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합류 후 지지도 폭락했는데… "1월 25일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쾌재"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가 7일 선대위원회의를 위해 서울 마포 당사의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가 7일 선대위원회의를 위해 서울 마포 당사의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천정배 공동대표의 해당(害黨) 행태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를 의식했음인지 노골적으로 분당(分黨) 가능성을 압박하던 천정배 대표도 한 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 13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이던 국민의당 분당 위기는 일단 숨고르기 양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호남 연대'를 하자고 부르짖던 천정배 대표는 "연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중대결단을 하겠다"며, '중대결단'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1월 25일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1월 25일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대표의 국민회의가 통합을 선언한 날이다. 이날 양측은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정부·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비호남 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합의문 위반을 핑계삼아 '국민회의 세력'을 이끌고 다시 당을 뛰쳐나가겠다는 위협이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철수(撤收)'를 노골적으로 강권하기도 했다. 천정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당원, 특히 지도부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한다는) 이 과제를 완수하는데 비상한 각오로 총력을 기울이고 필요한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며, 안철수 대표에게 '당신이 희생양이 돼라'고 압박했다.

    나아가 11일 트위터를 통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안철수 대표)는 희생과 헌신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를 구해내고자 했다"며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총선을 구하고 민주주의를 구할 것"이라고, 자기자신은 무엇 하나 희생과 헌신한 바가 없으면서 안철수 대표에게 또 '철수'를 강요했다.

    이날 오후에는 안철수 대표를 쏙 빼놓고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무소속 최재천 의원과 서울 모처에서 3자 회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에 무소속으로 머물고 있는 한 의원이 최근 국민의당 당직에서 물러난 수도권 중진 의원의 밀명을 받아,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명을 받드는 한 비대위원과 내통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며 "가롯 유다가 금화를 받고 예수를 팔아넘기려 하는 음모가 막 진행되고 있는 매우 급박한 정국"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창당발기인 172명은 같은날 성명을 통해 "천정배 대표는 뒤늦게 국민의당에 들어와 명분 없는 더불어민주당 2중대를 고집하며 해당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야권연대 여론전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이미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확정한 당론을 무시하는 혼용무도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한 손에 야권연대를, 다른 손에 공천협박을 쥐고 흔드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라며 "하루하루 국민의당을 위기에 빠트릴 전술을 짜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몸에도 안 맞는 옷을 입고 왜 옷을 탓하고 있느냐"며 "천정배 대표의 해당 행위에 심히 유감을 표하며, 탈당 등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더 이상 '시정잡배'와 같은 정치 행태를 중단하고 차라리 당을 빨리 나가라고 성토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가 7일 선대위원회의를 위해 서울 마포 당사의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가 7일 선대위원회의를 위해 서울 마포 당사의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실제로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천정배 대표가 합류한 이후 당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리 조그마한 일이라도 단 하나도 하지 않고, 반대로 당에 해가 되는 일이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일삼아 당의 지지도가 폭락했다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한마디로 당면한 당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천정배 대표는 당의 구조가 대단히 취약하고 균열되기 쉽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광주 현역 물갈이'를 주장해, 함께 대의를 좇아 탈당한 동지들 간의 불화를 조장하고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렸다.

    최근 더민주의 공천 결과를 볼 때 친노패권주의가 전혀 청산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연대'만을 소리높여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애시당초 패권 청산에 뜻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광주 및 타 지역에서 국민회의계 인사들의 경쟁력이 부족해 공천에서 연이어 탈락하자 지분 확보 목적에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천정배 대표가 아무리 분당을 압박하더라도 안철수 대표는 초지일관 '새정치'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천정배 대표가 지난 1월 박주선 최고위원·박준영 대표 등의 뒷통수를 때리고 국민의당에 들어오겠다고 했을 때, 안철수 대표가 이를 선뜻 받아준 것은 천정배 대표에게 뭐라도 하나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라며 "창당 한 달만에 천정배 대표에게 아무런 명분도, 민심도, 밑천도 없다는 게 다 드러난 이상 압박에 굴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냉소했다.

    그러면서 "국민회의계 인사들을 다 데리고 나간다면 되레 환영할 일"이라며 '천정배계'로 분류되는 몇몇 인사들의 이름을 거명한 뒤 "지역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라 공천을 해봤자 본선에서 떨어질 게 뻔한데 그런 사람들이 한 트럭이 있은들 무엇에 쓰겠느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천정배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서조차 김하중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경선이 두려워 단수공천을 획책하고 있다는 설(說)이 있다"며 "그런 천정배 대표가 '희생과 헌신'을 입에 담는 것이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천정배 대표가 합류한 이후 당의 분란을 조장해 정당 지지도가 내리막길만 걸었는데, (정당 지지도가 높았던) 1월 25일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쾌재를 부를 일 아니냐"며 "차체에 전열을 재정비해서 총선에 제대로 한 번 임해볼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천정배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빗발치는 불만의 십자포화를 의식했음인지 12일에는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빠르면 13일 분당(分黨)될 것으로 보였던 당의 위기가 한 박자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천정배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을 찾아 "여당의 압승을 막는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내 각오"라며 "(중대결단은) 목표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어야지, 감정적으로 당을 떠난다든가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