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 민상토론'서 정부와 대립각 벌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례적 극찬

  • 박영진 :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유민상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민상 : 정부의 초기 대처가 빨랐다면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박영진 : 그럼 점수를 매겨주시죠.

    유민상 : 점수를 매기는 것까지는..

    박영진 : 난감하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유민상 : (손가락으로 오자를 만들며) 감사합니다.

    박영진 : 아? 0점

    유민상 : 아니, 내가 언제 점수를 줬어요?

    박영진 : 아? 점수를 주기도 싫다. 뭘 잘했다고 점수를 주느냐?

    유민상 : 어휴

    박영진 : 지금 유민상씨, 정부의 0점 짜리 대처에 한숨이 나오는군요.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 코너에 등장한 한 장면이다. 이날 사회자로 출연한 박영진은 유민상이 발언을 할 때마다 엉뚱하게 곡해(曲解)하는 이른바 '말꼬리 잡기' 개그를 선보였다.

    최근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개그 포맷에 정치 풍자 코드를 덧입힌 '민상토론'은 젋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 소신이 없는 유민상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박영진이 정치적인 화법으로 풀어내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방송을 자세히 보면 한쪽은 줄기차게 매질을 하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풍자'라는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애당초 '특정 대상'을 비판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불편함을 지울수 없는 구조다.

    마음 속에 '피아(彼我)'를 정해놓고 토론장에 나온 박영진은 시종일관 독설을 내뿜으며 상대 진영을 밟아 뭉개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이같은 개그는 대중의 불만을 일시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편협된 사고와 가치관을 고착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해당 방송에서 박영진의 논리는 단순하다. 대한민국 정부, 박근혜 정권이 무능하다는 것. 유민상과 김대성이 무슨 말을 해도, 박영진은 "정부가 무능하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박영진 : 아? 0점

    유민상 : 아니, 내가 언제 점수를 줬어요?

    박영진 : 아? 점수를 주기도 싫다. 뭘 잘했다고 점수를 주느냐?

  • 유민상의 대답은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형편없다"는 얘기를 끌어 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반대로 유민상과 김대성의 대답은, 박영진이 마음 속에 점지한 '그 분'을 높이는 데에도 사용된다.

    유민상 : 보건? 난 그런거 몰라.

    박영진 : 아..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을 모른다?

    유민상 : 좀 그만해라.

    박영진 : 아..보건복지부 장관 그만해라. 지금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시는 겁니까? 자, 말씀해주세요. 사퇴를 해야합니까?

    김대성 : 오늘따라 둘이 왜 이래? 둘이 원수야?

    박영진 : 원수? 아..박원순 서울시장 말씀하시는 겁니까?

    '원수'라는 말에 대뜸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떠올린 박영진은 갑자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브리핑도 잘했다"는 궤변을 늘어 놓는다.

    김대성 : 왜 그래? 나 잘하고 있는데?

    박영진 : 아. 박원순 서울시장은 잘했다? 긴급브리핑도 잘했다?

    김대성 : 왜 지맘대로 얘기해?


    한술 더 떠 박영진은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24곳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 '뒷북'이라는 노골적인 비난까지 퍼붓는다.

    박영진 : 아. 박원순 서울시장, 왜  지맘대로 얘기하냐? 지자체가 나서서 괜히 혼란만 키웠다?

    김대성 : 아니 그게 아니라, 정부가 '초기 대처'가 좀 빨랐더라면.

    유민상 : '초기 대처'는 아까 내가 한 거야. 뒷북치지마라.

    박영진 : 뒷북? 유민상씨 지금 정부가 뒷북을 쳤다. 이말입니까? 그러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는 먼저 했지만, 대통령께서 은밀히 미리 지시했기때문에 이건 뒷북친 게 아니다. 이런 얘기입니까?

    유민상 : 뭐든 이런 식이지? 너는 뭐든..

    박영진 : 이런 식으로 뒷북을 친다?


    유민상와 박영진의 대화록에서 '유민상의 발언'만 제거하면, 야당이 내세우는 주장과 판박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그만해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을 모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잘했다? 긴급브리핑도 잘했다?

    (정부에 대해)점수를 주기도 싫다. 뭘 잘했다고 점수를 주느냐?


