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손석희 사장이 답해야" 노승일 폭로와 이경재 추적, 박헌영과 JTBC 기자의 함수관계
  • ▲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이 지난해 1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이 지난해 1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벼랑끝으로 몰아넣은 '탄핵'(彈劾)의 단초는 바로 JTBC 측의 태블릿 PC 보도였다.

    태블릿 PC 보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생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송두리째 뒤집은 총체적 혼돈의 첫 단추로 불린다.

    순식간에 나라를 집어삼킨 JTBC 태블릿 PC 보도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정권 핵심 관계자들은 줄줄이 수감됐다.

    '적폐'(積弊)라는 오명을 쓴 박근혜 정권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보도되자 갈수록 여론은 악화됐다. 결국 우파 진영은 갈피를 잃고 고립됐다. 반면 촛불을 앞세운 급진 좌파 세력은 점차 득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련의 수순을 차곡차곡 밟아가면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매년 큰 폭의 적자로 재정위기를 겪어왔던 JTBC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후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최근 정권 교체의 '스모킹 건'(Smoking Gun) 역할을 한 태블릿 PC 보도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만약 JTBC 측이 태블릿 PC 보도를 조작했다는 증언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다시 한번 나라를 뒤흔들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뢰구적'(萬籟俱寂)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사건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은 약 한 달 전이다.

    그간 JTBC 태블릿 PC 보도를 놓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내부 폭로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향신문> 3월 10일자 지면에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발자 중 한 사람이다. 고영태의 친구이자 핵심 증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꿀오소리 세력은 그를 '의인'(義人)이라고 불러왔다.

    노승일 전 부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성한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고)영태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해서 하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 jtbc 기자가 동석했대요. 영태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보도된 거죠. 보도 직후 최순실이 제게 전화해서 '빨리 고영태 찾아서 해외에 보내라'고 닦달했어요."

    특히 노승일 전 부장은 인터뷰에서 JTBC 측이 입수해 보도한 태블릿 PC의 출처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10월 27일 영태가 귀국하자마자 오산에 주차한 영태 차에 있는 짐에서 검찰에 제출할 자료를 영태더러 챙기라 했어요. 짐에 검은색 삼성 태블릿 PC가 있는데 빼 놓길래, 뭐냐고 했더니, '최순실에게 받은 건데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했어요. 저는 '24일 jtbc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가 더블루K의 네 책상 속에서 나왔다고 보도했으니 넣으라'고 했죠. 영태는 자기는 그 책상을 8월에 이미 정리했고, 거기에 두고 나온 것은 디지털카메라 하나밖에 없었다며 펄쩍 뛰었어요. 영태는 '나도 증거를 모은다고 모으던 놈인데 왜 책상에 태블릿 PC처럼 중요한 것을 남겨 놓고 오겠냐'고도 했어요."

    노승일 전 부장의 설명은 JTBC 측의 보도 내용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앞서 JTBC 측은 지난 2016년 10월 19일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고영태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며칠 뒤인 10월 24일에는 더블루K 사무실에서 발견된 태블릿 PC에 각종 청와대 기밀 자료들이 저장돼 있었다는 내용을 추가로 보도했다. JTBC 측은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의 협조를 통해 사무실에 들어가 더블루K 직원들이 버리고 간 책상에서 방전된 상태의 흰색 태블릿 PC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노승일 전 부장에 따르면, 고영태는 "왜 태블릿 PC처럼 중요한 것을 (사무실에) 남겨 놓고 오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의문을 제기하던 노승일 전 부장은 이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의 수상한 역할을 언급했다.

    "박헌영 과장이 jtbc 김모 기자를 접촉해서 뉴스룸에서 '일방적 해산 결정에… K스포츠 직원들, 비대위 구성'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2016년 10월 4일 나갔어요. 여러 언론에 K스포츠재단 등의 의혹이 계속 나오니까 최순실이 반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에요. 그날 강지곤 차장이 K스포츠재단을 대표해 손석희 사장과 인터뷰했어요. 보도가 나간 후 박헌영 과장은 김 기자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고, 취한 채로 사무실에서 잤어요. 노광일(더블루K 건물관리인) 선생님이 10월 18일 문을 열어 준 jtbc 기자도 박 과장이 방송보도를 위해 접촉하고 같이 술도 마신 김 기자였어요."

