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반발에 바른정당 탈당파 주춤…'보수대통합' 깨질 위기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경북 안동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경북 안동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홍 후보가 4일 안동 거점 유세에서 "우리 모두 용서하고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르기 위해 친박들 당원권 정지된 거 다 용서하고, 바른정당에서 다시 들어오려는 사람도 다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복당 문제로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처럼 비쳐질 조짐이 보이자, '일괄복당' 카드로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이날 유세 직후 기자들을 만나 "내가 (바른정당 의원들을 입당)하라 했다"며 "그리고 친박들도 다 풀어주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 날 홍 후보와 함께 천태종 도용 중정대종사를 방문한 정갑윤 의원도 "송장도 나서서 움직여야 할 시긴데, 마른자리·진자리 가리고, 니가 오니·내가오니 그런 것보다 나라를 구해놓고 봐야한다. 모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범 보수 세력은 지난 4·13총선 과정에서 시작된 내홍사태로 인해 갈라졌다. 비박계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에 강하게 반발했고,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를 향해 '배신자'라 비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넘는 과정에서 비박계 의원들은 바른정당을 창당, 새살림을 차렸다.

    자유한국당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난 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 '친박 청산' 과정을 거쳤다. 이정현·정갑윤 의원은 탈당했고,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당원권 정지 3년, 윤상현 의원은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았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충북 제천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충북 제천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로써 자유한국당에는 김진태 의원 등 경선결과에 승복한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강성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홍 후보는 이런 균형 속에서 당을 안정시키며 대선을 치렀다. 바른정당 사람들에게는 "문을 열어놓겠다. 들어오라"고 했고, "사법적 탄핵에는 문제가 있다"며 태극기 세력도 어루만지는 행보를 계속했다. 천신만고끝에 그는 언론의 '7%짜리 후보'라는 냉소에서 벗어나 보수 유권자들로 부터 지지를 끌어내며 상승세를 탔다. 그가 부르짖은 '보수대통합' 앞에서 친박과 비박 모두 조용한 상황이 계속되자 사람들이 서서히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1일 바른정당 의원들이 실제로 홍 후보를 만나 입당을 논의하자 자유한국당내 반발기류가 감지됐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내며 한국당 입당을 희망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복당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은 "탄핵에 앞장섰던 일부 의원들은 뼈아픈 자숙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강원도 동해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일 강원도 동해 유세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홍 후보로서는 선거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다시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이 재현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그가 말한 '보수대통합'이 공허한 외침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당 장악 등 그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특히 이 문제는 적지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 범위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홍 후보로서는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방안만 선택할 수 있다.

    이에 홍 후보가 철저하게 다른 멘트를 삼간 채 '일괄복당' 카드를 통해 당내 자중지란을 잠재우고 대선에 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연한 자세로 정면돌파를 시도, 자칫 커질 수 있는 분란의 씨앗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 후보는 이날 안동에서 짤막한 멘트 외에 대부분의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움직였다. 답답하지만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