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안에 논란 일어… "헌법상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신중해야"
  •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국가간 조약에나 적용되는 국회 비준·동의에 부치겠다는 복안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국가간 조약에나 적용되는 국회 비준·동의에 부치겠다는 복안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정권이 남북 합의의 국회 비준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헌법상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27일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국회에 비준·동의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된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앞선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담아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이른바 '6·15 선언'과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부산물인 '10·4 선언'은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권교체 이후 북한이 잇단 도발을 자행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자 자연스레 사문화됐다.

    이처럼 상황 변화에 따른 남북합의의 사문화를 안타깝게 여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간 합의의 국회 비준·동의를 통해,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더라도 우리만이라도 내부적인 법적 효력을 갖게 함으로써 향후 들어설지도 모르는 보수정권도 모른 체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문 내용에 한반도 비핵화 혹은 군사적 적대행위 자제 등 평화를 명분으로 하는 여타의 문구가 삽입될 경우 향후 미군 철수 여부 등 우리 외교안보 정책 방향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위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역사적 결론이 난 '10·4 선언'을 가리켜 ""2007년 10·4 선언은 세계가 극찬했으며 유엔에서는 만장일치로 지지결의까지 나왔지만, 결과가 어땠나"라고, 이 선언이 보수로의 정권교체 이후 북한의 합의 파기로 사문화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안은 위헌(違憲)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짙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비준은 국가 간의 조약에 동의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가 △상호원조·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국민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문제는 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은 제3조에서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전역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국토 북반부를 참절(僭竊)하고 있는 북한은 헌법상 우리와 동등한 지위의 국가가 아니라 정부를 참칭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반국가단체의 수장 참칭자와 만나 합의한 사항을 국가 간의 조약에 준해 국회 비준 절차를 밟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학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국내법에서는 헌법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 간의 합의문을 국회 비준·동의에 부치는 순간, 마치 대통령이 북한을 조약의 주체, 즉 국가라고 인정한 것으로 오인될 위험성도 다분하다.

    이 경우, 헌법에 규정된 우리 영토인 한반도와 부속도서의 일부를 무단 강점(強占)한 반국가단체를 국가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 자체가 형법 제87조 3호에서 규정한 국토참절·국헌문란의 부화수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에 "청와대가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며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더 정확히는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게 낫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