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자유보다 평등 강조,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독재자' 묘사
  • ▲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근현대사 기념관 전경.ⓒ뉴데일리
    ▲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근현대사 기념관 전경.ⓒ뉴데일리

    서울시민의 세금 수십억원이 투입된 '근현대사 기념관'이 '사회주의 기념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건립됐으나 실제론 대한민국 건국의 주요 세력을 배제하고 여운형, 박헌영 등 공산주의 계열 운동가들을 위인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4.19로에 위치한 '근현대사 기념관'은 대지 면적 2,049m에 2층 규모로 조성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비 39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21일 <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건립비 이외에도 2016년 2억8천만원, 2017년 2억7천만원의 예산을 사업비 명목으로 각각 지원했다. 올해 잡힌 예산도 2억7천만원 수준이다. 

    독립운동과 민주공화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근현대사 기념관은 개관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좌파 성향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위탁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근현대사 기념관은 자주, 평등, 민주를 대한민국 헌법 가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상설 전시관에는 대한민국 독립운동과 민주화와 관련된 근현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구성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A존에서는 '짓밟힌 산하와 일어선 민초들'이라는 주제로 동학농민운동과 항일의병전쟁 등을,  B존에는 '시대의 마감과 민주의 마중'을 주제로 한 영상미디어실이 마련됐다. C존에서는 '우리가 사는 나라, 민주공화국'을 주제로 광복 이후 민주 발전사를 다룬다. 

  • ▲ 근현대사 기념관 전시실에 쓰여있는 김구와 이승만에 대한 설명.ⓒ뉴데일리
    ▲ 근현대사 기념관 전시실에 쓰여있는 김구와 이승만에 대한 설명.ⓒ뉴데일리

    근현대사 기념관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대한민국 해방에 대한 설명만 있고 '건국(建國)'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를 등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꾀하였다.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헌법을 거듭 개정하였고, 부정선거를 자행하며 독재권력을 유지하려 하였다..."  - 이승만 정권에 대한 기념관의 설명 中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한 짧막한 소개였다. 그마저도 부정적인 내용 뿐이었다. 

    그에 반해 민주주의, 공산주의를 떠나 민족 개념이 먼저라고 강조한 김구의 어록은 비중있게 실었다.

    "한국이 있고야 한국 사람이 있고, 한국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또 무슨 단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김구,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1948 中

  • ▲ 근현대사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는 몽향 여운형을 기리는 사진과 글귀들이 전시돼있다. 그 중 여운형과 박헌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뉴데일리
    ▲ 근현대사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는 몽향 여운형을 기리는 사진과 글귀들이 전시돼있다. 그 중 여운형과 박헌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뉴데일리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는 좌파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을 '위대한 지도자, 인민의 벗'이라는 수식어로 기리고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몽양 여운형을 소개하는 전시 구간 중 일부에 떡하니 박헌영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마치 박헌영도 한국 현대사를 위해 몸 바친 위인 중 한 사람인 듯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박헌영은 김일성과 함께 스탈린의 세례를 받은 공산주의자다. 그는 해방 후 남한에서 남로당을 지도하며 각종 극좌 폭력사태를 주도, 이후 월북해 김일성과 함께 6.25를 일으킨 인물이다.

    또한 박헌영은 1948년 4월 3일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막기 위해 '제주 4.3 폭동'을 사주한 인물이다.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그를 위인으로 기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안보 분야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좌진 장군 등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보다 사회주의 공산 계열의 인물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헌영이 조선 해방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꼬집으며 "한국 근현대사를 균형적 시각에서 담아야하는데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근현대사 기념관 그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뿐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안내 영상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랫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역시나 '자유'는 빠져있었다. 영상 옆 한 켠에는 "대한민국이 사회 및 경제적으로 균등을 지향한 평등 국가였다"고 설명돼 있었다.

  • ▲ 근현대사 기념관 전시실에 전시된 일부 전시물에
    ▲ 근현대사 기념관 전시실에 전시된 일부 전시물에 "대한민국은 사회경제적으로 균등을 지향한 평등 국가였다"고 기술돼있다.ⓒ뉴데일리

    근현대사 기념관은 매년 서울시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서울시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 확립과 애국심 함양 고취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건립비 39억원 외에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당한 비용을 시민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는 해당 기념관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건립비로 39억을 지원한 것은 맞다"며 "기념관을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운영과 관련한 문제는 강북구청에서 도맡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취재진이 강북구청 측에 연락하자 담당자는 '기념관 전시실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전시물이 걸려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대사의 모든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세한 사안은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6년 개관식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정교과서 추진처럼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니 경제가 어렵고 정치도 혼란스러운데 이 기념관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강조한 '올바른 역사'가 궁금하다"며 "사회 경제적으로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