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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종교인의 무언(無言) 설교 -
    진정한 대북지원, 자유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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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대
    (1995년생)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재학중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회원                                              
    (사) 대한민국 건국회 청년단
    회원



    한 종교인이 있었다. 그는 이웃을 사랑했다.
    그가 믿는 경전의 가르침이 그러하기에 경전에 충실했다.
    어느 날 우연히 종교인은 강도에게 잡혀있는 인질을 보게 되었다.
    처참한 몰골을 한 인질들의 모습은 그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강도의 생계를 책임지는 인질들. 자신의 피로 강도의 배를 불려야만 하는 사람들.
    자신의 감정을 팔아 강도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
    자신의 눈물로 강도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사람으로 태어나 동물로 살아가는 이웃을 보고만 있자니,
    종교인의 마음은 이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아니, 사실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졌다.
    종교인은 피가 굳고 때가 찌든, 걸레짝보다 더러운 인질들의 옷이
    자신의 심정과 꼭 같았다고 느꼈다.

    아픈 마음을 딛고, 그는 경전의 가르침에 더욱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종교인은 기도했다. 그가 믿는 신에게 인질을 도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그리고 그는 매우 강력하게 행동했다.
    종교인은 인질들을 위해 식량공장을 세우고 고아원을 세웠다.
    인질들의 장래를 위해서 영어교습소도 세웠고,
    생계를 위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선도 증정했다.
    아프지 말라고 병원도 세웠고, 깨끗이 씻고 다니라고 목욕탕도 세워줬다.
    농사도 잘 지으라고 유기농 비료공장까지 세워줬다.
    그가 베푼 구제 곳곳엔 그의 사랑이 묻어 있었다.

    종교인은 뿌듯했다.
    이정도 지원이라면 그들도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
    종교인의 마음은 이내 든든해졌다.
    하지만 그가 베푼 선의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구제받는 인질은 구제받는 순간에도 여전히 강도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이다.

    종교인의 모든 구제행동은 강도의 눈 앞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강도는 강도다. 강도의 눈 앞에서 오고가는 구제물품은 양질의 것이었다.
    강도는 여전히 강도였기에, 언제나 그랬듯 인질들의 물품을 빼앗기로 결심한다.

    굶지 말라고 세운 식량공장은 강도의 사업장이 되었다.
    부모를 잃은 고아를 위한 고아원은 강도를 아버지 삼게 하는 비상식적 시설이 되었다.
    인재 교육을 위한 영어교습소는 세계적인 강도를 양성하기 위해 악용되었고,
    생계를 위한 어선은 남을 약탈하는 해적선이 되었다.
    병원과 목욕탕은 강도에게 인정받는 자만 출입할 수 있는 특혜가 되었고,
    유기농 비료공장은 강도의 화학무기제작소가 되었다.

    종교인은 지독한 회의감에 빠졌다.
    그가 아무리 많이 베푼다 하더라도 인질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종교인의 도움에 인질들은 간신히 연명할 뿐, 강도로부터 풀려나진 못했다.
    오히려 많이 베풀면 베풀수록, 강도는 약탈에 맛을 들여 인질들을 더욱 괴롭혔다.
    마치 옷가게에 빼어난 옷들을 전시하듯이, 강도는 그가 괴롭힌 인질들의 아픔을 전시하여
    ‘우린 이렇게 힘드니 우리 좀 도와주십쇼’라고 말했다.
    지원을 받기 위한 강도의 악랄한 꾀였다.

    종교인의 도움을 받는 인질들이 여전히 강도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에,
    인질을 위해 뻗은 사랑의 손길은 강도의 윤택한 삶을 책임지는
    공범(共犯)의 손으로 변질 되었다.
    종교인은 강도의 악마성을 깨달았다.
    “강도가 악한 줄은 알았지만, 사람이 아니라 악마일 줄이야.”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입으로 뱉은 한마디였다.

    종교인은 악마에게 이용당하긴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인질들이 여전히 불쌍하기에 그는 지원을 멈추지 못했다.
    악마에게 이용당하는걸 알면서도 지원을 멈추지 못한 종교인은 결국,
    악마에게 만만한 밥으로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종교인을 맞이하며 보였던 악마의 세련된 턱시도와 고급스런 와인은
    고문실에서 입었던 실험복과 피를 받는 플라스틱 통이 되었다.

    악마의 밥이 된 종교인은 악마의 하수인에게 납치되었고
    결국, 그도 또 한명의 인질이 되었다.

  • ▲ ▲지난 11일 CNN방송에서 보도된 임현수 목사의 모습. 임현수 목사는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달, 임 목사는 북한 최고재판소로부터 ‘반국가활동’이란 죄목으로 ‘종신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 사진=기독일보
    ▲ ▲지난 11일 CNN방송에서 보도된 임현수 목사의 모습. 임현수 목사는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달, 임 목사는 북한 최고재판소로부터 ‘반국가활동’이란 죄목으로 ‘종신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 사진=기독일보

    고문실로 끌려가는 종교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실수다. 사람이 아니라 악마였음을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질의 입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내가 돈은 줬지만 자유는 주지 못했구나.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시설이나 지원이 아닌, 나를 석방시켜줄 자유이구나.
    자유 없는 지원은 차라리 죽고 싶은 사람을 죽지 못하게 만드는 산소호흡기와 같다.
    악마에게 이용당하더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이 이런 방법으로도 무너질 수 있구나.
    신념을 논리로 부수러 달려들면 신앙을 꺼내들면서까지 지켜왔는데.. 하하하..”

    종교인은 자신이 베풀었던 구제를 후회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지옥 같은 이곳에서 나가게 된다면 나의 모든 지원을 끊으리라.
    더 이상 악마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리라.
    그러자 불현 듯, 어떤 생각이 종교인의 뇌리를 스쳤다.
    종교인은 손을 떨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은 스스로에게 선고하는 판결문이었다.

    “내가 베푼 지원은 반쪽짜리였어..
    아니, 돌이켜보니 오히려 인질을 더 괴롭게 만든 독이었다..
    내가 지원한 식량으로 하루를 더 살게 되어, 지옥에서의 하루가 늘어났을 테니까..
    인질을 살리고자 한 짓이 인질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 될 줄이야..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악했다.
    이것이 나의 죄목이다. 자유 없는 구제를 한 것.
    그리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 착각한 것.”

    종교인은 마침내 깨달았다.
    진정한 이웃사랑은 자유를 통해서만 가능함을.
    악마의 족쇄에 매여 있는 인질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지옥에서의 공장, 지옥에서의 고아원, 지옥에서의 생계, 지옥에서의 병원이 아니라
    악마의 족쇄를 끊을 절단기임을.

    7성급 호텔이 있어도 지옥은 지옥이다.
    지옥에 사는 인질을 위한 진정한 복지는,
    살만한 지옥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옥으로부터의 구출이다.

    인질이 된 종교인은 자신을 희생해, 단순하지만 큰 교훈을 깨달았다.
    깨달음을 얻은 종교인은 악마의 쇼윈도에 전시되어 무언(無言)으로 설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아듣길 간절히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