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순아! 잘못 넘어왔지 싶네”
    평생 『배신자』의 굴레에서 살지도 모르는데...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사랑하는 귀순아!!!
      아무 연고도 없는 너에게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여 당황스럽겠구나.
    그냥 이 반도(半島)의 여린 청춘을 우리는 아무 때나 그렇게 부르지.
     그리고 ‘귀순’이라는 이름도 생소하겠지?
    너와 관련된 조그마한 기사에는 이름이 나와 있지 않고,
    그냥 남쪽으로 왔다 해서 그렇게 붙였어. 
  •   北 19세 병사, 화천 DMZ 넘어 귀순.
      북한군 병사 1명이 15일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우리 군 최전방 소초(GP)를 통해 귀순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쯤 중동부 전선에서 북한군 병사 김모씨가 우리 GP로 귀순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세로 북한군 후방 군단 소속이며 계급은 '상급 병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조사 결과 김씨는 군에서 상습 구타를 당해 북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한다"며 "후방 지역에서 부대를 탈영, 열흘 가까이 이동해
    DMZ를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후략)

      아무 연고도 없는 청춘에게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지난해 12월 전라북도 익산의 한 성당에서 연기를 피우며 불꽃놀이를 했던
    ‘세현’이에 이어 두 번째이네.
    그 때 ‘세현’이도 네 나이 또래라서 얼핏 생각이 난 거구.
     ‘세현’이는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조국인 두 아주마니가
    ‘정은구현사죄단(正恩具現死罪團)’ 신부님들의 보호아래 제 조국 자랑질을 하고,
    북녘 ‘최고 돈엄(豚嚴)’을 숭배하는데 열 받아 그랬었단다.
    ‘세현’이는 그 일로 ‘폭발성 물건 파열 치상’, ‘건조물 침입죄’,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특수재물 손괴’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도주逃走 우려까지)로 구속까지 됐지.
  •   ‘줄빳따’가 두려워 엉겁결에 남녘 행을 결심했지만,
    막상 넘어오고 나니 미제(米帝)의 앞잡이 국방군과 이른바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느라고
    얼마나 두렵고 심란(心亂)하겠니.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조사 받을 때
    ‘건성건성’ 또는 졸면서 대답하더라도 화염방사기나 고사총은 쏘지 않으니 걱정 말거라.
    그리고 그 ‘관계기관’이라는 것이 거의 요즘은 ‘공안(空眼)’이거든,
    그러니 대충 넘어 갈 듯도  하구나. 

      귀순아!!
    북녘의 모든 것을 버린 채 목숨을 걸고 사선(死線)을 넘은 너에게
    “장하다. 반갑구나!”라고 하면서도 “환영한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구나.
    벌써 “젠장 남북관계가 최악인데, 더 험악해 지는 거 아냐? 그것도 6·15공동선언 15주년 기념일에...”하는 눈총이 느껴지거든. 거기다가 너와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배신자(背信者)’ ‘변절자(變節者)’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분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도 많단다. 
      “잠시 허기와 줄빳따 몇 대를 참지 못해 머지않아 주어질 ‘이밥에 고깃국과 기와집’을 등지고
    남녘으로 올 생각을 하다니, 이런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넘들 같으니...”
    이렇게 호통을 치는 분들이 숫자도 숫자려니와 힘도 보통을 넘는구나.
    지난 이십 수 년 간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과 영혼의 이인삼각(二人三脚)을 맺고,
    그 후원으로 정치권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온 분들이 여간 아니잖니.
    특히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분들 중에 말이다.
    더군다나 ‘궁민(窮民)의 대표’라는 무서운(우스운?) 직책에 있는 분들도 꽤 있으니... 
  •   이 분들은 앞으로 1〜2년 후면 이 나라가 완전 자신들의 것이 될 거라고 믿고 있지.
    아니 벌써부터 자신들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분들도 계신단다.
    네가 넘어오기 전의 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며칠 전 이 나라에는 중동(中東)에서 ‘낙타 고뿔’이라는 괴물(?)이 밀입국을 했어.
    이 ‘낙타 고뿔’이 말썽을 부릴 즈음, ‘내 사람 중심의 서울’을 만드시는데 진력하시던,
    그 재주가 잔나비 같이 변화무쌍하신 분이 번쩍이는 별과 왕무궁화를 셋씩이나 어깨에 단
    군발이와 순사 나으리를 거느리고 오밤중에 기자회견이라는 걸 했단다.
    “낙타 고뿔을 초기에 잡는데 실패한 무능한 ‘북악(北岳)산장’ 여주인을 대신해서 내가 국군통수권자가 되기로 했다!”고. 그리고 뻗대기 시작하는데, 이건 뭐 ‘하늘을 쓰고 도리질’을 하더라구.
    이 분도 예전 변호인(便好人) 시절부터 북녘의 ‘백도혈통(百盜血統)’과 끈끈한 공감을 맺고 계셨지. 그래서 그런지 이 분 밑에서 시립(市立) 딴다라의 지휘를 맡은 분도 ‘공화국 수도’의 무대에
    오르길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단다.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 품을 떠나 사선(死線)을 넘어서 온 곳이 이런 나라란다.
    이렇게 국군통수권자를 개무시 해도 인기가 치솟는 나라가 이 나라다.
    앞으로 국군통수권자는 니 꼴리는 대로 막 부르고 욕지거리를 해도 괜찮단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더욱이 이 나라에서 ‘배신자’, ‘변절자’ 소리를 덜 듣고 살려면
    이 점은 꼭 알아야 한다. 명심하거라!
      북녘에서처럼 어린 ‘최고 돈엄(豚嚴)’을 은밀하게라도 ‘돼지새끼’라고 부르면 절대 안 된다.
    ‘백도혈통(百盜血統)’을 부를 때도 ‘기밀세이’나 ‘김정이리’ 그리고 ‘김정으니’라고 하면 영원히 ‘민족대결분자’, ‘분열주의자’, 심지어 ‘전쟁광(戰爭狂)’으로 찍히게 되거든.
    꼭 ‘주석’, ‘국방위원장’, ‘국방위원회 제일위원장’이라고 붙이  거라.
     
