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박사 탄신 143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이 박사 초기 저작 '독립정신','한국교회 핍박' 분석
  • ▲ 이승만 박사가 1904년 한성감옥에서 집필한 옥중저서 '독립정신' 표지, 1910년 미국 출판본(왼쪽)과 1949년 출판본(오른쪽).ⓒ뉴데일리 DB
    ▲ 이승만 박사가 1904년 한성감옥에서 집필한 옥중저서 '독립정신' 표지, 1910년 미국 출판본(왼쪽)과 1949년 출판본(오른쪽).ⓒ뉴데일리 DB
    국내 학자들이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의 초기 저작물을 연구 분석해, 그 가치를 재조명했다. 학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대표적 초기 저서인 '독립정신(원제 독립졍신)'과 '한국 교회 핍박'의 내용을 살핀 뒤, "헌법가치와 기독교정신에 기초한 계몽적이고 실천적인 성격의 저서"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승만 박사 초기 저작에 대한 연구결과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정치외교사학회(회장 김명섭 연세대 교수) 주최 학술세미나를 통해 발표됐다. '이승만의 초기 저작들에 관한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명섭 연세대 교수,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 장인성 서울대 교수, 박태영 한일장신대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사회는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우남의 저서는 학생들이 배우는 초중고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남 저서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자료도 크게 부족해, 밀도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 전 대통령 저작물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학자 간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유영익 전 위원장은 "이 세미나가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박사와 그의 시대를 연구하고, 역사적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 김명섭 연세대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명섭 연세대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첫 발표자로 나선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독립졍신의 역사정치학'을 주제로, 우리 역사상 최초의 순 한글 정치사상서로 평가받는 독립정신의 내용을 분석했다. 김 교수가 채택한 '역사정치학적 접근법'이란, 역사적 사실 속에서 정치만을 분리시켜 진실을 추구하는 연구방법론이다. 

    김 교수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말처럼, 우리가 현재의 시각으로 이승만의 저작을 평가한다면 4.19혁명 이후 (형성된) 우남의 (부정적) 이미지만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1904년 이승만이 옥중에서 집필한 '독립졍신'은 191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출판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독립졍신'의 가치는 '당시의 세계사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조선 백성 스스로 독립정신을 가져야 함을 역설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김 교수는 "독립정신은 황제와 백성이 협력하는 헌법정치를 추구했다"며, "이는 변혁을 지향하면서도 황제의 권위를 송두리째 부정하기보다 황제를 변화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프랑스 대혁명 당시 '지롱드파(진보우파)' 입장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독립정신은 당시 조선 백성을 계몽하는 데 기여한 실천적 성격의 저서였다는 것이 김 교수의 평가다. 그는 그 근거로 독립정신이 제시하고 있는 '6조목'을 꼽았다. 책의 끝머리에 있는 '6조목'은 ▲세계와 상통할 것 ▲새 법으로 몸과 집안과 나라의 근본을 삼을 것 ▲외교를 잘할 것 ▲국권을 중히 여길 것 ▲공적 의리를 중히 여길 것 ▲자유권리를 중히 여길 것 등이다. 

    토론자로 나선 장인성 서울대 교수는 김 교수의 연구를 "'독립졍신'의 집필과 출판, 내용에 대한 부분을, 관련된 많은 자료를 통해 소상하게 밝힌 노작(勞作)"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관련 연구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는 이승만의 또 다른 초기 저작 '한국 교회 핍박'을 분석하면서, 일체 치하 기독교의 역할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핍박'은 1912년 일어난 '105인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독립이 기독교정신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5인 사건’은 ‘데라우치 총독 암살모의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제는 ‘서북지역 기독교인과 선교사들이 이 지역을 순방할 예정인 데라우치 총독 암살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씌워, 다수의 기교독인을 잡아들였다. 이승만 박사는 ‘일제가 당시 반일운동의 거점 역할을 하던 한국 교회를 핍박할 목적으로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한국 교회 핍박’을 썼다. ‘한국교회 핍박’은 민족주의자이며 독립운동가인 이승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토론자로 나선 박태영 한일장신대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가 영적인 개인구령에만 관심을 가지고 전도와 교회부흥에만 힘쓰던 시절, 이승만은 민족의 구원을 위해 힘쓰는 애국지사로서 활동했다"고 강조하면서, "김 교수의 발표는 한 눈이 아닌 두 눈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