    해당 방송에선 상대방의 존재와 논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불통'이 느껴진다.

    '풍자'라는 것은 자고로 소통을 전제로 이뤄진다. 건전한 유머로 상대를 자극, 결과적으로 상생을 도모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풍자일 터.

    이들이 연출한 개그는 그저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조롱'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 방송을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어올리고, 박근혜 정부는 깔아 뭉개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국민안전처가 보낸 긴급재난문자는 "황당하다"는 말로 깎아내리는 반면, "재난컨트롤타워를 직접 진두 지휘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유민상 : 컨트롤 타워, 그게 뭐하는 데야?

    박영진 : 아. 컨트롤 타워, 거기 대체 뭐하는 데냐?

    유민상 : 아니, 거기가 뭐하는 데냐고 묻잖아?

    박영진 : 문자? 국민안전처가 뒤늦게 보낸 긴급재난문자가 황당하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메르스가 언제쯤 진정 되겠습니까?

    유민상 : 그걸 왜 나에게 묻습니까? 내가 무슨 재난컨트롤타워야?

    박영진 : 내가 재난컨트롤타워야. 유민상씨가 재난컨트롤타워를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유민상 : 무슨 소리야? 말을 바로 해야지.

    박영진 : 바로 하시겠답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다음 대목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박영진은 유민상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려진 티셔츠 2장을 보여주며 "이 두 가지 중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하나 고르라"는 어려운(?) 주문을 한다.

    박영진 : 이 두 가지 중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하나 골라주시면 됩니다. 아끼시고 사랑하시고 중요한 자리에 입고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유민상 : 어떻게 골라? 나는 못 골라. 이건 안돼.

    김대성 : 저는 서울 사는 D씨로 하겠습니다.

  • 일개 광역단체장과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양자택일을 주문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군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띄우는 개그를 펼친 뒤,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질문을 던지는 건, 장성한 어른이 어린이에게 '정해진 대답'을 강요하는 것과 진배없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한 집단의 구성원은 다수가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동조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는 '사회적존재'인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구성원에게 칭찬을 듣기 원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대접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구성원 모두가 "예쓰"라고 할때 혼자서 "노우"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

    '힘의 논리'에 따라 여론의 무게 중심이 쏠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수가 찬성하는 의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 링컨이 노예제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미국이 이룰 수 있었을까?



  •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힐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전체주의적' 속성을 갖고 있다. 박장대소하며 방송을 즐기는 와중에 부지불식간 '피아(彼我)'를 구분짓는 모습은, 단지 두려움이 '웃음'이라는 코드로 치환됐을 뿐, 공포에 질려 특정인을 집단 타도하는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을 퍼붓는 '군중 심리'가 거세질수록, 개인이 갖고 있던 양심과 소신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 마찬가지로 모두가 좋아하는 글에 '좋아요'를 클릭하지 않으면 '꼴통'으로 몰리는 현실은, '집단의 정체성'에 자신의 가치관을 일치시키는 굴욕적인 선택을 정당화시킨다.

    이처럼 대중이 우중(愚衆)으로 돌변하는 건, 한 순간이다. 특히 사람의 심리를 좌지우지, 여론을 형성 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가 '(누군가에 의해)특정 목적을 띠고 움직인다면' 변화의 속도는 배가된다.

    '정치 풍자' 자체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풍자 이면에 대중을 줄세우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면 이보다 더 선동적인 술책은 없을 터. 국가재난주관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부디 '불통 체제'를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박원순의 긴급 브리핑, 정말 영웅적 행동이었나?

    - 시장은 허위 브리핑, 밑의 직원은 허위 사실 제보...덤 앤 더머?


    KBS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에선 지난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 환자가 1천명이 넘는 군중이 모인 행사장에 다녀갔다"고 밝힌 긴급 브리핑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정부와는 달리 '35번 환자'의 동선을 공개한 박 시장의 방침은 시의적절했다는 논리였다.

