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희 대표는 26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서울시극단의 '플레이 온 창작플랫폼' 제작발표회에서 최근 문화계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MeToo·나도 말한다)에 대해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가장 취약했던 예술계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여관방에 불려가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를 시작으로 연희단거리패 옛 단원들의 성폭력 고백이 쏟아졌고, 연극계 '미투 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연극계가 무너졌다", "희망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은 "한국 연극계 민낯이 까발려졌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리셋(reset)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수희 극단 미인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김수희 극단 미인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은 '창작플랫폼-희곡작가'를 통해 개발된 4편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을 3월 15일부터 4월 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김광보 예술감독과 고연옥 작가가 멘토로 참여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창작플랫폼-희곡작가'는 신진 예술인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2명의 극작가를 선발해 작품 집필을 위한 제작비와 전문가 멘토링 제공, 관객의 평가 등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2015년과 2016년에 선정된 '너와 피아노'(작 김경민·연출 김수희), '나의 엘레닌'(작 김아로미·연출 민새롬), '체체파리'(작·연출 송경화), '네가 있던 풍경'(작 이보람·연출 이은영) 총 네 작품은 관객의 설문조사 결과 무대 상연의 가능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예술감독은 "젊은 작가들이 성장하기 전에 소모품처럼 2~3년 쓰였다가 상처를 받고 연극계를 떠난다.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은 경제 구도로 가지 않는다. 부족하더라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경쟁은 잔혹한 일"이라고 전했다.

    '너와 피아노'(3.15~18)는 피아노 교습소를 배경으로, 평범한 재능을 가진 제자를 무시하며 폭언과 학대를 일삼는 선생이 비범한 재능을 가진 '윤슬'을 혹독하게 지도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광기어린 모습을 담았다.

    김수희 대표는 "처음 연극할 때가 20대였는데 지금은 40대가 됐다. 20대 시절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고 잘못하고 있구나', '이게 맞나'라는 갈등이 많았다. 40대는 '나의 문제는 아니었을 거야', '구조가 잘못됐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걸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해보는데 십몇 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 다 담아내는 것은 힘들지만 끊임없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공연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에 고민이 많다"며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배우, 스태프, 관계자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관람료 3만원. 문의 02-399-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