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호 35호 전재>역사에서 보는 통일

    “정사가 어지러워 멸망의 날이 멀지 않았소”

    - 고구려의 붕괴에서 북한을 보다 -

    고 성 혁  디펜스타임스 편집위원

  • ▲ 지난 4월 집단 탈북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
    ▲ 지난 4월 집단 탈북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

    대한민국 품에 안긴 탈북자 2만8천여 명

      지난 4월 7일 중국에서 영업하는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하여 입국했다.
    기존 탈북자와는 많이 달랐다. 당당히(?) 여권(旅券)을 갖고 들어왔다. 
    이들은 북한에서도 소위 상류층에 속한다는 그룹이다. 그런데도 집단 탈북했다.
    2015년 말 현재 대한민국 품에 안긴 탈북자 수는 2만8607명이다.
    이들 중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인원은 2만65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마도 1·4 후퇴이후 가장 많은 북한주민이 대한민국으로 내려온 상태일 것이다. 

      1980년대 <따뜻한 남쪽나라>로 내려온 김만철씨 가족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그 때만 해도 탈북(脫北)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탈북이라는 말 대신에 귀순(歸順)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귀순용사의 기자회견은 반공교육에 활용되었다. 

  • ▲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서 탈북한 김만철 씨 일가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모습(자료사진)
    ▲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서 탈북한 김만철 씨 일가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모습(자료사진)

      그러나 이제는 탈북자만의 방송도 생겼다. 종편방송 프로그램 중에는 탈북자들이 나와서 가장 최신(?)의 북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탈북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도 머지않았다는 전주곡이다. 그것은 역사가 말해주기도 한다.

      삼국시대 때도 그랬다. 백성들은 서로 살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었다. 백제 동성왕 21년(서기 499) 기록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여름에 크게 가물어 백성들이 굶주려서 서로 잡아먹을 지경이었고 도적이 많이 생겼다. 신하들이 창고를 풀어 구제하자고 하였으나 임금이 듣지 않았다. 한산 사람 2천 명이 고구려로 도망갔다.”

      <民饑相食> 굶주린 백성이 서로 잡아먹었다는 기록이다. 백제 동성왕은 결국 신하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절에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탈북자들이 증언했다. 북한 김씨 세습독재정권은 무려 역사를 1500년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백성이 도망가면 그 나라는 망한다

      웅진백제 시절 무령왕21년(591년)에는 백강(금강)일대에 큰 홍수가 났고 가을에는 메뚜기 떼가 곡식을 해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로 인해 백성들이 굶주려 신라로 도망간 자가 9백 호였다고 한다. 900호라면 4인 가족으로만 잡아도 무려 4,500명에 이른다. 농경사회에서 인력 손실은 국가경제에 치명적이다. 또한 웅진백제 시절은 백제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흉년까지 나면 백성들은 살기 위해 고구려로 신라로 도망한 것을 알 수 있다.

      굶주림보다 더 많은 백성이 집단 망명하게 하는 것도 있다. 바로 전쟁과 정치적 격변이다.
    삼국사기 열전 거칠부(居柒夫)편에 보면 고구려 승려 혜량법사가 신라로 망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거칠부가 승려로 위장하고 고구려를 염탐했을 때 고구려 혜량법사는 거칠부가 신라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숨겨주었다. 달리 해석하면 신라 거칠부장군에게 포섭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고구려 장수왕도 승려 도림을 간첩으로 활용했다. 고구려 간첩 도림은 백제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여 개로왕에게 접근하였다. 결국 장수왕의 세작 도림에게 속아 넘어간 개로왕은 아차산성에서 참수되고 말았다.

      고구려 승려 혜량법사는 신라가 지금의 단양과 충주 일대를 점령하자 추종자들을 이끌고 신라로 집단 망명하였다. 신라 거칠부장군 편에 보면 그 내용이 재밌게 기술되어 있다.

      진흥왕 12년(서기 551) 진흥왕은 거칠부에게 명(命)하여 백제와 함께 고구려를 공격하도록 명령하였다. 백제인들이 먼저 평양을 격파하고, 거칠부 등은 승세를 몰아 죽령(竹嶺) 이북 고현(高峴) 이내의 10개 군을 빼앗았다. 
      이때  고구려의 혜량법사가 무리를 이끌고 길가에 나와 있었다.
    거칠부가 말에서 내려 군례로써 인사하고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옛날 유학할 때 법사님의 은혜를 입어 목숨을 보전하였는데, 지금 뜻밖에 만나게 되니
    어떻게 보답하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법사가 대답하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사가 어지러워 멸망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귀국으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오.”

