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한류 차단 의무 있는 당 간부들마저 한국 방송 더 선호"
  • ▲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가요 유포를 엄격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특권층은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은밀하게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4년 7월 북한 주민 절반이 한국 드라마를 접해 봤다는 'tv조선' 보도 일부.ⓒ'tv조선'중계영상 캡쳐
    ▲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가요 유포를 엄격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특권층은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은밀하게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4년 7월 북한 주민 절반이 한국 드라마를 접해 봤다는 'tv조선' 보도 일부.ⓒ'tv조선'중계영상 캡쳐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내에서는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된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오히려 평양의 특권층들이 더욱 즐긴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 평양 특권층들은 특히 한국 TV방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에 외부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TV방송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으로 여행 온 평안남도 여성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에서 송출하는 TV공중파 신호가 평성, 순천 일대에서도 잡힌다"면서 "그래서 몰래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한국 TV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당 간부들"이라며 "이들은 외부에는 (한국TV방송을 본다는 사실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한국 TV를 본 사실이 밝혀지면, 최악의 경우 '정치범'으로 몰려 가족들 모두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한국 TV시청이 가능한 지역은 평양 일대와 황해도와 함경도 등지의 평야 지대, 해안 도시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KBS를 실시간으로 본 적이 있다는 여성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어느 해인가 안테나를 돌리다가 한국 TV신호가 잡혀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높은 산악이 가로 막히지 않은 벌방(평야) 지대와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서 한국 TV신호가 잘 잡힌다"면서 "특히 흐린 날에 더 선명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모두가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북한 컬러텔레비전 체계는 PAL방식(독일 텔레푼켄社가 개발한 텔레비전 방식 일종)이고, 한국은 NTSC방식(미국의 텔레비전 방송규격 심의회에서 제정한 텔레비전 방식)이기 때문에 서로 호환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디지털 방식의 TV는 자동으로 PAL과 NTSC방식의 수신을 설정하기 때문에, NTSC방식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텔레비전을 갖춘 집은 한국 TV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밀수로 중고 텔레비전이 적지 않게 북한에 들어왔는데, 이런 텔레비전 가운데는 PAL과 NTSC방식을 겸용한 TV가 적지 않아 한국 TV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탈북자는 "아직 북한 당국이 한국 텔레비전 시청 단속에 눈길을 덜 돌리고 있다"면서 "더구나 한류를 차단해야 하는 보위부나 노동당 간부들이 한국 TV방송을 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