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머물던 호국의 산실 여수… 문재인 호남 방문, 민초가 판단할 것
  • ▲ 이충무공이 임란 중 지휘소로 사용했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에 중건된 여수 진남각.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이충무공이 임란 중 지휘소로 사용했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에 중건된 여수 진남각.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호남 방문에 나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기간 중 광주천·충장로·전남대·월곡시장 등에서 광주시민들과 접촉하고,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도 발표하는 등 위로·사과·경청 목적의 행보를 한다고 한다.

    이처럼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찾기 전날,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지켜냈던 호국의 산실 여수 진남관에 올랐다. 진남관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휘소로 사용한 진해루가 있던 곳으로, 지금의 건물은 숙종 42년(1716년) 화재로 전소됐던 것을 2년 뒤에 전라좌수사 이제면이 중건한 것이다.

    정유재란을 앞둔 절체절명의 시기, 그 시절에도 삼도수군통제사에 이충무공 대신 전패(全敗)의 졸장 원균을 세우려 하는 자들이 있었다. 조정 내에서의 기득권과 특정 계파(붕당)의 패권을 유지하려 하는 세력들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이들 계파패권주의자들 때문에 결국 이충무공은 백의종군의 신세로 내몰리고 원균이 호남으로 되돌아왔다. 사람으로는 원균을 불러들인 것이되 기실은 화(禍)를 호남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칠천량해전으로 조선 수군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으며, 그 피해는 여지 없이 호남의 백성들에게 떨어졌다.

    지금 호남을 찾겠다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라고 하면 이미 국민들과 야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끝난 인물이다. 일단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양보를 받은 것도 모자라 호남에서 90%가 넘는 몰표를 몰아줬는데도 졌다. 이후 당대표를 맡아 치른 두 차례의 재·보궐선거에서도 전패에 가까운 참화를 겪었다.

    문재인 전 대표로는 다가올 대선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전망이 파다하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7일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씨의 당이고 문재인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당"이라면서도 "그들의 꿈은 이뤄질 수 없다고 이미 평가가 끝난 당"이라고 잘라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도 지난 3일 "문재인 씨로는 야권에서 절대로 대통령 선거를 이길 수가 없다"며 "비겁하게 총선은 나오지 않고 대선을 준비하는 문재인 씨는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패장은 원균인데 전화는 호남 백성들이 입었듯이, 선거에서 지는 것은 문재인이요, 친노(親盧)인데 피해는 전부 호남 주민들 위로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는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7일 "표만 받아가고 후보는 패배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인해서 우리 호남은 대선만 끝나면 집권 세력으로부터 항상 소외되고 배제되고 무시되고 낙후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왜 우리가 가능성도 없고 희망도 없는 더불어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 선거만 끝나면 엄청난 피해를 받는 어리석음을 범해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이날 박주선 최고위원의 연설을 경청한 방림동 주민 손모 씨도 "새누리당에게는 미움을 사고 친노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집권 세력으로부터는 미움받고 짝사랑했던 친노로부터는 멸시받는 이중의 고초를 토로했다.

    혹여 대권은 호남과 영남의 인구 격차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호남 후보를 내세우는 게 여의치 않다 하더라도, 호남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정당에서 당권이라도 호남인이 대표를 해보자 해서 지난해 2·8 전당대회 때 박지원 의원이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나.

  • ▲ 여수 진남각에서 내려다 본 여수. 이충무공의 상과 거북선의 모습이 보인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수 진남각에서 내려다 본 여수. 이충무공의 상과 거북선의 모습이 보인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박지원 의원은 6일 여수 서시장에서 "박지원이 당권, 문재인이 대선 후보의 길로 가는 것이 우리 호남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친노들이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고 해서 불행하게도 정당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우리의 노력은 짓밟혔다"고 한탄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박지원 의원이 말한 다음 대목이다. "박지원 당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으로 협력했지만 우리 전라남도에서도 친노패권주의의 앞잡이를 서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야당이 불행해졌다"며 "이번에 친노패권주의를 여기서 척결하자"고 한 것이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친노패권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해서 4·29 재보선 전패, 10·28 재보선 대패, 야당의 분당이라는 일련의 참상을 불러일으켰던 사람들이 지금은 사라졌을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또 전남에, 호남에 친노패권주의를 불러들일 궁리를 하고 있을까.

    다행인 것은 조선시대 때와는 달리 지금은 세상이 민주화가 됐다는 것이다.

    조선 때는 임금 한 명에게 용사출척권(用捨黜陟權)이 있었다. 관리를 쓰고 내치는 권한이 오롯이 임금에게만 집중돼 있어, 멀리 한양에서 이충무공을 파직시키고 원균을 내리꽂으니 그저 백성들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충무공을 눈물로 전송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민주의 시대다. 이제 적어도 선출직 관리는 백성이 직접 선거와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전라남도에서 친노패권주의의 앞잡이를 서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에 여기서 척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충무공을 도와 나라를 지켰던 것은 호남의 백성들이었다. 이충무공도 그 뜻을 기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 했다. 이충무공을 도와 나라를 지켜냈던 그 의병의 정신으로 이번에 호남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을 반드시 패배로 이끌 사내가 지도적 위치에 서는 것을 능히 저지할 수 있다.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는 지난 2일 목포 평화광장에서 "(친문패권주의 세력이 우리 호남의 표만 가져가고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은 것을) 사실은 탓할 것도 없고 우리가 부족한 탓"이라며 "우리가 표만 주며 무시당해왔는데 그것도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우리가 분명히 깨달았다"고 선언했다. 그 말대로다. 이곳 진남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여수 뿐만이 아니라, 순천에서, 목포에서, 보성에서, 또 광주에서, 멀리 전주와 정읍에서 민심은 친노패권주의와 그 앞잡이들의 척결을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민심을 읽고, 또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의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여수 진남관에서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전남 여수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대수 후보, 그리고 여수을에 출마한 백무현 후보의 최근 행보를 생각한다. 이충무공이 나라를 지켰던 호국의 산실 여수에서 이 두 후보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문재인 전 대표에게 "호남에 와달라"고 요청했다.

    과연 민심을 읽은 행동일까. 누가 이충무공이고 누가 원균인가. 그리고 누가 호남인들의 뜻을 받들어 내년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인물일까. 생각이 복잡해지지만, 답은 여수시민들, 그리고 호남 주민들이 이미 마음 속으로 내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