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일어난다면 그네들의 사정…행운을 빈다. 잘 해봐”
  • ▲ 지난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 로스차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한반도에 전쟁이 터져도 한국, 일본 그들의 일일 뿐"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트럼프 지지 채널 캡쳐
    ▲ 지난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 로스차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한반도에 전쟁이 터져도 한국, 일본 그들의 일일 뿐"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트럼프 지지 채널 캡쳐

    美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져도 미군은 한국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CNN, 英가디언 등은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일(현지시간) 美위스콘신州 로스차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청중들에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英가디언은 “트럼프, 북한과 전쟁 날 경우: 행운을 빈다, 잘 해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을 전했다.

    英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는 연설 도중 “핵무장을 한 북한이 한국, 일본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다면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건 그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英가디언은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펼친 뒤 ‘행운을 빈다, 당신네끼리 즐기라(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한미방위조약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뒤 “북한과 한국의 정전협정을 지키고 ‘미치광이 김정은’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2만 8,000여 명이 주둔해 있는데, 우리가 얻는 것이 뭐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우리 돈으로 그들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스스로 지키도록 만들 것”이라고 자신하며 “북한을 막으려면 일본이 재무장을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보다 빨리 북한을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미군 주둔비용을 전액 부담하라”는 기존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방위조약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같은 날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폐막식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를 향해 “한반도 문제, 핵비확산 문제, 한미 관계와 미일 관계에 대해 얼마나 무식한지 보여준다”고 비판한 것과 대조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美공화당 경선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해리 트루먼,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등이 “해외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이 같은 막말을 지켜만 보다가는 큰 일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