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충호' 2015.12월호 전재>---[北京 通信]
국제 공동이슈 개발과 선점으로 전선 돌파
+ 동아시아 패권전쟁과 한국의 자주적 외교전략 +
김 상 순 /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연구원/동아시아평화연구회장
한중일 3국 3색의 동상이몽, 이제 이해와 소통이 필요
10월 31일,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은 “총인구수, 경제규모, 대외무역총액과 대외투자총액 기준으로 한중일 3국은 세계경제의 약 20%, 아시아의 약 70%, 동아시아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도는 한중일 3국 협력의 필요성과 성과에 대한 중국의 기대치를 짐작하게 한다.
중국차하얼(察哈尒)학회 장징웨이(張敬偉) 연구원은 11월 5일 중국 연합조보(聯合朝報)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중일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잡았고, 여성의 온화한 수단으로 동북아의 유대관계 형성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부러움과 아쉬움이 섞인 이 기사의 시사점은 크다.
일본 아베정권의 우경화 정책과 과거사 부정으로 야기된 3국의 불협화음으로 귀한 시간을 허비한 한중일은 비록 서로 다른 동상이몽일지라도 상호 이해와 소통을 해야 할 시점에 있다. 상호 이해와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야 할 말을 분명하게 해야만 하고, 한국도 이제는 분명 그렇다.
이젠 분명히 일본에 ‘노(No)’라고 말해야 하는 한국
2012년 5월 이후 중단되었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지난 11월 1일 개최되었다. 실로 3년 6개월만에야 재개된 제6차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으로 서로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의 일부 언론은 한일관계 혹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중단된 이유가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인한 영토 분쟁이 도화선이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중국의 보도는 다르다. 중국은 일본정부가 댜오위다오(釣魚島, 센카쿠 열도)의 국유화와 아베의 신사참배, 그리고 이어지는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중단된 이유라고 보도한다.
한국의 일부 언론보도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하여 씁쓸하다 못해 못마땅하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중단된 근본적인 이유는 분명 아베 정권의 연속되는 과거사 부정과 전범이 합사된 신사참배 및 우경화 정책에 있다.
한일간 경제적 종속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는 한국은 이제 일본에 대해 분명히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먼저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그것이 적어도 한일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정치·외교적 자주권을 확보하고 확대하는 것이고, 향후 한일관계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를 만드는 전략적·전술적 외교 전략이다. 위안부 문제는 물론, 독도와 대마도 영토 문제 등 한민족 공동이슈를 남북이 함께 일본에게 '노(No)!'라고 말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중은 ‘이해’와 ‘소통’을 위한 다양한 대화 채널 확대해야
한국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 유해를 중국에 송환한 이후, 중국은 서안 한국광복군 주둔지 기념탑 제막,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 충칭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현장 원형 보존,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보수 및 재개관 등으로 화답했다. 한국이 주도했던 위안부 문제에 중국이 협력하고, 중국이 주도했던 731부대의 만행에 대한 연구는 한국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또한, 전 분야에 있어서 한중 양국의 학술 토론은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립된 이데올로기, 그리고 ‘한미동맹’과 ‘북중혈맹’(?)이라는 동맹 딜레마에 있는 한중관계는 ‘정경분리(政經分離)’와 상호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성공적인 경제협력을 이끌어 왔다. 세계 외교사의 기적이라고 칭송되는 이러한 한중관계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상호이해’와 ‘상호소통’의 추구에 있었다.
이제 한중 양국은 동북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화 창구의 확대와 특히 공동 평화를 위한 외교 안보 분야의 의제 확대 및 안보 협력에 대한 ‘상호이해’와 ‘상호소통’을 시작해야 할 단계에 있다. 우리가 서둘러야 할 북핵문제 해결과 중국이 꺼려하는 ‘사드 배치’ 문제는 물론,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동북아 평화기제 수립’ 등의 동북아 안보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다자 회의를 주도할 때이다. 우리는 이제 중국에게도 해야 할 말을 해야 하고, 필요한 소통을 할 시점에 있다.
-
-
▲ 지난 10월 27일 중국이 건축한 인공섬 인근을 항해했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 호.
남중국해 미중 해상 패권전쟁의 서막과 한·미·중·일 관계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나흘전인 10월 27일 오전, 미 7함대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가 두 척의 대잠 초계기를 대동하고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인공섬 12해리 안으로 진입했다. 작전명 ‘무해통항’(無害通航, innocent passage)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반대하는 미국의 분명한 의사 표시였다. 11월 8일과 9일 괌에 주둔하는 B52 전략폭격기 2대의 인공섬 부근 비행으로 동중국해의 ‘중일 패권다툼’은 이제 남중국해의 ‘미중 패권다툼’으로 확전된 셈이다.
