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난 것처럼 법석 떠는 3당 원내대표도 한심… 그렇게 민생·경제 한가한가
  • ▲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 대신 비교섭단체 정의당 소속인 추혜선 의원의 상임위 재배정 문제를 의논하는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사진DB
    ▲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 대신 비교섭단체 정의당 소속인 추혜선 의원의 상임위 재배정 문제를 의논하는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사진DB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닷새째 국회 로텐다홀에서 농성 중이다. 추혜선 의원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소속으로 국회법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 배정했으나, 자신의 전문 분야라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재배정해달라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의당이 이처럼 상임위 배정에 반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할 때,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원하던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배정받지 못하자 로텐다홀에서 농성을 벌여 결국 관철시킨 적이 있다.

    추혜선 의원 또한 이러한 선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하다. 추혜선 의원은 "당연히 미방위에 재배치될 것이라 믿고, 그러한 전례도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일에 반발하는 농성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민의의 전당에서조차 '떼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준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국회는 그 존재 의의를 잃게 될 것이다.

    상임위 배정은 교섭단체 의원들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재선 의원은 1지망·2지망·3지망 상임위를 써냈지만 하나도 되지 못하고 엉뚱한 상임위로 가게 됐다. 야당의 3선 의원은 그간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상임위가 아닌, 한 번도 속하지 않았던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게 되기도 했다.

    국회에 300명의 의원이 있는데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대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유의미한 숫자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서도 의원들의 상임위를 원하는대로 배정하지 못하는데, 비교섭단체 의원이 일단 농성부터 시작하고 '떼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의당이 비교섭단체이긴 하지만 정의당을 선택해준 171만 명의 국민들을 이렇게 자투리 취급해도 되는 것이냐"고 했다. 물론 지난 4·13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를 한 우리나라 유권자가 한 200~3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그 중 171만 표를 얻었다면 '자투리' 취급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2443만 명이 투표를 했다. 비례대표에 한 표를 던진 이들 2443만 명의 국민들이 정말로 정의당이 20대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정의당이 비례대표로 추천한 인사들이 자기가 원하는 상임위에서 꼭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절절히 느꼈더라면 정의당에 더 많은 표를 줘서 이 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었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정의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민승리21'부터 따질 경우 20년 가까이 되며, 창당으로부터만 따져도 만 4년이 돼간다. 그토록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번 4·13 총선에서 창당된지 두 달 된 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줄지언정 정의당은 교섭단체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 뼈저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마당에 선례를 운운하며 자신들의 상임위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을 때 관성적으로 해오던대로 로텐다홀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행태가 한심스럽다.

    정의당과 추혜선 의원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돼야 하는 이유로 '전문성'을 들지만, 앞서 밝혔듯이 전문성과 무관하게 상임위가 배정된 의원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헌법학자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에 배정됐는데, 추혜선 의원의 언론 분야 전문성이 정종섭 의원의 법학 분야에서의 위상과 견줄만 한지도 의문이다.

    또, 전문성으로만 따지자면 국회의원들은 모두 하나의 상임위에서만 계속 일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4년 임기마다, 또 4년 임기 내에서도 전반기·후반기 2년마다 상임위를 바꾸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특정 계급·특정 직능단체의 입김을 대변하고 압력을 넣으라고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의대표이기 때문이다.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와 관례를 모르지 않을텐데,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라도 터진 것처럼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회동까지 열며 수선과 법석을 떠는 여야 3당 교섭단체들의 모습도 한심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정말로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민생·경제 현안에 그렇게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