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누리당이 종북몰이 '친노 패권주의'로 당 분열시켜선 안돼" 변명 일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후안무치 행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불거진 책임론을 '새누리당의 종북몰이'로 치부하며 적반하장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표는 자신을 향한 당원들의 사퇴요구 저변에는 '공천지분을 위한 사심'이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기도 했다. 

    이에 비노(非盧) 의원들은 격하게 반발하는 모양이다. 비노 진영과의 관계에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표는 지난 14일 이같은 생각을 정리한 입장문을 작성한 후 당 지도부들과 공유했다. 입장문을 검토한 지도부는 발표 이후 몰아칠 거센 후폭풍을 걱정한 듯 문 대표의 발표를 극구 말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지도부 중 일부가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공식 발표되지 못한 문 대표의 속내가 알려진 것이다. 공개된 '당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하의 입장 전문에는 사퇴요구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생각이 적나라하게 표현돼있었다.

    문 대표는 이 글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이)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킨다"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이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입장이 밝혀지자 그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 공천 지분 얘기가 왜 나오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책임 정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의원은 "재보선 직후 이해할 수 없는 기자회견을 스스로 연 것에 이어 이번엔 당심을 왜곡하며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리더십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운동장에서 진행된 보좌진 체육대회에 참석해 고무신을 날리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운동장에서 진행된 보좌진 체육대회에 참석해 고무신을 날리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 같은 비난에는 친노 패권족들의 '적반하장', '후안무치' 행태에 대한 환멸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노계 의원들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으로 당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마치 내가 언제그랬냐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본인은 정작 이렇다할 책임을 지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 "제가 부족했다"는 등의 형식적인 사과만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고, 특히 국민의 삶을 지키는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문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오영식 최고위원은 "정당에게 선거는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있다"며 "재보궐 패배가 아프긴 하지만 그 것보다 더 힘든 건 선거 이후 우리당이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발언했다. 재보궐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비노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득 최고위원도 "누가 책임져라 책임져라 이런얘기를 하는데 당사자인 최고위원으로서 말을 않겠지만 책임에 대한 요구가 너무 황당한게 있다"며 "패권주의 청산이 인사에 관한 문제면 인사를 바꾸면 되고, 공천권 문제면 공천권 포기하라고 하면 되는거고, 시스템 문제면 시스템을 바꾸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알듯 말듯한 얘기만하고, 내가 너무 황당해서 이자리에서 얘기할 수 없는 그런 요구들은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주장한 것과 같이 일부 의원들의 사퇴요구가 공천권을 노린 사심이라는 부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비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며 "화합과 단결은 커녕 당이 공중분해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14일 문재인 대표가 발표를 준비했다가 보류했던 메시지 전문이다. 



    -당원여러분께 드리는 글-


    지금껏 살면서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습니다. 당대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의원들과 당원들 총의라면 언제든 결단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이후에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내년 총선의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히 저를 던질 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책임한 사퇴가 전투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큰 전쟁에서 이길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게 책임 있는 장수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더 소통하고 더 화합하고 더 크게 통합하고 더 크게 혁신하라는 말씀을 받들겠습니다.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당내 논의절차와 의사결정 과정을 더 투명하게 하고 폭 넓게 공유하겠습니다. 당 운영도 더 민주적으로 하겠습니다. 당내 중진들과 책임 있는 분들의 고견을 더 존중하고 경청하겠습니다.


    패권 추구, 누구든 도려내겠습니다.


    특히 계파 논란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특정계파의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호남과 영남,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정신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의 원칙으로만 당을 이끌겠습니다. 혹여 특정 계파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쳐낼 것입니다. 그게 누구든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습니다.


    지난 전대 이후 당내에서 '친노 패권주의'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꽤 성과가 있었고, 당 안팎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재보선 패배로 그 노력의 성과들이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꾸준하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더 폭넓은 인사탕평을 이루겠습니다. 부족함이 있다면 언제든 비판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중하고 보완하겠습니다.


    전대 이후 추진해 왔던 당 혁신을 멈춰선 안 됩니다. 유능한 경제정당, 지역분권정당, 네트워크정당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속도를 내서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봐야 합니다. 호남정치 개혁도 우리 스스로 앞장서고 우리 당이 주도해야 합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채비에도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 유능하고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해 외연을 확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천제도를 혁신하고 개혁공천을 이뤄야만 총선승리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습니다.


    그러나 계파 패권적 공천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도 있을 수 없습니다. 개혁적인 공천은, 우리가 공천 제도를 혁신해서 투명한 기준과 절차로 할 때만 가능합니다. 다음 총선 공천은 새로운 공천제도에 의해 투명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대표 개인의 자의가 개입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재보선 패인을 치열하게 따지고 평가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의 부족함에 대한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습니다.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 이뤄져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이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악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지금 도를 넘었습니다.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 됩니다. 혹여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 패권주의입니다.


    과거정치, 기득권정치 회귀는 공멸입니다.


    기득권은 저를 포함해 모두가 내려놓아야 합니다. 공천권도 당원들과 국민들 것입니다.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과거정치입니다.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해 당을 분열로 몰아가는 있다면 그건 기득권정치입니다.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새 정치입니다. 공천권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맡기고 사심을 버리는 것이 개혁정치입니다. 과거정치로 회귀해선 안 됩니다. 기득권정치로 퇴보해선 안 됩니다. 퇴보와 역류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새 정치와 개혁정치로 가는 것이 함께 사는 길입니다. 제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 주변 누구도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습니다. 당 대표 자의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당내 누구라도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새 정치로 가라는 국민들 명령이고, 개혁정치로 가라는 다원들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땀 흘린 사람들만이 함께 눈물 흘리며 성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동지애이고 연대입니다.

    새정치, 개혁정치로 가야 함께 삽니다.


    당의 단합을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저와 우리 당의 부족함에 대한 추궁이나 성찰은 단결의 원칙하에 질서 있게 행해져야 합니다. 명분 없는 분열로 국민들께 더 이상 실망을 드려선 안 됩니다. 기득권 정치로 회귀하면 공멸입니다. 과거정치로 퇴보해도 공멸입니다. 새 정치, 개혁정치로 가기 위해 단결하는 것만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당원들께도 호소합니다. 과거정치, 기득권 정치로 안 된다고 명령해 주십시오. 정치, 개혁정치로 가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단결하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당원들과 국민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2015.5.14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