      이에 거칠부가 같이 수레에 타고 돌아와서 왕에게 배알시켰다. 왕이 그를 승통(僧統:승려의 가장 높은 지위)으로 삼고 처음으로 백좌강회(百座講會)와 팔관법회(八關法會)를 열었다고 삼국사기에는 기록되어 있다. 불교의 팔관법회의 시초는 바로 혜량법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전사한 신라병사에 대한 위령제였다. 신라 호국불교(護國佛敎)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고구려의 승려 혜량법사의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사가 어지러워 멸망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귀국으로 날 데려가 주기를 바라오.”

  • ▲ 신라 진흥왕 시절 최초로 열린 팔관법회의 현재 모습(자료사진)
    ▲ 신라 진흥왕 시절 최초로 열린 팔관법회의 현재 모습(자료사진)

    더럽게 망한 고구려 - 주력군이 당나라에 망명
          
    당시 고구려는 지도부 내분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일본 측 기록에 보면 고구려 안원왕이 죽자 세자책봉문제로 왕비세력 간에 정치적 충돌이 빚어졌다. 급기야 정치세력 간에 군사적 충돌로 이어져서 고구려 지배층 약 2,000여명이 죽었다고 일본의 역사서인 <백제본기>를 인용하여 서술하고 있다.

      고구려는 수나라의 백만 대군도 막아내고 당태종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었다.
    오죽하면 당태종은 죽으면서 고구려를 침공하지마라고 유언까지 남겼다.
    현재도 중국의 인기 경극(京劇) 내용은 당태종과 연개소문의 대결을 다루고 있을 정도다. 

      그런 고구려가 순식간에 망해 버렸다. 내부로 부터 붕괴되었다.
    연개소문에 이어 최고 권력인 대막리지에 오른 맏아들 연남생은 동생들의 쿠테타로 당나라에 망명했다. 문제는 연남생 수하에 있던 말갈족까지 함께 당나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당시 연남생이 이끌던 말갈족은 고구려의 주력군이었다. 한마디로 고구려의 주력군(主力軍)이 당나라로 망명하였으니 고구려는 허깨비나 마찬가지였다.

      당나라에서 관직을 받은 연남생은 자신의 말갈족과 당나라 병력까지 이끌고 고구려로 침략했다. 형의 아우에 대한 복수였다. 그렇게 고구려는 당나라에 멸망당했다. 형제간의 싸움으로 만주 땅이 중국으로 넘어간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때 고구려의 왕족 고안승은 추종자들을 이끌고 신라로 망명했다. 문무대왕은 고구려 왕자
    고안승에게 지금의 익산지역 땅을 하사(下賜)하고 보덕국(報德國)의 王으로 칭했다.

  • ▲ 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김정은의 이복 형.(자료사진)
    ▲ 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김정은의 이복 형.(자료사진)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기 전에 우리가 통일해야
     
      고구려가 망한지 1,300여년이 지난 오늘, 북한의 모습은 흡사 똑같다.

     굶주림에 탈북자는 계속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북한 보위부 고위직도 망명했다고 뉴스를 탔다. 김정은의 형 김정남은 동생 때문에 중국을 떠도는 국제 미아가 된 상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는 필연이 있다면 북한은 망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흔히 망해도 곱게 망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고구려는 참 더럽게 망한 케이스다.
    이민족에 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잘못하다간 중국에 먹히게 생겼다.
    만(萬)에 하나, 김정은을 제거하는 정변(政變)이 중국에 의해 발생한다면 사실상 뒷감당이 안 될 수 있다.  김정은을 제거한 세력이 중국편에 선다고 해도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북한에 대한 시각이 과거 속국(屬國)을 보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 ▲ 중국 주재 우리 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들(자료사진)
    ▲ 중국 주재 우리 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들(자료사진)

      그렇다면 해결책은 오직 한가지다.

    우리 헌법이 명하는 바와 같이 북한 지역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이 실질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흡수통일>이다. 우리가 통일하지 않으면 당나라가 고구려를 먹듯이 중국이 북한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