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 정치학적 대화2’ 출간 기념 북 콘서트 노재봉 전 총리와 제자들 공동 집필, 한국사회 위기와 촛불의 기원 분석
  • ▲ 노재봉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노재봉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우리는 선진국 반열에만 올라가면 (자유민주주의가) 끄떡없다는 '경제결정론'만 믿고 살아왔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이제라도 우리는 사상투쟁, 가치투쟁, 이념투쟁에 나서야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우파 학자들이 위기에 처한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현실과 체제 음해 세력의 실체를 분석한 책을 출간했다. 저자들과 각계 인사들, 시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벼랑 끝에 몰린 우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지속적 노력을 결의했다.

    우파 지식인들의 모임인 한국자유회의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5차 대국민토론회 -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 정치학적 대화2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행사는 한국자유회의 발기인이자 국가원로인 노재봉 전 국무총리와 그의 제자들이 펴낸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정치학적 대화2>에 대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책의 저자는 노재봉 전 총리를 비롯해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서명구 성신여대 강사, 조성환 경기대 교수, 유광호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등 5명이다. 저자들은 ['현재의 현재'를 정치학적으로 이해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매주 한 번씩 만나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적 국민주권론'이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렸으며, 사회 곳곳에서 '전체주의 일상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제1부에 해당하는 △한국자유회의 선언문과 그 해제 △촛불집회와 탄핵의 정치학적 평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정치학적 비판 등 책의 1~3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의 근간이 된 촛불집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르는 과정을 정치학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제2부에 해당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이해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적들 등 4~5장은 한국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역사적 이해와 함께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도전세력을 비판적으로 해부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머리와 위장은 적당히 여백을 둬야 한다"며, "지금 대단히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시기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분히 정리해 논의해보자고 해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을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머리가 꽉 차면 독선이 되고, 위장이 꽉 차면 병을 일으킨다. 머리를 비우면 천치가 되고, 위장을 비우면 도둑놈이 된다. 지금이 그렇지 않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머리가 꽉 차 있다. 그동안 비슷한 프레임으로 논의도 해보고 싸워도 봤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 대한민국은 생각이 통하지 않는 두 가지 부류가 살고 있는 사회가 됐다."

    축사를 맡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도 “친구들 만나면 예전엔 '나라 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그냥 '망했다'고 얘기한다”며, “지금 이 나라는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담론이 정착해있는 시대'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작금의 현실은 경제결정론만 믿고 가치투쟁, 이념투쟁을 외면한 결과"라며 우파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했다.

    "우리는 선진국 반열에만 올라가면 (자유민주주의가) 끄떡없다는 '경제결정론'만 믿고 살아왔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이제라도 우리는 사상투쟁, 가치투쟁, 이념투쟁에 나서야 한다. 우리끼리만 모여서 이래서는 소용이 없다. 대중에 먹혀야 한다. 우리의 세계관이나 철학, 가치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 ▲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정치학적 대화2. 출판사 북앤피플.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정치학적 대화2. 출판사 북앤피플.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공동 저자들은 책의 제5장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적들'에서, 북한 전체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낭만적 민족주의'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서명구 성신여대 강사는 "근대사회에서는 민족을 토대로 국가가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토대로 세워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만연하고 있는 '낭만적 민족주의' 혹은 '종족적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환 경기대 교수는 "(우파 진영은) 과거부터 대한민국이 잘 살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며, "좌파세력에 대해 때로는 귀찮아서 넘기고, 때로는 관용으로 넘기고, 소멸을 기대하면서 방치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촛불시위의 기원을 짚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적들)은 북한 김씨 집단을 두고 '피를 나눈 동포, 민족'이라는 환상과 도그마로 사람들을 처절하게 기만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들의 세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기만, 거짓, 선전이 조직화되고 결국 촛불시위에 이르렀다. 촛불은 근대 입헌 대의정치를 넘어서서 혁명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현상이다. '촛불의 명령은 국민의 명령', '촛불에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다', '우리는 다같은 민족이다' 이를 비판하면 공포로 몰아넣는다."

    유광호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도 전체주의와 그 대척점에 위치한 자유민주주의의 특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국민을 하나의 집단적 개체로 묶는 것이다. 그럼 개인은 전체의 부속품같이 된다. 지도자, 수령이라고 하는 독재자의 노예가 되는 것, 그것이 전체주의다. 둘째, 개인의 자유를 살리면서 편성하는 것이다. 실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집단을 구성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경쟁하는 상품들 속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표자를 뽑아서 일정기간 책임을 지고 국가를 경영하게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대의제 핵심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며 "자유를 뺀다면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몇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몰려나와 '국민의 뜻이다'라고 했을 때 실제 결과가 뒤바뀌었다”며, 직접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폐해를 설명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마무리 발언으로 "정권은 이미 넘어가 있기 때문에, 우파에게 남아있는 공간은 시민사회"라며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시민사회를 탈환해 우파의 목소리를 알리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 좌측부터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김용삼 박정희기념재단 기획실장, 강승은 자유대한청년포럼 대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정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여명 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조평세 고려대 트루스포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좌측부터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김용삼 박정희기념재단 기획실장, 강승은 자유대한청년포럼 대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정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여명 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조평세 고려대 트루스포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앞서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저자와의 대화에 앞서, 각계 시민단체 인사들과 청년들의 토론이 이뤄졌다.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김용삼 박정희기념재단 기획실장, 강승은 자유대한청년포럼 대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정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여명 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조평세 고려대 트루스포럼 대표가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해 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옥남 실장은 "한국은 전례 없는 체제 위기 상황을 맞았는데, 우파 진영을 조금만 벗어나도 위기에 대한 감각이 없어 보인다"며, "한국의 위기를 알리는 시기적절한 책"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소장은 "이러한 결과물을 대중의 언어로 알기 쉽게, 다양한 콘텐츠로 널리 알리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여명 전 대표는 "이 책은 우리 사회 전체주의에 대한 마지막 경고", 강승은 대표는 "우파적 가치를 보여준 책 중에서 비교적 쉽게 읽히는 편"이라고 한줄 평을 남겼다.

    김은구 대표는 "책이라는 매체가 젊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쉽지 않다"며 "좌파에서 영화나 스토리텔링을 통한 작업을 전략적으로 잘 하는데, 배울 부분은 배워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조평세 대표는 "근대국가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자유회의는 노재봉 전 국무총리,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등 우파 진영 원로와 지식인 130여명이 자유민주주의 연대체를 표방하며 지난해 1월 출범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