  귀순아!!!
이 나라에서는 ‘최고 돈엄(豚嚴)’ 품에 있을 때 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을 것이다. 

  우선 이 나라는 의사와 병원이 형편없어서, 북녘의 무상의료(無償醫療) 수준과는 비교도 안 된단다. 병에 걸리면 한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니까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거든,
이게 뭐 ‘의료 쇼핑’이라고 한다던가. ‘낙타 고뿔‘만 해도 환자들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통에
전국으로 번졌다네. 북녘에서는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지만...
하긴 뭐 워낙 좋은 세상이라 병이 아예 생기질 안잖니 그렇지? 
  그러니 ‘관계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우선 마스크부터 내놓으라 하고,
혹시 ‘건강 검진’ 운운 하며 병원에 가자면, 못 가겠다고 버티는 게 상책이란다.

  요즘 북녘도 가뭄이 심하지? 남녘은 아주 비상이란다.
하지만 북녘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물이 없으면 물을, 알곡이 없으면 알곡을,
국제사회와 남녘에서 다 갖다 주는데 뭐. ‘최고 돈엄(豚嚴)’의 위세에 눌려서거나,
존경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강하고 통찰력 있는 외교술 때문에 말이다. 
  군대도 남녘이 훨씬 비세(非勢)지. 비근한 예지만, ‘어군(魚群) 탐지기’를 단 군함이
어떻게 물속에서 미사일을 쏴대는 잠수함을 잡을 수 있겠나.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이 나라는 아직 민주화가 덜 돼서, 민주주의 중에 가장 저급한 ‘자유민주주의’가 최고인 줄만 알고 있어. 해서 일군의 시대에 앞선 분들이 요즘들어 ‘제 2의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단다.
이제야 말로 선진 민주주의를 해 보자는 거지.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천출맹장(賤出盲腸)’이 70년 전에 이미 펼쳐보였던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지난 겨울 그 무슨 헌법재판소라는 데서 무식하게 가치를 잘 못 판단했다는 거야. 그러니 이 나라 민주주의는 엄청 후진적이라는 거지.
잘 알다시피 ‘진보적 민주주의’의 다음 발전된 단계는 ‘인민민주주의’이고,
그 이후에는 인류 최고의 정치철학인 ‘주체사상’을 구현하자는 거 아니겠나. 
  다시 한 번 충고하건대, 이 분들에게 “개념 없다” 소릴 듣지 않으려면
노란색이나 보라(紫朱=自主)색 옷과 스카프를 애용해야 될 거야. 
  •   사랑하는 귀순이! 이것저것, 요모조모 따져 보니
    ‘줄빳따’ 몇 대 맞고 말걸 목숨까지 걸고 괜히 넘어 왔다는 후회가 들 걸세.
     하지만 어쩌겠나. 이제 다시 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니 말이네.
    그러니 싫든 좋든 우리와 함께 살아야지 뭐.

    하지만 크게 실망은 말게나.
      무상의료(無償醫療)는 아니지만, 아프면 달려갈 병원은 어디든지 널렸다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최소한 굶지는 않지. 좀 저급한 민주주의지만 ‘자유민주주의’ 정도면
    괜찮다고 그럭저럭 감지덕지(感之德之)하며 살아가는 똑똑치 못한 궁민(窮民)들도 적지 않다네. 
      아무렇게나 지들 꼴리는 대로 부르고, 씹고 뜯고 맛보는,
    그리고 때로는 여자라고 얕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국군통수권자를 바라보는 좀 덜 잘난 궁민(窮民)들도 꽤 있거든.
     
      ‘관계기관’의 조사가 끝나거든, 이렇게 토닥토닥이며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과
    한 번 어울려 보게나. 큰 맘 먹고..

      반도(半島)의 여린 청춘 귀순이! 모쪼록 건투와 건승을 비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