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 "중대한 해당 행위", '탈당 권유' 조치
  •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노무현 측근이었던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새누리당 입당은 희대의 '웃음거리'로 남게 됐다. 새누리당이 10일 김만복 전 원장의 입당 두 달여 만에, 팩스 입당 보도가 나온지 닷새 만에 사실상의 출당 조치를 내리면서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은 이날, 몰래 입당한 뒤 해당(害黨)행위 논란을 빚은 김만복 전 원장에 대해 '탈당 권유' 조치를 내렸다.

    현행 새누리당 당규(20조)에는 당 이념 위반·해당 행위, 당헌·당규 위반, 당명 불복 및 당 위신 훼손,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 등의 경우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정지, 경고 등의 징계를 받도록 하고 있다.

    탈당권유를 받은 당원이 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는 점에서, 김 전 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제명으로 해석된다.

    시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김만복 전 원장은 지난 10·28 부산 해운대기장을 보궐선거에서 상대당 후보를 지지하는 언동을 했다"며 "이는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중대한 해당 행위"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 8월 31일 김만복 전 원장에게 입당 축하문자를 발송했고,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거쳐 당비가 납부됐다는 점을 들면서, 입당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김 전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전날 입장 발표문에서 "새누리당이 저의 입당신청서를 접수하면 일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저에게 당원자격을 부여하는 줄 알았다"며 "저에게 입당 사실을 통보해 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입당 사실을 통보해 주지 않아 자신이 당원인지를 몰랐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의 탈당 권유 조치로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출당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러면 나도 대응을 해야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김만복 전 원장의 새누리당 팩스 입당 논란은 결국 출당으로 마무리됐지만, 새누리당은 기이(奇異)한 행동을 일삼는 김 전 원장에게 휘둘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김만복 전 원장의 입당 사실을 두 달여 동안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고, 지난 5일 입당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는 당의 입장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전직 국정원장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그래도 새누리당이 희망이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 이걸 거부할 어떠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김 전 원장의 해당행위 행태 등의 논란이 도마에 오르자, 당 지도부는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며 하루 만에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번 김만복 사건으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기이한 인물을 국가정보원장에 세웠는지를 알게됐고, 이런 엽기적인 행태에 잠시나마 농락당한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