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독도 연구 한 자리에..."독도 문제로 인한 양국 갈등 봉합·미래지향적 관계 모색 기대"
  • ▲ 방촌독도연구회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독도연구 70년의 총괄과 향후 연구 방향의 모색'을 주제로 창립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공로명 방촌독도연구회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방촌독도연구회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독도연구 70년의 총괄과 향후 연구 방향의 모색'을 주제로 창립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공로명 방촌독도연구회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한국와 일본의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이 바라보는 독도 인식과 연구 성과에 대해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방촌독도연구회(이사장 공로명)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독도연구 70년의 총괄과 향후 연구 방향의 모색'을 주제로 창립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25대 외무부 장관을 지낸 공로명 이사장은 "한일관계에서 역사교과서·야스쿠니신사·위안부 문제 등은 우리 국민에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지만, 특히 어려운 것은 영토 문제인 독도"라며 "지도자(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 이사장은 "독도는 우리 겨레의 명예"라는 변영태 외무부 장관(3대)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날 학술회의가 한일 독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독도 문제는 그 기원과 쟁점을 객관적으로 연구해야 할 사안"이라며 "독도 연구를 이끌어온 한일 학자들이 한 데 모인 뜻깊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독도의 역사적 연구 △독도의 국제법적 연구 △일본의 독도 연구 △독도와 한미일 관계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다만 대부분 세션에서 한일 양국의 독도인식·고유영토론에 대한 쟁점이 주를 이뤘다.

    송휘영 영남대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교유영토론은 1953년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간 교섭이 진행되던 시기 외무성 관료 가와카미 겐조에 의해 제시됐다.

    하지만 1870년대 "죽도외일도(竹島外一島·독도)는 본방(本方·일본)과 관계없다"는 일본 태정관(메이지 시대 일본 최고 행정기관) 지령 등 자료를 보더라도, 에도·메이지 시대 일본에서는 울릉도와 독도를 하나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섬이었고 조선 땅이라는 것을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인지했고, 메이지 정부도 인정했다는 것이 논문에서 밝혀졌다"며 "독도가 울릉도의 생활권·행정권에 있었다는 것을 더욱 면밀히 연구하고 증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 ▲ 후쿠하라 유지 시마네현립대 교수. ⓒ뉴데일리 정호영
    ▲ 후쿠하라 유지 시마네현립대 교수. ⓒ뉴데일리 정호영

    한일 독도 문제를 연구할 때 국제법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제법에서는 영토주권을 확립하는 주체를 국가로 보고, 주권자로서 취한 행위를 근거로 영토주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일본 역시 외무성 팸플릿에 다케시마를 '일본의 고유한 부분'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독도를 자국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웅 전 국제법협력대사는 "일본의 고유영토론은 17세기 일본 민간활동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울릉도와 독도가 별개의 섬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주장을 분석하면, 일본 정부가 17세기 독도에 취한 주권자로서의 행위는 아무것도 없다"며 "반면 한국은 조선과 대한제국이 주권자로서 보인 의지와 행위를 근거로 하고 있어서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사는 "한국의 고유영토론을 뒷받침하는 거의 모든 기록은 중앙정부가 생산한 것으로서 증거가치가 높다"며 "다만 한국 역시 안용복 같은 민간인 활동 기록이나, 삼봉도처럼 불투명한 기록에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도가 한일 관계의 주요 쟁점이 되면서 한국 학자들은 독도를 한국영토라고 주장하고, 일본 학자들은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객관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이날 국제회의에는, 이케우치 사토시 나고야대 교수·후쿠하라 유지 시마네현립대 교수 등 일본인 학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일본의 고유영토론을 부정하면서도, 한국의 고유영토론에 대한 입장에는 말을 아꼈다.

    이케우치 사토시 나고야대 교수는 "일본이 독도를 고유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첫째는 특정 영토가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발하기 이전 일본 이외에 지배된 적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옛날부터 일본의 영토였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것에 대한 비판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케우치 교수는 "에도시대 일본을 지배했던 도쿠가와 막부가 울릉도를 일본령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료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발견한 1740년대 사료 중에, 송도(松島·울릉도)죽도(竹島·독도) '양도도회금지'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 저는 여기서 첫번째를 막부의 발언으로, 두번째, 세번째를 오야(大谷·당시 막부로부터 울릉도 도해(渡海) 면허를 얻은 가문) 측의 발언으로 보고 있다. 막부의 법령을 오야 가(家)에 전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후쿠하라 유지 시마네현립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독도 문제가 해결돼야만 진정한 한일관계가 구축된다는 담론이 있지만, 양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도 주변에서 많은 일본 어선이 나포됐다는 주장에 대해 "실제 일본 어선이 평화선을 넘어 독도 해역에서 나포된 경우는 거의 없다. 평화선 선포(1952년) 이후 일본어선이 배제되고 한국어선에 독점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독도까지 다가가는 연료비가 비싸 독도 20해리 근처까지 다가가는 어선은 거의 없으며, 아무리 독도가 좋은 어장이라고 해도 일본어업 전체에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후쿠하라 교수는 "국가 문제는 여러 색채가 있을 것인데, 그것이 독도 문제가 되면 너무나 단색으로 논의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을 느꼈다. 불필요한 펜스를 만들어서 '단순히 우리 영토다' 이렇게 벽을 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