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혁명’ 가수 ‘데니스 호’ 소식에 리카싱 차남 소유 통신사 ‘평생 모델’ 기용
  • ▲ 현재 홍콩과 中공산당 간의 '여론전쟁' 한복판에 서게 된 홍콩 가수 '데니스 호'. 2007년 1월 한 시상식에서의 모습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현재 홍콩과 中공산당 간의 '여론전쟁' 한복판에 서게 된 홍콩 가수 '데니스 호'. 2007년 1월 한 시상식에서의 모습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자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와 인권유린에는 찍 소리도 못하는 중국인들, 유독 주변국에 대한 ‘내정간섭’에는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대만 출신 가수 ‘쯔위’가 자국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한국 방송에서 흔든 것을 놓고 별의별 난리를 피웠던 중국인들이 이번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취소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英BBC 등은 中공산당 기관지의 여론선동으로 ‘민주화 가수’의 콘서트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SCMP 등에 따르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랑콤’은 홍콩 여가수 ‘데니스 호’를 초청해 신상품 판촉 콘서트를 오는 19일 열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지난 4일 SNS인 웨이보에 “랑콤이 홍콩에서 홍콩과 티베트 독립을 주장한 ‘데니스 호’를 초청해 판촉 대변인을 맡기기로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속셈은 홍콩의 민주화 가수가 설쳐대는데 中공산당으로부터 댓글 하나 당 0.5위안을 받는 ‘우마오당’은 뭐하고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환구시보’가 웨이보에 올린 글은 즉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청난 수의 중국인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 때 끝까지 참여한 ‘데니스 호’의 행적을 끄집어내 그녀를 비난하면서 콘서트를 주최하는 랑콤을 향해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화장품을 못팔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랑콤 측은 결국 지난 5일 페이스 북을 통해 “데니스 호는 판촉 행사 대변인도, 모델도 아니다”라고 해명한 뒤 “안전 상의 이유로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벌떼처럼 몰려든 중국인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랑콤 측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더욱 의기양양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에는 “앞으로 중국에서 돈 벌려는 외국기업과 연예인들을 중국을 더욱 존중해야 할 것”이라는 사설까지 내놓았다.

    랑콤이 中공산당에 굴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中공산당 기관지가 거드름을 피우자 ‘데니스 호’는 “세계적 브랜드라는 랑콤마저 中공산당의 패권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데니스 호’의 팬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홍콩 시내의 랑콤 매장으로 달려가 “랑콤은 자기검열을 중단하라” “로레알 그룹 제품을 사지 말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랑콤 매장 주변에는 反공산당 구호가 적힌 전단들이 붙었고,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도 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홍콩 최대 통신사 PCCW가 개입하면서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PCCW가 ‘데니스 호’를 자사 음악 애플리케이션의 평생 모델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PCCW의 소유주가 리카싱 청쿵그룹의 차남 ‘리처드 리’라는 사실은 中공산당에게도 충격을 줬다. 세계 화교 가운데 가장 거액을 투자한 청쿵그룹 가문의 일원이 中공산당에 ‘반기’를 들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중국 SNS에서는 청쿵그룹 가문이 소유한 브랜드의 물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선동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 ▲ 데니스 호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유덕화, 주윤발, 양조위 등은 2014년 10월 中공산당에 의해 대륙 활동이 금지됐다. ⓒ2014년 10월 24일 YTN 관련보도 캡쳐
    ▲ 데니스 호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유덕화, 주윤발, 양조위 등은 2014년 10월 中공산당에 의해 대륙 활동이 금지됐다. ⓒ2014년 10월 24일 YTN 관련보도 캡쳐

    ‘데니스 호’ 콘서트 취소와 관련해 홍콩 시민들 상당수도 ‘데니스 호’를 지지하고, 랑콤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와 BBC는 지난 9일 보도에서 “이번 일로 홍콩 시민들의 反中정서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니스 호’는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혁명’ 당시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中공산당의 독재체제를 반대하고 티베트 독립을 찬성하는 ‘깨어 있는 가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데니스 호’와 뜻을 함께 하는 홍콩 연예인으로는 유덕화, 주윤발, 양조위, 금성무, 두문택, 황요명, 하운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