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플레이하는 日정부, 한미동맹 균열 내려는 中공산당 사이에서 우왕좌왕
  • ▲ 과거 中공산당이 벌인 열병식. ⓒ中인민해방군 홍보영상 캡쳐
    ▲ 과거 中공산당이 벌인 열병식. ⓒ中인민해방군 홍보영상 캡쳐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거대한 행사가 열린다. 中공산당이 주최하는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이다. 열병식의 정확한 명칭은 ‘인민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다.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은 이번 승전 열병식이 사상 최대라고 자랑하며,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세계 50개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면서, 이들의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북미는 물론 유럽의 서방 국가들도 대부분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행사를 불과 3주가량 앞둔 지금까지 中승전 열병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러시아와 이집트, 이 밖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中공산당이 주도해 만든 ‘상하이협력기구’의 정회원 국가들뿐이다.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 참석한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中공산당의 승전 열병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中승전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고도의 외교전”이라고 띄우며 참석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中공산당이 승전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끈질기게 요청하는 속셈을 들여다보면, 이는 외교전이 아니라 구한말 조선 왕실을 갖고 놀았던 일제의 모습이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승전 열병식’도 짝퉁


    中공산당이 그렇게도 자랑하는 ‘인민 항일전쟁 승전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기념일’은 9월 3일이다. 1945년 9월 3일 일제가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런데 中공산당은 이 ‘승전 기념일’을 2014년에 들어서야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中공산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아니었다. 이때의 연합군은 현재 우리가 대만이라고 부르는 자유중국의 장개석 정부였다.

    장개석 정부는 2차 대전 후반부터 미국, 영국, 소련과 함께 일제와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에 맞서는 연합국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도 장개석 총통이었다.

    당시 中공산당을 이끌던 모택동은 법적으로는 반란군인 ‘팔로군’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우기 보다는 민간인들을 약탈하고 장개석 정부의 뒤통수를 치며, 중국 공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 ▲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카이로 회담의 모습. 어디에도 中공산당을 이끌던 모택동은 보이지 않는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카이로 회담의 모습. 어디에도 中공산당을 이끌던 모택동은 보이지 않는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이후 일제가 패망한 뒤에도 모택동의 中공산당은 중국 본토 공산화에 열을 올리고, 1949년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뒤에는 소련과 함께 북한을 지원해 6.25전쟁이라는 참화를 일으켰을 뿐 한반도의 독립이나 해방에는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있던 시절에는 中공산당도 승전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기에는 민망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와 일제 패망을 기억하는 세대가 거의 사라지자, 中공산당은 마치 자신들이 일제와의 전쟁에서, 나치즘과 파시즘 등 전체주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나마 일제와 싸움을 벌였던 장개석 정부를 이은 대만은 지금도 ‘진짜 승전 기념식’을 매년 벌이고 있다.

    대만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 본토에서 일제에 항거해 싸운 것을 기념해, 매년 7월 4일 승전 기념식을 연다. 올해는 승전 70주년을 맞이해 기념 열병식을 거행했다. 한국 정부는 1992년 10월 대만과 단교(斷交)한 이래 23년 동안 진짜 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한국이 이제는 中공산당이 여는 ‘짝퉁 승전기념식’에 가야만 하는 걸까?

     

    일본과 중국 언론 플레이에 휘청거리는 한국 정부


    현재 中공산당 정부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 정권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中공산당이 주도하는 경제 실태를 외면한 헛소리다.

    지난 7월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할 때 中공산당 정부는 우리 돈으로 14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시중에 풀어 강제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세계 투자은행들은 中공산당의 시도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지금까지 中공산당의 강제적인 건설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과 그 뒤에 숨은 분식회계, 그림자 금융, 부정 통계, 부정부패 등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中공산당의 경제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이런 中공산당의 계획 경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방 국가들은 中공산당의 계획 경제로 인한 문제를 파악한 뒤 자국 기업들의 철수를 도왔지만, 한국은 그저 ‘값싼 인건비’만 생각하고는, 여전히 정부와 대기업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적 대중국 의존도에만 매달려 중국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는 것도 불안한데 한국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설픈 ‘균형자 입장’을 취하는 것은 더더욱 불안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다.

    지난 9일 日교도통신은 ‘美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美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국 전승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사실 한국 정부가 한 목소리로 “그런 일 없다”고 답하고 “참석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으면 말끔하게 해소될 일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외교부는 엇박자를 냈다.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신속하게 대응한 반면, 청와대는 10일 기자들에게 “아직 검토 중인데 갈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이런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본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의 대응은 한 수 위였다. 한국 편을 드는 척하면서 일본 언론을 공격한 것이다. 얼핏 보면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이 일본의 언론 플레이를 막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파악한 일본의 ‘찔러보기’라는 것을 파악한 뒤 한국을 ‘한 번 더 찔러보기’한 것이었다.

  • ▲ 2013년 6월 28일 한중 정상회담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 2013년 6월 28일 한중 정상회담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한국 정부는 결국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검토 중”이라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미국 정부가 “한국 대통령의 中공산당 승전 기념식 참석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한국 정부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바보’가 됐다.

