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진실규명을 위한 범시민사회협의체 준비위원회' 발족참여 인사 상당수 "국보법 폐지·사드반대·한상균 석방" 주장
  • ▲ 파괴된 천안함 단면.ⓒ뉴데일리DB
    ▲ 파괴된 천안함 단면.ⓒ뉴데일리DB

    '천안함 재조사'를 요구하는 단체가 국내·외에서 연이어 결성되면서 북한의 폭침을 부정하는 음모론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미주 좌파매체 '민족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에서는 '천안함 진실규명을 위한 범시민사회협의체 미주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오인동 박사가 맡았다. 북핵 옹호론자인 오 박사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이자 통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 방문단으로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2014년에는 종북 논란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강제 출국 당한 신은미씨 등과 함께 전국 순회 강연을 열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이후 총 6차례 방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자신의 저서를 김정일 및 김정은에게 전달한 일화는 유명하다. 오인동 박사는 준비위원회를 꾸리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까지도 천안함 사건 재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반드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국내에서는 2월 말 '천안함 진실규명을 위한 범시민사회협의체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조헌정 목사, 명진 스님, 문대골 목사, 김원웅 전 국회의원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특별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 그동안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과 의혹이 제기돼 왔고 국민의 70%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재조사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천안함 침몰이 이명박 정권 말처럼 북의 소행이라면,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않고 대화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며 "이명박 정권의 발표가 조작되고 은폐됐다면 무고하게 살인범 누명을 쓴 북에 대한 사과 없이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단체에 참여한 조헌정 목사는 사드반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등에 주도적으로 앞장서 온 좌파 성향 인사다.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다 15년 전 귀국했다. 이후 서울 향린교회에서 재직하다가 지난해 퇴임했다. 지난해 12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함께 공동대표로 참여한 문대골 목사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해온 인사다. 최근에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석방 촉구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명진 스님은 자신이 'MB 정부 사찰 피해자'라고 언급하며 "이명박근혜 정부는 모두 거짓"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장충동에서 진행된 3월 정기법회에서 "천안함은 0.1%도 북의 소행이 아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 아닌 것은, 이명박이 북한 소행이라고 지목했기 때문이고 만약 이명박이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했으면 그것은 북한 소행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 ▲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나오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나오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음모론 논란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했던 시기 즈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천안함의 배후로 꼽히는 "김영철의 방남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천안함 폭침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논란이 커지자 그동안 단 한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천안함 유족들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승조원 46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을 어떻게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시킬 수 있느냐"며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기도 했다.

    천안함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영해상에서 경계작전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한국·호주·스웨덴 등 5개국 국제합동조사단은 약 두 달간의 조사 끝에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 잠수정에서 발사된 1번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가 천안함 폭침 원인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발표였다. 어뢰추진체에 한글로 표기된 '1번' 표기는 북한 고유의 표기 방식이었다. 이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3월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한 뒤 북으로 복귀했다"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등은 "천안함 폭침을 사주한 인물이 꼭 김영철이라고 특정짓기는 힘들다"며 과거 정부의 발표를 돌연 뒤집었다.

    이들은 여론이 악화되자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일으킨 것이 맞으나, 그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김영철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울러 북한 김영철은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2010년 3월 천안함, 같은 해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 정찰총국의 수장이었다. 사실상 각종 대남(對南) 테러를 직접 주도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안보 관계자들의 전반적 분석이다.

    북한 김영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내 좌파 진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천안함 재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천안함 재조사' 촉구는 16일 오후 6시 기준 6만7,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차라리 20만명 청원수를 넘겨서 문재인 정부에서 뭐라고 답하는 지 듣는 게 낫겠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음모론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야 한다. 이는 천안함 유족들을 2번 죽이는 일이다"라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야권의 반응도 비슷하다. 자유한국당 윤내옥 원내수석대표는 "재조사 청원에 답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정부가 어떻게 답할지가 기대된다. 김영철 방한에 피눈물을 흘리는 천안함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말과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