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신작, 9월 21~24일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 ▲ 왼쪽부터 무용수 조용진·이요음, 안호상 극장장, 김상덕 예술감독, 배정혜 안무가, 정구호 연출, 무용수 송지영·김병조.
    ▲ 왼쪽부터 무용수 조용진·이요음, 안호상 극장장, 김상덕 예술감독, 배정혜 안무가, 정구호 연출, 무용수 송지영·김병조.
    한국 고전문학 '춘향전'이 배정혜 안무가와 정구호 연출을 만나 젊은 감각의 현대적인 춤사위로 되살아난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 '춘상(春想)'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한국무용사에 빼놓을 수 없는 안무가 배정혜의 2002년 '춤, 춘향'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묵향'과 '향연'을 통해 세련된 미장센을 보여준 정구호가 연출을 맡으며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의 작곡가 이지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대중가요를 무용곡으로 편곡했다.

    배정혜 안무가(73)는 4일 오후 국립극장 내 연습실에서 진행된 '춘상'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창작 한국무용은 보기에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춘상'은 오히려 반대로 정말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다. 대중음악을 바탕으로 그 곡에 맞춰 어떤 춤이 등장할지 관객들은 궁금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시대적 창작의 현대화에 따른 거부반응에 대해 "한국전통춤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분위기와 음악을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춤사위 같지만 그 안에는 전통의 호흡이 들어있다. '한국무용도 즐거운 요인이 있구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 왼쪽부터 무용수 조용진·이요음, 안호상 극장장, 김상덕 예술감독, 배정혜 안무가, 정구호 연출, 무용수 송지영·김병조.
    '춘상'은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라는 의미로, 스무 살 청춘들이 겪을 법한 사랑의 감정들을 1막 8장으로 엮었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모티브로 시공간을 현대로 옮겨왔으며, 춘향과 몽룡은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는 '춘'과 '몽'으로 재탄생된다.

    두 남녀 무용수는 짜릿한 첫 만남부터 사랑의 기쁨, 부모의 반대로 인한 갈등과 이별, 이후 극적인 재회를 거쳐 언약에 이르기까지 총 8개의 장면을 통해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춤으로 그려낸다.

    무대·의상디자인을 함께 맡은 정구호(52) 연출은 "춘향전의 2017년 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 '춘향전'을 베이스로 놓고 멜로 드라마의 사랑이야기 공식을 가져왔다. TV 드라마 '도깨비'처럼 현대적인 감성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춘상'은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를 성공적으로 마친 정 연출이 처음 시도하는 극 형식의 무용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무대 위에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오페라, 뮤지컬과 같이 입체적 공간감을 더한 대형 세트를 선보인다.

    "구조물을 변화시켜 무대전환이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인 비주얼은 모던하게 무채색으로 현대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회전무대 위에 세운 모노톤 복층 무대는 360도 회전하고, 베이지·그레이·버건디 3가지 색의 간결한 의상은 사랑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 ▲ 왼쪽부터 무용수 조용진·이요음, 안호상 극장장, 김상덕 예술감독, 배정혜 안무가, 정구호 연출, 무용수 송지영·김병조.
    주인공 '춘'과 '몽' 역에는 지난 6월 '리진'에서 연인 호흡을 맞추며 국립무용단의 차세대 간판 커플로 떠오른 이요음·조용진이 출연하며,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겸비한 송지영·김병조가 더블 캐스팅돼 원숙한 사랑을 그려낼 예정이다.

    이날 이요음·조용진은 '춘'과 '몽'이 만나는 1장 '축제'부터 사랑스러운 듀엣으로 표현되는 2장 '만남'을 시연했다. 1장은 신나는 스윙 재즈풍이 가미된 음악과 어우러져 역동적이고 경쾌했으며, 쭉쭉 뻗는 몸짓은 가요 무대 위에서의 칼군무를 연상케 했다. 

    2장에서는 볼빤간사춘기의 '우주를 줄게'가 흘러나오며 두 주인공은 물결치듯 넘실대고 부드러운, 유혹적인 춤사위를 드러냈다. 수줍지만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이요음의 손을 잡은 조용진, 두 사람의 모습에서 첫사랑의 설렘과 풋풋함을 떠올리게 했다.

    안호상 극장장은 "신작 '춘상'은 아름다운 모던 클래식 같은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이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지난 5년간 축적한 레퍼토리들이 굳건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새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한국적인 소재를 계속 발굴하는 것이 국립극장의 사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 2만~7만원.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 02-2280-4114.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