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新黨, 바른 정체성 확립할까? 

     김한길 의원이 탈당하면서 안철수 의원이 촉발한 구(舊)야당 파괴 바람은
    급기야 서울까지 불어왔다. 1월 5일 정대철 전 의원 등 구(舊)민주당 주류마저 탈당하면
    문재인-친노-486 운둥권 패거리는 그야말로 야당의 정통 족보에서 지워져
    한 개 좌익 소수정파로 밀려날 판이다.
    이는 ‘김대중 민주당’ 해체에서 ‘노무현 열린당’ 출현에 이르렀던 지난날의 과정을
    고스란히 거꾸로 재생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야권 신당은 어떤 노선을 선택해야


  • 이 되돌림의 과정을 완성할 수 있을까?
    바로, 신당의 정체성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신당은 구당(舊黨)과 어떻게 달라야 할 것인가?”의,
    차별성의 문제다.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은 이 차별성을
    “수구와 운동권 프레임을 다 같이 배척 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건 너무 '스테레오타이프(stereotype, 뻔할 뻔자)‘ 같은
    수사학이다.
    ”나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는 것만으로는
    적극적, 구체적 정체성 천명이 되기 어렵다.
    신당을 하려면 이에서 더 나아가 ”나는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이런 입장이다“라는,
    긍정의 논리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 김한길 두 대표적인 신당의 얼굴들이 한 말 가운데는 또,
    예리하게 파고들어 물어야 할 모호하고 미흡한 수사학이 있었다.

    안철수 의원은 “북한과 전면적인 교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진실로 친노-486 같은 ‘치우친 좌파’ 아닌 ‘중도개혁파’임을 자임한다면, 그는 마땅히 ‘치우친 좌파’가 늘 해 왔듯이 북한과 '전면적 교류‘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북한 인권과 ’상호주의 원칙‘에 대한 배려도 아울러 표명했어야 한다.
    그래야 ’치우친 좌파‘와 다른 ’중도개혁‘이 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또 “역사교과서 국정(國定)화에 반대 한다”고 했다.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치우친 좌파’와 다르기 위해서는
    그는 국정화에만 반대할 게 아니라
    “현행 검인정 교서의 현대사 서술에도 문제는 많지만...”이라는 정도의
    ‘중도적’ 균형만은 맞췄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그와 ‘치우친 좌파’의 차별성은 사리지기 때문이다.

    국사교과서 같은 엄중한 이념문제와 관련해 안철수 의원이
    486 일당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사관(史觀)을 분명하게 배척함이 없이,
    오로지 ‘국정화 반대’라는 한쪽 깃발만 들고 나올 경우
    그의 ‘중도’는 공중분해 되고 만다.
    ‘민중사관을 배척하지 않는 ’중도’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한길 의원의 경우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보수를 가장한 수구’를 배척했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당을 비판한 말 같았다.
    그가 집권세력을 배척하는 것 자체는 야당인(人)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언행이었다.
    그러나 엄밀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그가 박근혜-새누리 진영을 ‘수구’로 규정한 표현방식이
    과연 객관적 사실로 뒷받침되는 말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수구’란 낙인(烙印)의 용어는 다분히 운동권적 비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대단히 주관적 적대감과 폄하의 의도를 담고 있는, 일종의 욕설이다.
    인권이 극도로 위축되었던 권위주의 극성기(極盛期) 때는
    그에 반대해서 목숨 걸고 투쟁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격한 용어로
    그들의 원(怨)과 한(恨)을 토해낸다 해도 그걸 굳이 나무랄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때, 그 사람, 그 정권, 그 방식이 없어진 지금의 시점에서도
    ‘민선(民選)-보수주의-자유주의-복지예산 증액’ 정권을 그런 용어로 비난하는 게
    과연 적실성(適實性)과 적정성(適正性)을 갖는 것인지는 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김한길 의원은 ‘치우친 좌파’를 떠나려는 사람, 그래서 중도로 ‘우(右) 클릭’ 하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집권 측을 비판할 경우에도 ‘치우친 좌파’의 상투적 말과는 다른 말을 구사해야
    보다 적절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지 말자는 게 결코 아니다.
    예리하게 비판하자. 다만,
    소통부족, 인사의 부적절함, 정무(政務)기능 결핍, 전략적 서투름, 정책적 흠결 등,
    확실한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란 이야기다.

    사실상, '수구‘를 따질 양이면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보다는
    친노-486-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폭력난동 패거리가 더 완강한 시대착오이고 ‘수구’ 아닐까?
    새누리당은 ‘수구’나 ‘보수’보다는, 그저 일신의 ‘잘 먹고 잘기’에나 이골이 난 기회주의자들,
    이념적 맹물, 철학 없는 출세 제1주의자들이라고 규정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김한길 의원은 본래 ‘수구’니 뭣이니 하는 걸 밤 새워 치열하게 따지고 드는
    이념형 인물이 아니다. 아마도 혹시 운동권 경력이 있는 비서관이 그런 회견문을 써 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모르긴 하지만...

     안철수 김한길 의원은 이제 무엇을 막 새로 시작 하려는 국면에 서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너무 자세한 걸 따질 단계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두 인사가 과연 어떤 정체성을 추구해 나갈지 지켜보고자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