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김흥국 지인 만나 "받침점이 돼 달라" 금전적 도움 요구
  • 2년 전 가수 김흥국(60)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30대 여성 A씨가 지난 21일 서울동부지검에 강간·준강간·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김흥국을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김흥국이 A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2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낸 관계로 두 사람은 민형사상 소송전(戰)을 앞두게 됐다.

    현재까지 양측의 주장은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먼저 MBN뉴스를 통해 "2016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김흥국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연예가에 파장을 일으킨 A씨는 이후 추가 인터뷰와 (육성파일)제보를 통해 "김흥국이 '이걸 크게 문제 삼아봤자 네가 크게 더 다친다'고 말했고, '좋은 감정으로 한 잔 먹다 보니깐 그런 일이 벌어진 건데 나는 그거는 잘못되고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며 두 번에 걸친 성폭행을 김흥국도 인지하고 있고, 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김흥국은 소속사와 지인들을 동원해 '철벽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소속사 공식 입장을 통해 "보험회사 영업사원인 A씨가 미대 교수를 사칭하는 등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정황 증거들이 많다"고 주장한 김흥국은 "2년 전 측근이었던 J모씨가 잘 아는 여성이 미대 교수인데 일적으로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소개해 차 한잔을 마셨고, 이후 모 호텔 룸에서 가진 디너쇼 뒤풀이에 이 여성이 또 찾아와, 출연 가수·관계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으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A씨가 '깨어나보니 알몸 상태로 김흥국과 나란히 누워 있었다'며 마치 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말했으나, 지인들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이 여성은 끝까지 남아 있었고, 당시 너무 술에 취해 성관계는 있을 수도 없었다"고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술자리 이후 A씨가 초상화를 선물로 건네며 지속적으로 만나자는 요구를 했고, '자신이 잘못된 남녀 관계 문제로 법적 소송이 걸려 있는데, 소송비용으로 1억 5천만원을 빌려 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여 연락을 끊었다"고 김흥국은 주장했다.

    김흥국의 지인들은 "앞뒤 정황상 A씨가 김흥국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김흥국과 A씨가 1년 이상 스스럼없는 사이로 지내왔고, 2016년 11~12월경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A씨가 2018년 1월 김흥국의 소개로 만난 지인에게 거리낌 없이 투자 요청을 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주장에 '어폐'가 있음을 지적했다.

    "2번의 자리, 아름다운 추억"..이게 무슨 의미?


    A씨가 김흥국와 통화·대화한 녹취록을 무기로 김흥국을 압박하고 있다면 김흥국은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A씨와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씨는 "김흥국의 육성파일을 들어보면 '2번의 자리를 했고, 이를 아름다운 추억과 좋은 만남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김흥국이 성관계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김흥국의 지인들은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두 사람의 사이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술자리 사건 이후에도 두 사람은 1년여간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였고, A씨가 김흥국의 지인들에게도 살가운 태도를 보여온 터라 A씨를 성폭행 피해자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중 사업가 최OO씨는 "자신 역시 그 여자분을 만나 겪어보니 목적성이 분명했고, 불과 두 번째 만남부터 돈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김흥국이 되레 피해자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최씨는 A씨의 수상쩍은 행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장문의 문자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문자에서 A씨는 최씨에게 '노골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A씨가 최씨에게 이러한 문자를 보낸 건 두 번째로 저녁식사를 가진 다음날이었다. 형식상 투자를 해달라는 문자였지만, 경제적 도움을 요구하는 '읍소'나 마찬가지였다는 게 최씨의 주장.

    더팩트 "또 다른 남성 증언 '돈 요구하다 돌변'"

    최씨는 '더팩트'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김흥국 씨가 올해 초 A씨를 자신에게 소개하며 '서로 지인으로 알고 지내면서 필요하면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라'고 말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A씨는 김흥국 씨가 작년에 내게 한두 번 말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흥국 씨의 일방적 소개였기 때문에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첫 만남 이후 A씨가 적극적이고 살갑게 다가왔고, 저도 모르게 다음 만남으로 계속 이어지게 됐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굳이 안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요. 다만 의도를 알게 된 뒤부터 조금씩 경계를 하게 됐습니다."


    최씨는 "A씨는 두번째 저녁식사 겸 술자리를 가진 뒤 돈 얘기를 꺼냈다"며 "김흥국 씨와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지만, 제 상식으로는 불과 두 번 만난 사람에게 돈을 언급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봤고, 이후에도 몇차례 더 만났는데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였다"고 밝혔다.

    "전세금을 좀 빌려줄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잘 아는 목사님이 A씨의 처지를 생각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월세로 싸게 임대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A씨는 그분한테 늘 미안해서 어떻게든 자력으로 그분의 신세를 벗어나고 싶은데 나중에 꼭 갚을테니 도움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처음엔 좋은 인상으로 만났는데 뭔가 의도가 내비친다고 느끼면서부터 거리를 뒀다"며 "A씨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경제적인 도움을 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더팩트에 따르면 최씨가 김흥국의 소개로 A씨를 처음 만난 건 올해 1월 11일이었고, 3월 7일 강남구 청담동 커피숍에서 A씨를 만난 후로 한 번도 A씨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지난 1월 16일 A씨가 최씨에게 보낸 SNS문자 메시지 일부. (자료 제공 = 더팩트)

    "회장님^^ 단 하나의 받침점만으로도 재건은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회장님과 좋은 친구로서 다 좋습니다. 뭐든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처리해야할 것들이 복잡히 있고, 제가 신경써야할 것들이 있어요.

    회장님께서 돈은 더 이상 벌기 싫을 정도로 많다셨죠? 그럼 그것으로 친구가 발돋움할 수 있는 받침점이 되어주신다면, 제가 일어서는 데에 시간이 더 단축될 거라 믿어요.

    그렇게 되면 그때 회장님의 은혜 잊지 않고 다 보답 드릴거고요. 돈이라는 것이, 그 단어를 꺼내는 그 순간, 상대의 마음을 차갑게 만든다는 것은 잘압니다. 하지만 제가 그 얘기를 꺼낸 건 그만큼 자신있어서입니다.

    왁싱샵 오픈하는 데에 회장님께서 저를 믿고 투자해주신다면, 종잣돈으로 저는 아름드리 큰나무로 키울 자신이 있어요. 아니면 왁싱샵을 법인으로 하고 회장님께서 대주주가 되어주시는 건 어떠신지요.

    평생 웃으며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 편안함이 되어줄 관계라면 저를 일반적 여자들과 같다고 생각마시고, 인간으로서 투자하셔도 실망하실 일 없으실터인데 제안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