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사용료·공항 이용료·공연장 사용 경우 반입 등 불안 요소
  • ▲ 북한이 한국 선수단에게 마식령 스키장을 무료로 쓰게 해줄까. 사진은 최근 美NBC의 마식령 스키장 현쟁취재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한국 선수단에게 마식령 스키장을 무료로 쓰게 해줄까. 사진은 최근 美NBC의 마식령 스키장 현쟁취재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 점검단이 돌아간 지난 27일, 국내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마식령 스키장 훈련과 금강산 관광 합동 공연이 문제였다.

    마식령 스키장의 경우 북한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모르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한국 선수단이 스키장에서 훈련을 한 뒤에는 ‘사용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마식령 스키장에 가는 한국 선수와 지원 인력이 몇 명일지는 알 수 없지만 2014년 1월 개장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美여행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스키장 1일 사용료는 10달러, 외국인은 25유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사용자가 아닌 선수들의 경우 슬로프와 시설 등을 사용하는 범위가 넓으므로 사용료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마식령 스키장으로 가기 위해 경유한다는 원산 갈마비행장 또한 문제다. 세계 어느 곳이든 항공기가 공항에 내리면 그때부터 요금이 부과된다. 항공기 주기장 사용, 연료 급유, 승객들의 입출국 등 과정에 ‘공짜’는 없다.

    국내 공항관리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소개하는 공항 사용료를 살펴보면, 여객기가 착륙하면 착륙료, 조명료, 정류료 등을 내야 한다. 국내선과 국제선에 따라 요금은 다르지만, 중거리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B767 여객기 국제선이 김포·인천·김해·제주를 제외한 공항에 내리는 순간에만 110만 원 이상의 돈이 든다. B747처럼 대형 여객기가 김포 공항이나 인천 공항에 내릴 경우에는 3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만약 여객기가 하루 이상 공항에 머무르면 수백만 원의 주기료를 내야 한다. 마식령 스키장에 가는 한국 여객기가 선수단을 내려준 뒤 냉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까.

    게다가 정기항로가 아닌 원산 갈마비행장에 가려면 여객기를 전세 내야 한다. 그 비용은 보통 수천만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는 북한과의 항공운송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 원산 갈마 공항 청사 내부의 모습. 정기노선이 없어 이처럼 늘 텅 비어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산 갈마 공항 청사 내부의 모습. 정기노선이 없어 이처럼 늘 텅 비어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전야축제공연’ 형식으로 오는 2월 4일 열려는 금강산 합동공연은 다른 부분이 문제다. 공연단과 한국 관람객 등 최소 4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은 육로를 통해 금강산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숙소는 한국 현대그룹 소유인 금강산 관광 시설에서 해결하면 되므로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금껏 방치하다시피 한 금강산 관광시설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발전기용 경유’를 북한으로 반출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고, 북한 측이 ‘그곳은 남측 시설이므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밝혀, 경유를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대북 석유제품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연초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답했지만, 러시아나 중국 업체들이 몰래 북한에 환적해주는 석유제품까지 더할 경우에는 어찌될 지 알 수가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그물’을 피한다고 해도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는 피하지 못한다. 美의회가 제정한 ‘북한·이란·러시아 통합 제재법안’은 북한에 그 어떤 석유제품도 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에 가져가려는 경유가 북한 정권에 파는 것이 아니고 남북 공동 공연에만 사용할 것이며, 남는 연료는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차하면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미국 정부 또한 강력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 북한을 돕는 국가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2018년 중간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현재 한국 정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