자 이 주장은 대세가 됐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3일 한국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은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5번의 핵실험을 실시한 갱도 말고도 2개의 갱도가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美존스홉킨스大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폐쇄하기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美38노스는 “지난 20일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북부 핵실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이제 쓸모가 없어 폐쇄하는 것’이라는 오판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美38노스는 “北풍계리 핵실험장은 2017년 9월에 실시했던 6차 핵실험까지 5번의 핵실험을 실시했던 북쪽 만탑산의 갱도를 제외하고 다른 갱도와 시설들은 모두 완전히 사용 가능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2018년 3월까지 서쪽 갱도에서는 계속 굴착 작업을 진행했고, 4월 초부터는 활동이 줄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갱도는 주 진입로와 보조 진입로가 만들어져 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유지 작업을 통해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면서 “이런 점으로 볼 때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2개의 갱도에서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으므로 쓸모가 없어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4일 현재 이 같은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다른 전문가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니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비밀 핵시설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3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美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ISIS)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 美ISIS가 2016년 7월 2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목한 北비밀 핵시설의 위치. 평양 방현 공군기지 인근이라고 한다. ⓒ美ISIS 보고서 화면캡쳐.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 중지를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밝힌 것은 희망적”이라면서도 “물론 북한이 말하는 ‘투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해석대로면 사찰단이 그곳에 가는 것을 정당하게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은 ‘투명성’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가능하다면 현지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북한의 핵무기가 우라늄을 사용했는지 플루토늄을 썼는지, 핵실험에 사용된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이어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핵화 사례를 거론하며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10여 곳 또는 수십 곳의 핵무기 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몇 달 이내에 비밀기지를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도표로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 지역의 한 공장이 원자로 건설 또는 탄도미사일 제조에 사용되는 고순도 흑연생산 공장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은 지난 수 년 동안 북한이 국제적인 통제를 받는 이중용도 핵물질인 ‘핵개발용 흑연’의 판촉 소책자를 배포하는 등 북한에 의한 핵무기 기술 확산 우려가 고조되면서 북한이 美北정상회담에서 흑연생산 공장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연구, 생산, 제조 시설과 설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경고로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올브라이트 소장은 美北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으나 북한의 핵실험 중단 제안은 매우 긍정적이고 꼭 필요한 검증의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관련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의 이번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조차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이외에 아직 밝히지 않은 비밀 핵시설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북한 체제의 불투명성과 북한 정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를 계속 속였기 때문에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의 지적처럼 김정은이 이미 알려진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등만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뒤 “비핵화를 끝냈다”고 주장한다면,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美北정상회담,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 비핵화 과정은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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