    서울삼성병원 의사 A씨(35번 확진자)가 감염 상태에서 1,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5월 30일 증상이 심화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 35번 환자가 다수의 군중이 모인 행사장에 다녀갔다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서울 강남구 소재 보건소에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와 신고 전화가 폭주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거론된 의사 A씨는 "5월 31일 오후 3시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스 증세가 전혀 없었다"며 "'증상이 심화된 이후 대외 활동을 벌였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을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양심을 저버린 사람처럼 표현했다"며,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국민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대권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시장이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증세가 발견된 35번 확진 환자가 대규모 군중 집회에 참가했다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했다. 반면 거론된 의사는 "증세가 발현되기 이전에 대외 활동을 한 것일 뿐, 증세가 포착된 이후엔 자가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며 "박 시장의 발언처럼 무책임한 처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35번 의사가 거리를 활보한 날짜는 5월 30일이었고,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은 5월 31일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이로부터 이틀 뒤. 박 시장의 주장처럼 메르스 바이러스가 발현된 이후 태연자약 행사장에 참석한 게 절대로 아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잠복기 환자는 바이러스를 체외로 배출하지 않아 전염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장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소견이다. 그렇다면 5월 30일 35번 확진 환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던 1,500여명에 대한 '격리 조치'는 애당초 불필요한 것이었다. 실제로 행사장에 있었던 1,565명 중 현재까지 메르스 질환이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35번 환자를 마치 개념을 상실한 사람처럼 '위험 인자'로 호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1,565명 모두가 '35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로 오해받도록 해,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공황 속에 몰아넣는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당시 온라인에 공개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자.

    박원순 "메르스 확진 의사, 1500명 이상 접촉"

    서울서 메르스 확진 의사 시민 최소 1500명 이상 접촉

    메르스 확진 의사, 1,500명 넘는 시민과 접촉


    박원순 시장의 영웅적인(?) 기자회견 직후, 평범한 서울 시민이 보면 당연히 겁에 질릴 수밖에 없는 선정적인 기사들이 넘쳐났다.

    해당 기사들로 인해 자신의 질환에 발빠르게 대처한 35번 확진 환자는 무고한 시민들을 위험 속에 빠뜨린 파렴치한 의사로 돌변했다.

    같은 행사장에 참석했던 1,565명은 즉각 격리 조치돼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까지 두려움에 떨도록 만들었다.

    35번 확진 환자가 다닌 길목은 악성세균으로 '오염된 장소'로 인식돼, 삽시간에 인적이 드문 공터로 변했다.

    이로 인한 '지역 경제'의 손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자체장인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민의 건강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면서 국가 방역체계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패착이다. 예를 들어 각 구청장들이 "시장을 믿지 못하겠다"며 자신이 직접 구민을 챙기겠다고 나선다면, 과연 서울시에서 체계적인 방역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데에도 박원순 시장의 긴급 브리핑을 '올바른 처사'였다고,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칭송할 수 있을까?

    박 시장의 브리핑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불필요한 공포만 양산한, 선정적인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다.



  • ◆ 시장은 허위 브리핑, 밑의 직원은 허위 사실 제보

    35번 환자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무개념 '슈퍼감염자'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내던져 환자를 돌보던 '의사'였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철없는 일성(一聲)으로, 그는 졸지에 환자들을 사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 기피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일선에 나가 있는 의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되레 치료 수준을 감퇴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는 역시 환자 자신이었다. 기자회견 직후 다수 방송과의 인터뷰를 자처하며 '울분'을 토해내던 35번 환자는 급기야 병세가 악화돼 몸져 눕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솔직히 14번 환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고,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6월 11일 '심정지'가 발생하는 고비를 넘긴 35번 환자는 체외 혈액순환기(에크모) 치료를 받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에크모'는 피를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후 다시 몸속으로 넣어 주는 '인공 폐'를 일컫는다. 한 마디로 해당 환자가 자신의 폐로는 산소를 제대로 들이마실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는 환자 가족들의 말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발표 이후 진실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환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맞다면, 35번 환자가 위중한 상태에 빠지게 된 건, 일종의 '화병(火病)' 때문이라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이와중에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박 시장의 브리핑에 부화뇌동한 일부 언론이 멀쩡히 살아 있는 35번 환자를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초대형 오보를 낸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오후 6시33분 <[단독]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라는 기사를 내보내 전국민을 '멘붕'에 빠뜨렸다.

    이에 다수의 언론사들도 "35번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한국일보의 보도를 인용하며 논란을 부채질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완벽한 오보였다. 의료팀이 뇌사를 공식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관계자들의 말'을 가감없이 인용 보도한 게 패착이었다.

