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외무장관 "양국 관계 아주 견고하고 강하다는 것" 자화자찬
  • ▲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바마, 두테르테.ⓒ美'CNN'중계영상 캡쳐
    ▲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바마, 두테르테.ⓒ美'CNN'중계영상 캡쳐

    한 나라의 정상들이 2분 동안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ASEAN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회담'을 나눈 시간이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거친 욕설로 취소될 뻔 했던 미국-필리핀 정상 회담은 회담이라 부르기 민망한 '2분 짜리 비공식 만남'으로 끝났다.

    美'AP'통신, 'CNN', 'CNBC' 등에 따르면 오바마 美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잠깐 동안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공식적인 것도 아니었고, 만찬 일정에 앞서 대기실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정도였다고 한다.

    양국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필리핀 정부 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고 있다.

    찰스 조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오바마 美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2분 회담'에 대해 "두 정상의 만남은 상호 합의된 것"이라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는 미국과 필리핀이 아주 견고하고 강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상원의원까지 나서 "두 정상의 만남이 따듯하고 화기애애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백악관의 태도는 냉랭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필리핀 정상 간의 만남 자체를 확인도 해주지 않다고 알렸다고 한다. 백악관 측은 그러면서 "두 정상 사이에는 그냥 사교적인 이야기만 오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필리핀 간의 이런 온도 차이는 지난 9월 5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ASEAN 정상회의 참석 직전 기자들 앞에서 한 '막말'이 문제였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사범 처형정책'에 대해 오바마 美대통령이 '인권'을 이유로 한 마디 할 것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의 범죄소탕 정책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뭐라고 비난한다면 그를 향해 개X끼라고 욕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내용은 즉각 美언론에도 전해졌고, 美백악관은 이튿날 美-필리핀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필리핀 정부는 진화에 나섰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언론과 만나 "지난 발언을 후회한다"고 사과했다.

    이후 일부 언론들이 "오바마 美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라오스에서 열리는 ASEAN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2분 짜리 사적대화'로 그친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공동 대응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된 뒤 마약 용의자들을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결 처형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자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후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처형한 마약 사범은 2,40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