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015년에도 지역사회단체에서 마을청소, 태극기달기, 나무심기 등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탈북민인 저에게 자유를 주신 대한민국정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당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답니다. [사진 = 림일 기자]
    ▲ 지난 2015년에도 지역사회단체에서 마을청소, 태극기달기, 나무심기 등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탈북민인 저에게 자유를 주신 대한민국정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당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답니다. [사진 = 림일 기자]

    김정은 위원장! 어느덧 한 해가 가고 2016년이 왔습니다. 새해는 공화국에서 당신이 집권한지 5년이 되며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해이죠. ‘소설 김정일’ 작가인 저에게는 평양을 떠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랍니다.

    작년에는 내 고향 평양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공화국이 세상에 대고 ‘천지개벽’이라며 소리높이 자랑하는 미래과학자거리, 과학기술전당, 학생소년궁전, 만수대분수화초공원, 국제비행장 등 평양의 5대 신건축물이죠.

    그런데 당신이 시찰하면서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따라 하기는 고사하고 흉내 낼 수도 없는 황홀한 거리”라고 극찬한 그 미래과학자거리요? 서울에서 내가 사는 동네의 모 건축물과 거리만도 못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서울에는 종로, 여의대로, 테헤란로 등 세계적인 거리가 수십 개도 남아 있답니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요? 그 건물 얼마나 부실공사로 했으면 신축한지 20년 넘어 재건축공사를 하는가 말입니다. (평양국제비행장 신축공사 소리는 제가 당신에게 보내는 이 시리즈편지 1화에 지적했기에 생략합니다.)

    김 위원장! 사실 평양은 당신만의 전용도시이죠. 당신 눈에 안 들면 세워질 수도 존재 할 수도 없으며 당신의 결정이 곧 건축물이 되니 말이죠. 그런데 이건 압니까? 그 화려한 건물과 시설을 이용하는 평양의 일반시민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대체 무엇을 하며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지 말입니다. 모를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95년 5월 평양시민 식량배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지요. 전후 단 한 번도 있어보지 못한 식량공급 중단은 시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원인도 있었겠지만 외국에서 쌀 구입할 돈이 금수산태양궁전(김일성·김정일 시신보관소) 재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저는 1996년 11월까지 평양에 있었는데 3개월에 10~15일분 식량배급을 받으며 당에서 주는 강연에서 “공화국의 식량난이 미제와 남조선 때문”이라는 내용만 들었죠. 최근의 평양소식을 들으니 20년 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더군요.

    김정은 위원장! 새해는 작년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물 쌓기에 공들이지 말고 어둡고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사는 인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오래전에 기계가 멈춘 공장과 기업소로 출근하여 죽은 수령의 사상학습과 생활총화를 하면서 온갖 사회적인 노동에 차출되는 노동자들의 불쌍한 모습도 보고 그들의 가방에 도시락이 들어있는지? 있다면 어떤 음식인지 눈여겨보시오.

    국가에서 전혀 식량배급을 안주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주부들이 온종일 시장에 나가서 어떤 상품을 팔고 사는지 그들의 애로상황에도 귀를 기울여보시오. 지방의 소학교에서 굶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몇%인지도 확인해보시오.

    지금처럼 말로만 ‘인민의 어버이’라 말고 실제로 현장에서 소탈한 수령의 자세로 인민의 애로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인민의 지도자’ 태도가 아닐까요? 새해는 그런 모습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2016년 1월 1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