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 3인 인터뷰 “이원집정부제 국내 현실과 안 맞아”

‘2017 헌법’이 담아야 할 핵심조항 ‘대통령 중임제’+α

‘통일대한민국’ 향한 미래지향적 헌법 개정...학자들 의견 엇갈려

이길호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10.25 17:50:36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헌법학자를 비롯한 법률전문가들은, 현행 헌법을 개정할 경우, 개헌(改憲)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인 통지구조 변화와 관련해, 정치권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학자들은 현행헌법 3조 영토조항을 비롯해 통일대한민국을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내용이 개정 헌법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학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안에 개헌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남북관계, 통일대한민국, 경제구조변화 등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지만, 개정 헌법이 영토조항 등을 균형 있게 담아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밝힌 학자도 있었다.

학자들은 외국인 관련 조항의 개정 혹은 신설, 정보기본권 관련 조항 신설 등 사회적 합의가 상당부분 이뤄진 사안을 개정헌법이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학자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었다.

뉴데일리는 개헌에 대한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법관 출신인 이재교 세종대 법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먼저 장영수 교수는 “그 동안 영토조항과 통일조항에 대해서 손질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통일조항은 이념적 대립이 매우 심한 부분이라 갈등만 더해지고, 개헌은 물 건너갈 수 있다. 경제조항도 역시 이념대립으로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임기 안에 개헌하기 위해선 이것들을 미루는 게 낫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재교 교수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경제민주화라든가 영토조항 등을 손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한 쪽에서 극렬히 반대하면 정치권 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반면 김상겸 교수는 “남북통일과 영토조항은 균형 있게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며, 두 교수와 확연히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반도 정세·논의시간 고려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정답


개정헌법 최대 쟁점이라 할 수 있는 통치구조변화에 대해, 세 명의 교수는 모두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보다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현실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장영수 교수는 "(사회적으로) 5년 (대통령) 단임제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에 대해선 합의가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개헌이 통과되려면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느냐"며, 대통령 중임제에 표를 던졌다.

장 교수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효율적 통치구조로) 성공하기 위해선,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들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성공할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행과 같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임기말 권력 누수’와 ‘무책임성’을 꼽으면서, “다시 한 번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임기 말이라도 대통령이 의욕을 잃고 대충하는 부분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과 총리가 있는 만큼 사실상 이원집정부제 구조로도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이원집정부제를 빼고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중임제를 놓고 본다면 4년 중임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원내각제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그럴 경우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이 부분을 놓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국민여론이 의원내각제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겸 교수는 이원집정부제의 역기능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원집정부제가 우리 정치 현실에 맞는지 먼저 논의를 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를 보면 대통령에게 외교와 국방권한을 주고, 의회로부터 선출된 내각은 내정에 대해서만 관장하게 구분했다"며, 이런 제도적 특징은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우리가 외치와 내치를 나눌 경우 북한에 대한 신속 대응과 강대국들과의 외교 등에서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대통령과 수상이 다른 정당일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는 대통령제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통제를 완화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4년 중임제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떤 형태든 직접 실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통치구조 변화와 관련된 결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17헌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조항은

'새 헌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핵심조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장영수 교수는, 기본권 항목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본권과 관련해서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은···권리을 가진다'는 식의 표현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으니 ’외국인‘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맞춘 정보기본권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겸 교수는 "현행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기반한 공화국이라는 뜻인데, 오늘날에 있어선 ‘법치’가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민주적 법치국가'라고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주자들의 국적 문제도 독일 연방헌법처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개인 정보가 기본권에 포함되는데, 우리도 정보기본권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겸 교수는 ”정부 형태와 관련해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관계 설정도 지켜볼 문제"라며, 헌재의 권한과 역할, 위상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이재교 교수는 "이번엔 권력구조 문제만 손 대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게 낫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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