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노조 10명 중 8명, 조대현 사장 반대..제3노조도 '연임 반대' 성명 찬바람

  • "조대현 사장님! 야당 4표, 여당 2표로 (사장)된 거 아시죠?"


    지난 5일 열린 KBS 국정감사는 조대현 사장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야당 측 미방위원들의 질문 공세에 '중립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던 조대현 사장은 "사장님이 청와대가 밀어서 된 줄 아시냐"는 최민희 의원의 돌발 질문에 순간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승희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조대현 사장이 '야당 4표'로 선임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노골적으로 '누구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줄 아느냐'는 식의 막말을 던졌다.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어느 이사가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절대로 외부에 공개해선 안되는 '대외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측 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거리낌 없이' 표결 상황을 거론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내역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대현 사장은 애초부터 야권에서 점지했던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여권보다는 야권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실시한 투표 결과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제2노조'로도 불리는 '언론노조 KBS본부'는 민주노총의 산하 단체로, '야권'과 코드와 지향점이 대부분 일치하는 조직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언론노조 KBS본부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한 조대현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 결과, '불신임'에 표를 던진 사람이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1,09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82.4%에 해당하는 사원들이 "조대현 사장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사실 조대현 사장의 '사내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 사장은 KBS본부가 지난 7월 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수행능력' 평가에서 '2.91(10점 만점)'이라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조합원들은 "지난 1년간 능력ㆍ평판 인사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74.4%가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고, "KBS뉴스와 프로그램의 신뢰도ㆍ영향력ㆍ대내외적 평가 등이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에도 75.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KBS본부는 "새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대현 사장의 취임 1년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다"며 향후 조대현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는 운동을 전개할 방침을 밝혔었다.

    이로부터 2개월 뒤에 실시된 '신임 투표'에서도 조대현 사장은 사원 10명 중 8명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고 말았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지난 1년 간 이승만 정부 망명설 특종에 대한 보복과 훈장 프로그램의 불방 등 공정보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전 분야에 걸쳐 위기를 심화시킨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본부는 "이번 신임투표 결과는 새노조 조합원만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전체 구성원들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며 "KBS 5천 구성원을 대표하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을 비롯해 경영·기술인·기자·PD협회는 앞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사장 응모에 나서지 말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은 스스로 연임 포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사장 응모를 포기함으로써, KBS를 위한 마지막 이바지를 성실하게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조대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것은 비단 '제2노조' 뿐만이 아니다. 간부(보직이 없는 1급)들이 주로 포함된 KBS공영노조(제3노조) 역시 "차기 사장에는 '국가관'이 확실한 인물이 들어서야 한다"며 "조대현 현 사장의 연임을 절대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건 것.

    KBS공영노조는 지난 15일 "국가기간방송 KBS 새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확고한 국가관"이라며 "국민통합과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충만한 인물이 KBS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공영노조는 "지금 KBS에는 특정 정파에 매몰돼 있으면서도 자신들만이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뉴스와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투영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들은 모두 조대현 사장의 취임 이후에 벌어졌다"고 질타했다.

    KBS공영노조는 "우리는 조대현 사장이 전례 없이 프로그램과 뉴스를 수수방관, 수차례 물의를 일으켜 국민의 질타를 받아온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이미 국가가간방송의 사장으로서는 '함량미달'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조대현 사장 체제'를 끝장내,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의 적은 나의 아군?

    물론 KBS공영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가 조대현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KBS공영노조는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의 불공정성과, ▲지난 2월 7일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를 통한 역사왜곡, ▲그리고 6월 24일 <뉴스9>의 '이승만 정부의 망명정부 추진 왜곡 및 조작 보도'로 선전선동의 장이 돼버린 KBS뉴스 등을 조대현 사장의 '결정적인 과오'로 지목하고,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조 사장의 '무능'을 탓하고 있다.

    반면, 언론노조 KBS본부는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가 중도에 폐지되고 ▲'이승만 정부의 망명정부 추진 보도' 이후 비등한 수준의 '반론보도'를 낸 뒤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내린 점 등을 조대현 사장의 '중대한 실수'로 치부하고 있다.

    시각은 '정반대'이나, 조대현 사장의 연임에는 반대한다는 점에서 KBS공영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는 모처럼 만에 '공동전선'을 취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대현 사장은 이같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 또 다시 사장직에 오르겠다는 권력욕(權力慾)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마감된 KBS 차기 사장 공모에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 등과 함께 당당히 지원서를 내민 조대현 사장은 '최종 면접 대상자'를 추리는 서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소식통들은 조대현 사장의 재임용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내부 사원들이 반발하고 있고, 여야 진영에서도 조 사장의 '재등극'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만일 조 사장이 오는 21일 진행되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다면 26일 표결에서 "Again 조대현"이 울려퍼질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사흘 뒤 3배수로 추려지는 '면접 대상자'에 조대현 사장이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