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열 원장 “대공수사-정보수집 기능 분리는 어불성설...간첩 잡지 말자는 말”
  • ▲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한 29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한 29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가 국가정보원 개혁을 명분 삼아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정원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관계없이 북한 핵 및 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북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공정보와 대공수사를 분리한다는 발상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정보수집 및 수사권을 양분한다면, 대공수사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친여(親與) 성향의 국정원 개혁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대공수사권 이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공수사권 이관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 문제는 연말 예산 정국과 맞물려,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9일 국정원은 대공(對共)수사를 이관 또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국정원 개혁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했다.

    개혁위는, 국정원 정보수집 범위를 △국외 및 북한정보 △방첩·대테러·국제범죄 조직 △방위산업 침해 △경제안보 침해로 한정했다. 특히 국정원 개혁위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는 정보수집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핵심 현안인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권한을 경찰에 이관하거나 독립된 안보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당초 정부 방침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으나, ‘수사권과 정보수집기능 분리는 사실상 대공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독립된 안보수사청 설치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대놓고 간첩을 안 잡겠다는 이야기"라며 "북한 대남정찰총국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보수집과 수사권을 이원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요즘 간첩은 제3국을 통해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데, 해외정보 수집이 안 되는 검찰과 경찰이 이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 역시 "현재 대공 범죄는 그 특성상 수사와 정보가 분리돼서는 대처할 수 없는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찰 출신 한 관계자는 "대공 수사는 그 특성상 단시일 안에 잡아낼 수 없다"며, "단기간 내 수사 성과를 올려야하는 검찰 및 경찰 조직에는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을 새롭게 만들려면 사실상 기존 국정원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조직을 만들어야한다"며 "그럴 바에 국정원 대공 수사 조직을 그대로 두는 게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