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우상화인가? 기가 막혀"… 서울교통공사, 민원 폭주에도 "아무 문제 없다"
  • ▲ 12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뉴데일리 정호영 기자
    ▲ 12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뉴데일리 정호영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형 광고가 게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 11일부터 서울 지하철 5·7·8 노선 일부 역사 내에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대형 스크린 광고가 설치됐다.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한다는 명목의 영상 광고와 대형 사진이다. 이 와이드칼라 광고는 약 한 달 간 역사에 게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5호선 광화문·여의도·종로3가·동대문역사문화공원·천호역,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고속터미널·건대입구·노원역, 8호선 잠실역 등 총 10개 역에 광고가 붙는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의 광고 단가는 사이즈별로 다르지만 대형 와이드칼라 같은 경우 1기당 대략 월 100만원에서 최고 400만원까지도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역사당 최소 1개의 광고가 걸린다고 감안할 때, 서울 지하철 5·7·8노선의 10개 역에 한 달 동안 광고를 게재하면 광고 비용만 최소 수천만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누가 이같은 광고 기금을 모아 행사를 추진했을까. 해당 광고를 제작한 자는 신원 미상이다. '문 라이즈 데이'(@Moon_rise_day)라는 SNS 계정의 운영자가 10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 광고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했다"며 "생일을 축하하는 메세지에 해시태그를 넣어 글을 작성하면 19일 자정에 1987 영화예매권과 피자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메트로 측에 광고를 내려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하니, 지하철 공사 고객의 소리에 이번 이벤트와 관련한 칭찬의 말을 많이 남겨달라"고 주변에 요청했다.


  • ▲ 시간 순서별로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객의 소리' 민원 내용.ⓒ서울교통공사 '고객의 소리' 화면 캡처
    ▲ 시간 순서별로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객의 소리' 민원 내용.ⓒ서울교통공사 '고객의 소리' 화면 캡처

    '문 라이즈 데이'의 글이 게시되자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칭찬하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12일 오후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 생일 광고 너무 보기 좋아요"와 같은 내용의 글이 수천 개나 게시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서울메트로공사 고객의 소리에 올라오는 민원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집단 찬양' 글이 대거 작성됐다는 점은 독특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서울 지하철역에 현직 대통령의 생일 축하 영상과 음악이 나오는 건 역사상 처음으로, 이는 (운동권이 몰두하던) 김일성 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집단 찬양'에 동조하는 건 아니었다.

    해당 광고를 다소 거북해하는 시민들은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항의성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시민은 광고 게재 주최 측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외국인이 보면 사회주의 국가인 줄 알겠다", "태극기집회 개인 후원금 계좌를 조사하더니 이건 뭐하는 짓인가", "박정희 기념 100주년 우표는 취소시키더니 뭔가요", "여기가 북조선도 아니고 文 우상화 놀음에 기가막힐 따름", "공산사회주의 체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00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재난 사고가 터지는 데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취업률은 역대 최저를 찍었고, 실물경제지표도 문제라서 나라 경제 꼴이 말이 아닌데 물색없이 우상화 광고나 걸고 있나? 광고 주체나 객체나 생각들이 있는 건지..."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이 '문재인 생일 축하 광고'에 뿔이 난 이유로 정부의 가상화폐 제재도 한 몫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2030층이 올인한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중단했고 네티즌들은 극렬히 반발했다. 친문(親文)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뽑은 한 표가 후회스럽다"며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거래소 폐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항의글이 올라오고있다. 이런 반(反)정부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광고가 게제되자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은 해당 광고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한 관계자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추정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시민이 부정적인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논란을 의식한 듯 "공사 규정에 저촉되지 않게 심의했으나 만일 사회적 논란이 심화된다면 향후 광고 철회 등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