    한국일보에 엄청난 허위사실을 귀띔한 관계자는 놀랍게도 서울시 관계자였다.

    서울시장이 허위 사실 브리핑으로 35번 환자에게 심적 충격을 안기더니, 밑에 있는 직원은 아예 생사람을 죽었다고 표현하는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보다 더 한, 덤 앤 더머(Dumb and Dumber)가 또 있을까?



  • ◆ 공개석상에서 한 사람을 '오염 덩어리'로 매도한 서울시장

    한국일보는 '사건 당일' 수시간째 오보를 지우지 않고 있다가 '미디어오늘' 등 일부 매체가 오보 가능성을 거론하자 그제서야 '뇌사'라는 표현을 '뇌손상'으로 수정했다.

    오보 기사가 공개된 것은 11일 오후 6시 33분. 수정 기사가 업데이트 된 시각은 오후 11시 10분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수많은 댓글들이 달릴 정도로 35번 환자의 사망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안타까운 것은 댓글 중 상당수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수준의 악플이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살아나면 또 악다구니 쏟아낼 것."

    "저 사람이 무사하길 빌어줄 시간에 저는 버려지는 유기견들을 떠올릴 것."

    "그냥 고통 받다가 뒈졌으면 좋겠다."

    "이래서 사람은 주댕이 함부로 털면 안됨."


    생명에 대한 자비심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패륜적인 단어들로 점철된 글들이었다.

    만일 이같은 글들을 당사자가 직접 목도하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박원순 시장이 내뱉은 한 마디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농락하는 '복마전(伏魔殿)'을 온라인에 잉태하고 말았다.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아 몸져 누웠다는 35번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오래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4 년 3월 어느날 남상국 전 사장은 서울 한남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그는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이제 없으면 좋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 나와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을 했다"며 공개 망신을 시킨 행동이나 ▲한밤 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감염 의사가 1,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다"고 폭로한 행동, 그리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두고 죽었다는 오보를 날리고, 온갖 패륜적인 저주글을 퍼붓는 사람들의 댓글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살아갈 용기마저 잃게 만드는 '악랄한 처사'라는 점에선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매년 공기 감염으로 전파되는 결핵으로 2천여명이 죽고, 계절 독감으로는 2천3백여명이 사망했다는 통계 자료가 있다.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 사망자는 연간 2백명 수준이었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지금 한국에서 메르스보다 더욱 심각한 질환은 '결핵'이다. 사망자 숫자로 볼 때 결핵이야말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만큼 무서운 질병이 아닌가?  

    만일 (결핵 정도의)전염병 확진 환자의 신상과 이동경로를 낱낱히 공개하는 원칙을 위정자들이 고수한다면,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과 무질서에 빠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중자제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선전선동을 일삼는 몰지각한 이들을 추종하거나 함부로 편승하는 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찌보면 바이러스 퇴치보다 메르스의 위험을 과장해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무리를 척결하는 일이 더욱 시급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 강용석 "박원순, 아들 군면제 재판 덮기 위해 한밤 브리핑"

    - 4일 밤 박원순 시장이 무리수 둔 까닭?

    변호사 강용석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늦은 저녁 긴급브리핑을 자처한 이유가 아들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비쳐 주목된다.

    강용석은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해 "그날(6월 4일) 박원순 시장이 얻은 것은 이틀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이었다"며 "혹시 다른 뉴스를 덮기 위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찾아봤더니, 실제로 이날 박원순 시장 아들의 재판이 열렸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의 아들)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재판을 가리킨 것. 이날 열린 재판 내용은 이튿날 뉴데일리 지면에 공개돼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 아들이 허리 디스크로 면제를 받았는데 그때 찍었던 디스크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이 다르더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의 한밤 브리핑이 결국 국민의 불안감만 키웠다"며 "해당 의사는 이미 격리 조치된 상태였다"고 주장, 또 다른 패널 이철희와 맹렬한 입씨름을 벌였다.

    또 강용석은 "JTBC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민 중 박 시장의 브리핑이 적절했다는 의견이 55%, 부적절했다는게 32.8%로 나왔다"는 김구라의 말에, "나중에 전체 과정을 두고 보면, 과연 바람직한 대처였느냐하는 점에선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