    박헌영 전 과장이 태블릿 PC를 입수한 JTBC 기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상 태블릿 PC 보도 조작 논란의 키맨(Keyman)으로 박헌영 전 과장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헌영 전 과장은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던 2017년 4월 28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뒤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승일 전 부장은 인터뷰에서 "JTBC 태블릿 PC의 진실에 대해선 손석희 사장이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 태블릿 PC 보도 조작 논란에 휩싸인 손석희 JTBC 사장. ⓒ방송화면 캡처
    ▲ 태블릿 PC 보도 조작 논란에 휩싸인 손석희 JTBC 사장. ⓒ방송화면 캡처

    JTBC 태블릿 PC 보도를 둘러싼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일보> 2일자 이경재 변호사 인터뷰에서도 JTBC 보도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했다.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저는) 소위 국정 농단 사건이 태블릿으로 촉발됐으니 공개 법정에 제출해 검증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1심 재판의 막바지에야 판사가 받아들여 국과수 감정이 이뤄졌고 증거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재 변호사에 따르면, 판결문에는 태블릿 PC에 대한 언급이 한 줄도 없었다.

    그는 "이러려면 국과수 감정을 대체 왜 했나? 나는 '고영태 일당의 기획된 국정 농단 의혹을 증명하려면 태블릿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재판장은 '최순실이 반성 없이 거꾸로 기획됐다고 변명하고…'라고 했다"며 답답해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서에도 사용자가 최순실이라는 언급이 없는데 오히려 JTBC가 이 태블릿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를 조사하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재작년 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더블루K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들고 나온 JTBC 심모 기자와 성명 불상자 1명에 대해 특수 절도 혐의로 고발한 적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정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고검이 '심모 기자에 대한 항고는 기각하지만 성명 불상자에 대해서는 재기 수사 명령을 했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경재 변호사가 말하는 성명 불상자 1명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과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던 JTBC 김모 기자를 뜻한다.  

    이경재 변호사 역시 JTBC 측이 태블릿 PC를 입수한 과정과 관련해 의혹을 품었다.  

    "당시 더블루K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간 뒤라 사무실은 한 달 보름 간 비어 있었다. 빈 사무실에는 고영태의 책상만 남아 있었다. 그 전에 고영태가 최순실과 다투고 난 뒤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JTBC 기자가 빈 사무실에 있는 고영태의 책상 서랍을 열어 태블릿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태블릿의 마지막 사용 시점이 '드레스덴 연설문(3월 27일)'의 수신 기록이 있고 나흘 뒤인 2014년 4월 1일이었다. 그 뒤로 2년 반 사용이 멈춰 있던 것인데, 하필 그 시점에 고영태 책상 서랍에서 출현한 것이다."

    노승일·고영태 두 사람이 제기한 의혹과 비슷한 뉘앙스였다.

    "태블릿 PC처럼 중요한 것을 왜 사무실에 남겨 놓고 오겠나?"

    이경재 변호사는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라고 거듭 반문했다.

    "박 전 대통령 '개헌 발언' 바로 그날 저녁에 국정 농단 증거를 찾았다며 태블릿 PC를 보도했다. 이를 입수했다는 JTBC 기자는 '내 휴대전화 잠금 패턴이 L자여서 단 한 번 시도로 태블릿의 잠금장치를 풀었다'고 했는데, 최씨는 자기 휴대폰들은 결코 그런 글자 패턴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는 최순실씨가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증언했고 자기 태블릿은 애플 기종(JTBC가 입수한 것은 삼성 제품)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2년 6월 김한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이 태블릿을 개통했고 그 뒤로 자기 개인 카드로 요금을 납부해왔는데, 그런 태블릿이 어떻게 해서 고영태 책상 서랍에 들어가 있었는지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이경재 변호사 인터뷰를 서술하면서 "생각할수록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JTBC 태블릿 PC 보도, 촛불 시위 집중 전개, 홍석현 전 회장의 대선 출마 군불때기, 문재인 정권 출범과 JTBC 승승장구까지. 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