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강력한 대북 제재, 북한 열차를 넘어뜨리다.
     
    신준식  /뉴포커스
     


  • 북한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수출입 기능이 마비되면서 북한 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북 제재 이 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차 탈선 사고다.

    실례로 지난 3월 20일 경 북한의 어대진과 영광군 사이에서 60톤 급 유조 열차 두 대가 탈선 사고로 전복됐다. 120t에 달하는 디젤유가 바닥으로 쏟아질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북한 통신원은 탈선의 원인으로 수입품인 '특수강 나사못'을 꼽았다.

     뉴포커스 청진 통신원은 "대북 제재로 인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여오던 열차 부품과 특수강 나사못의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특수강 나사못은 열차 운행에 없어서는 안되는 부품이다. 소모가 잘 되는 부품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빗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특수강 나사못'은 북한 기관차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원동기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수강 재질을 쓰는 이유는 열차와 원동기 사이의 진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일반 강철로 고정시키면 열차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금세 빠져 버린다.

     통신원은 "수입에만 의존하던 특수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국내(북한)에서 제작하는 일반 강철로 나사못을 만들어 원동기를 고정시켰다. 하지만 강철 따위가 그 진동을 어떻게 이기겠나. 국내 강철 고정못은 심지어 부러지기까지 한다. 그나마 평지에서는 괜찮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으면 원동기가 계속 움직이다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열차가 멈춰버린다. 그렇게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의 여파가 북한 내 수출입을 막으면서 '특수강 나사못'으로 인한 열차 탈선 사고가 이어진다는 의견이 있지만, 혜산철도국 기관차대에서 열차 수리를 전문으로 했던 탈북민 최지환 씨는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탈북한 최 씨는 "기관차 밑을 보면 5kg쯤 나가는 철제 부품이 있다.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지렌다'라고 한다. 열차가 멈춰서면 사람들이 몰래 열차 밑으로 달려 들어 지렌다를 뽑아간다. 지렌다는 중국으로 밀수를 하게 되면 값을 꽤 쳐준다. 더욱이 수출입이 막히면서 지렌다의 값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올랐다. 그 덕에 북한에 있을 때 열차 수리를 하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지렌다 교체였다. 사람들이 하도 훔쳐가서, 열차가 멈추면 단속원을 둬야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는 "지렌다를 교체할 때, 대북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부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예전에 쓰던 노후된 부품을 가져다가 재활용한다. 수명이 다 된 부품으로 열차 운행을 하게 되면 조금만 달려도 열차가 멈춰 서 버리고, 지속적인 부하를 받게 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그마나 새 부품이 있어 교체를 해 놓으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달려들어 훔쳐가기 일쑤다. 결국 주민들 스스로 지렌다를 훔쳐감으로써 열차 사고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뉴포커스는 이중 확인을 위해 탈북민과 연계 후 청진 주민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청진 주민은 "청진이 북한 내 화물 이동의 중심지다 보니 석탄이나 광석을 실은 화물 열차들이 숱하게 지나간다. 대북 제재 이 후 청진 철도국 산하 지역에서 화물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열차가 철길 주변 주민 세대 거주지 주변까지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일부는 탈선 불안감에 잠을 설칠 정도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 또한 북한 열차 탈선 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 청진 주민은 "(북한에서) 화물 열차로 움직이는 물동량의 대부분은 대체로 건설장에 필요한 시멘트나 석탄이다. 노동당 주요 행사를 앞두고 열차 사고가 빈번해지는 이유다. 철도국 간부들은 중앙당의 건설 지시가 내려오면, 열차 설비가 노후된 줄 알면서도 열차를 출발시킨다. 부실한 상태로 운행하는 열차는 얼마 못 가 중간에 멈춰서거나, 심하면 전복 사고를 일으킨다. 대개 그런 열차는 특수강이 아닌 일반 철강 나사못이 끼져있고, 지렌다는 이미 숱하게 노후된 제품을 가져다 쓴다. 그러니까 이미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외적인 압박으로 인한 수출입 차단, 북한 주민들의 지렌다 밀수, 북한 정권의 과도한 열차 운행 지시가 북한 열차를 레일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