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30년 비공개인데..."70년 외교史 전례 없는 일" 정치권 발칵
  • ▲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발표한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발표한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7일 '위안부 검토 태스크포스(TF)' 보고서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윤병세 전 장관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발표한 당사자다. 그는 "(당시 논의된) 비공개 내용은 부수적이었으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합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복잡한 고난도의 외교 협상 결과와 과정을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외교부 70년 역사에 전례가 없는 민간 TF라는 형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앞으로 우리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병세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논평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 직속 기구가 박근혜 정부와 일본 간 이뤄진 합의 과정 검토 결과를 공개하면서 비공개 내용들을 상당수 포함시킨 것을 염두한 발언이다.

    통상 외교 문서는 30년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서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9조 2항)를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하는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는 외교 문서를 30년 간 비공개로 하고, 이후 외교문서 공개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위안부 검토 TF에 참여한 공무원들이나 이들에게 협의 과정을 진술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해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국가공무원법상 비밀 엄수 의무(60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병세 전 장관은 위안부 검토 TF의 발표 내용에 대해 "비공개 부분을 한·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 내용에 포함시켜 대외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다양한 계기에 국회·언론 등에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 협상 결과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비공개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고 부연했다.

    윤병세 전 장관의 설명이다.

    "12.28 합의는 20여년 간 우리 정부와 피해자들이 원하던 3대 숙원사항(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공식적 사죄와 반성, 그 이행조치로서 순수 일본정부 예산 사용)에 최대한 근접한 것으로, 이는 일본 정부가 그간 제시했던 어떠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일본 측 양심을 대표해 온 유력 인사들과 미국 등 국제사회도 합의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이라는 시급성에 비춰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시는 동안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강력한 의지하에 이뤄낸 것이다."

    윤병세 전 장관은 피해자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피해자) 대다수 분들이 재단사업에 참여한 것처럼 앞으로 사업이 진전되고 한일 관계가 개선돼 나가면서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검토 TF의 이면합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 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 선상에서 우리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12.28 합의에 '불가역적 해결' 문구에 대해선 "대다수의 외교적 합의는 별단의 규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최종적·불가역적 성격이며 기본적으로 최종적 합의를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장관 직속 '위안부 검토 TF'가 비공개 외교 내용을 언급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부는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결론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보고서는 책임을 몽땅 전 정부에 떠넘기는 내용 뿐"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위안부 TF가 발표한 것을 보면 대통령과 외교부가 지난 정권에 대한 잘못만 열심히 지적하고 있는데,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고 개탄했다. 유승민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본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통상 30년 동안 비공개 처리하는 외교문서를 2년 만에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인기 영합적인 행위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가면서 국가 기밀도 비밀도 다 해제하면서 정치보복과 정책보복에는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 왜 아랍에미네이트(UAE)에서 지난 8개월동안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 국민들 앞에 진실한 고백을 하지 않는지 저는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장제원 대변인은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위안부 합의 내용을 전면 공개했으니 이제 문재인 정권은 국익을 핑계로 어떠한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비공개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청와대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게이트와 중국과의 3불 정책 합의에 대해서도 낱낱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