10월 27일 오후, 필자가 참석한 봉황위성TV ‘이후이시탄(一虎一席談)’의 토론 주제는 ‘한중일 정상회담’이었으나, 미국의 남중국해 진입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중국의 패널들은 미국이 3년 반 만에 재개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일 양국에게도 압력을 가하기 위한 의도된 도발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 자위대를 끌어들일 것이고, 아베는 이 호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같은 요구를 하겠지만, 한국은 ‘국제법’ 및 ‘국제관례’에 따라 항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는 정도의 표현과 애매한 태도로 미중간의 압력을 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인 패널인 필자에게 사회자는 왜 질문하지 않았을까? 중국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았다는 것이었을까?
10월 31일, 중국정부망(中國政府網)은 중국이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이유로, “첫째,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대전제는 각국의 이익 추구에 유리하고, 둘째, 중국의 전략적 계획의 발전과 전략적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으며, 셋째, 한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보도했다.
미중관계에 대해 11월 2일자 환초우스바오(環球時報)는 “동북아 협력에는 줄곧 미국의 영향력이 존재했다. 미중관계의 안정은 베이징이 동북아 문제를 처리하는 전략적인 출발점이며, 반대로 동북아 관계의 안정은 베이징이 워싱턴에 대한 주도적 영향력을 증가시킨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한미중일의 4각 관계에 대한 중국의 일반적인 인식이 어떠한지는 위의 토론 사례와 보도 내용으로도 짐작이 가능하고, 다양하게 진행되는 여러 한중간의 토론회와 포럼 등에서도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익 최대화를 위한 ‘자주적’ 외교 전략 전개 시점
일본의 이간질 전술에 따라 하나의 화두가 되어버린 한국의 ‘중국경사론’과 이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 유발은 한국 언론의 보도 자세에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국가의 외교 전략과 전술은 ‘국익 최대화’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뻔한 술수에 매번 휘둘리는 한국의 언론보도는 자성과 해탈의 시간을 충분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의 결단은 한중관계의 새로운 도약에 분명한 공헌을 하였고, 국익 최대화의 기본 외교 원칙을 ‘자주적’으로 대외에 실천한 중요한 사례이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KADIZ) 선포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라는 흐름을 적시에 이용하여, 그동안 억울하게 억눌려 있었던 대일 종속 외교에 대한 자주권 회복을 선포한 것은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자주적 실천외교’의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국익 추구를 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여이고, 세 번째는 국제정치적 국익 추구, 즉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 9·3 대열병식’ 참여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에 대해 확실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등이 억제된 것은 분명 중국의 압력이 상당했음을 암시한다.
위의 이 세 가지 정책 결정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국제정치적·경제적 외교 방향을 분명하게 국제사회에 제시하였다. 한국은 과감하게 ‘자주적’인 외교 전략을 선택하고 실행하였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얻었다. 미중일 삼국과 국제사회로 하여금 한국이 단호하게 종속외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켜보게 한 것은 엄청난 의미를 내포한다.
더욱 중요한 의미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한국의 자주적 외교 전략의 선택과 실행을 예측하고 점차 관습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
-
▲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
자주적 한국외교의 두 가지 전략 : 공동이슈의 ‘선점’과 ‘개발’
‘북핵문제’, ‘일본 우경화’ 및 ‘중일 영토분쟁’ 위주의 동북아 안보정세는 ‘G2 해양 패권전쟁’이라는 대형 블랙홀을 만났다. 경제부문에 있어서도 이 ‘G2 해양 블랙홀’은 유효하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한 한국이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비록 늦게 참여했지만,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추진에 있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선점’해야 한다.
양자와 다자간 복합적 갈등과 대립으로 확대된 전선(戰線)에서 ‘안보전쟁’과 ‘경제전쟁’에 대한 우리의 복잡한 해법을 찾고, 동시에 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두 가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첫째는 국제 공동이슈의 개발이고, 둘째는 국제 공동이슈의 선점이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우리가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전쟁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북핵문제와 북한문제가 동북아의 핵심이슈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했던 북한 개혁개방의 재정 지원을 위한 ‘동북아개발은행(NEADB, North Asian Development Bank)’의 설립을 주변국들과 즉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또한, 한·러·북의 한반도·나진·하산 철도사업 추진 등을 포함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 歐亞倡議)’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연계되는 것은 한·중·러·북의 동북아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이다. 이미 기존에 제시되어 있는 여러 방안들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준비하고, 이를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미중일의 틈새에서 피동적 대응에 급급했었던 한국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중일 딜레마를 이용하는 창조적이고 자주적인 외교 전략의 선택과 실행을 이미 세 차례나 실천했다. 이제는 자주적인 한국외교의 국제관례화를 자신감 있게 준비하고 전개할 때이다. 준비된 계획은 실천이 곧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