    中공산당의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면, 한미 동맹을 가볍게 본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참석하지 않으면, 중국과 지금까지 했던 약속이 모두 거짓말처럼 취급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와 독립운동 관계 모르는 정치권과 언론


    일본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한 언론의 찔러보기, 그리고 中공산당 관영매체의 여론몰이에 자국 정부만 ‘바보’가 되었건만, 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자국 정부 두드려 패기에 신이 난 모습이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띠는 몇몇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은 中공산당의 승전 기념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떤 매체는 “외교는 결국 명분 싸움”이라면서, “中공산당의 승전 기념식이 열리는 9월 3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이 열리므로, 상하이 임시정부를 거점으로 항일투쟁을 한 우리 입장에서는 승전행사 참석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절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번 러시아 전승기념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너무 소외되는 것보다는 참석하는 것이 괜찮다”는 주장을 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中공산당 승전 기념식 참석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밝힌 대목도 웃겼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승전 70주년의 의미에서 행사를 한다면 굳이 참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열병식 참석 문제 등의 부분에서 마지막 조율해야 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만이 이런 게 아닌 듯하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가운데서도 ‘中공산당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中공산당 승전 기념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 구한말부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항거했던 독립군이 사라지게 된 것은 공산주의자들 때문이다. 사진은 자유시 참변 자료화면. ⓒEBS 관련 영상 캡쳐
    ▲ 구한말부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항거했던 독립군이 사라지게 된 것은 공산주의자들 때문이다. 사진은 자유시 참변 자료화면. ⓒEBS 관련 영상 캡쳐


    이런 사람들은 중국을 포함해 공산주의자들이 한민족의 항일운동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고 이러는 것일까.

    1921년 6월 27일 소비에트 연방의 스보보드니, 한국말로 ‘자유시’에서는 ‘적군(赤軍, 붉은군대)’이 대한독립군을 포위한 뒤 학살했다. 바로 ‘자유시 참변’이다. 이로 인해 구한말 자발적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의병에서 시작된 독립군들이 모두 사라졌다.

    알려진 바로는 독립군 960여 명이 학살당했고, 1,000여 명이 실종됐으며 86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렇게 ‘마지막 독립군’이었던 ‘대한독립군단’ 병력 3,500여 명이 모두 사라졌다.

    포로가 된 독립군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까레이스키, 고려인 가운데 이들의 후손이 있다. ‘자유시 참변’이 일어나게 된 배경도 실은 ‘고려 공산당’ 내부에서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었다. 이 ‘고려 공산당’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도 내분을 일으켰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의 탄핵을 주도하기도 했다.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한 뒤 상하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독립운동가 가운데 좌익 인사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소련의 스탈린에게 지원을 받은 이들이 있었다.

    1920년 12월 8일, 미국에서 활동하던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을 맡게 되자, 공산주의자였던 이동휘는 국무총리직을 사임했고, 이승만 박사와 갈등이 있었던 안창호도 임시정부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이승만 박사와 다른 독립운동가들은 이념 성향을 떠나 독립운동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1921년 초 이동휘와 한형권 등은 스탈린 정권으로부터 200만 루블의 독립자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상하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주지 않고 고려 공산당 창립 자금으로 빼돌렸다. 좌익 인사들이 외부로부터 받은 독립자금을 빼돌려 유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임시정부에서는 내분이 커졌다. 이 일을 시작으로 결국 이승만 박사는 탄핵 당하고, 주요 인사들이 빠져 나가게 됐다. 이후 임시정부는 제대로 된 내각을 조직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외교는 명분? 명분 대로면 박 대통령 中 갈 수 없다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에 끼친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中공산당은 ‘침략군’이었다. 1950년 6.25남침 이후 유엔군의 도움으로 북쪽 영토를 수복하는 데 실패하게 된 것도 中공산당 총서기 모택동이 김일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규군인 ‘인민해방군’ 30만 명을 ‘인민해방지원군’이라고 속여 한반도로 보냈기 때문이다. 즉 中공산당은 일제에 이어 한반도를 침략한 세력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中공산당이, 그것도 자신들이 실제 승리하지도 않은 ‘항일 전쟁 승전 기념식’을 여는데 피해자였던 대한민국 대통령이 축하하러 간다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논리일까.

    ‘외교는 명분’이라는 주장에 심히 공감한다. 이 논리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명분에 따라 中공산당이 한국을 향해 저지르는 행패에 침묵한다면, 이는 과거 친일파와도 같은 논리다. 친일파는 일본 제국주의를 연 세력들의 ‘탈아입구론’에 적극 동참하며, ‘한국의 일본화’를 꿈꿨던 자들이다.

    “중국이 한국기업 최대의 시장”이라며, 국제사회가 中공산당을 비판하는 데도 동참하지 않고, 우리 국민들이 중국인들에게 피해를 입어도 침묵하며,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있음에도 한미동맹은 조금 소홀히 하고 중국 쪽에 붙어야 한다는 주장들 모두 국가안보는 외면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것 아닌가. 이런 행동이 구한말 친일파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더 간단히 말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취임 후 일본을 향해 꾸준히 내세우는 ‘명분’을 中공산당에도 적용할 경우 中공산당의 승전 기념식에는 절대 참석해서는 안 된다.

  • ▲ 6.25전쟁 중 장진호 전투에서 얼어죽은 美해병들. 美해병들이 이렇게 희생된 것은 中공산당이 김일성을 도와 30만 명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60주년 블로그 캡쳐
    ▲ 6.25전쟁 중 장진호 전투에서 얼어죽은 美해병들. 美해병들이 이렇게 희생된 것은 中공산당이 김일성을 도와 30만 명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60주년 블로그 캡쳐


    ‘과거의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는데, 1950년 11월 흥남철수와 1951년 1.4후퇴가 있게 한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의 기념행사에 피해국 국가원수가 참석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게 관대하자는 말이 아니다. 일본에게는 제대로, 사실대로 따져야 한다. 특히 中공산당으로부터 교육받은 뒤 의원 자리, 기업 총수 자리를 물려받고, 한국을 희생양 삼아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일본 정치권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에게 관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中공산당이, 그 최고 지도자가 승전 기념식에서 한국의 통일을 가로막기 위해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내고, 김일성 정권을 수십 년 동안 지원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간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 국민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中공산당 승전 기념식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외교적 승리는 한국 차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