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간치·글로디스 로시 등 출연…11월 8∼13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세계적인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를 만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1월 8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되는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마체라타 스페리스테리오 야외 극장(Arena Sferisterio di Macerata)이 헤닝 브록하우스(Henning Brockhaus)에게 의뢰해 1992년에 공연했던 작품을 그 연출 그대로 재현한다.

    무대 위 거대한 거울과 화려한 그림이 선보이는 독특한 시각적 효과가 인상적이며, 이미 그의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했던 관객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더 뉴 웨이 (The New Way)'라는 부제를 달았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라 트라비아타' 기자간담회에서 헤닝 브록하우스 연출은 "드디어 한국에 오게 됐다.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며 "화려하고 특별한 무대와 노래를 통해 쾌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첫 내한 소감을 말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길을 벗어난 타락한 여인'이라는 뜻이다. 실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알렉상드로 뒤마 필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파리의 고급창녀 비올레타(소설 속 이름은 마그리트)와 순수한 귀족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 브록하우스는 원작에서 그려지는 비올레타에 집중했고, 공연의 기본적인 요소는 베르디 악보의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충실히 따랐다. 그는 "'라 트라비아타'가 소설 '동백꽃 연인'을 소재로 한 오페라라는 것을 대부분 잘 모르더라"면서 "오페라 자체를 지배하는 것은 음악이다. 베르디가 지금 살아있다면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브록하우스는 뛰어난 색채 감각과 함께 작은 소품 하나에서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계산해 화려함과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객석이 무대가 되고 무대바닥이 배경이 되는 등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상상초월의 독특한 연출을 선보인다.

    요셉 스보보다(Josef Svoboda)가 디자인한 무대는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서면 텅 빈 무대 위의 눕혀진 거대한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암전 상태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천천히 올라가는 높이 12미터, 가로 22미터, 무게 1500kg의 거울을 마주한다.

    브록하우스는 "거울로 인해 두 개의 관점, 시선이 존재하게 된다. 무대 위의 거울은 객석에서 봐서는 안 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관객을 마치 커튼 뒤에 숨어서 뭔가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처럼 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은 수평과 수직이 변칙적으로 얽혀 있는 원근법으로 보여진다. 이는 관객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며 "공연의 마지막은 거울이 들어 올려지며 관객이 거울에 비친 마주하는데, 그때 극 분위기는 '오라토리오'처럼 변한다. 관객은 비올레타 죽음에서 밀려오는 감동에만 몰입하지 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 트라비아타'의 주 이야기는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매춘부의 거실에서 시작한다. 부유했지만 동시에 퇴폐적이었던 파리의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를 모티브로, 무대 위 가볍고도 관능적인 의상들은 작품 속 화류계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국내 오페라 관객에게 세계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페라단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라 트라비아타' 초청공연에 가장 고심한 부분 중 하나는 캐스팅이다. 세계 최정상의 가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뛰어난 출연진을 한국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비올레타 역'에는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와 알리다 베르티가 노래하며, '알프레도' 역에 테너 루치아노 간치, 제르몽 역은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가 맡는다. 지휘자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는 서울시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