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고리는 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물쩍 면죄부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인류가 정치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부터 어떤 정치체제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늘 정치와 함께 했던 현상이 있다.
    “권세가에게 빌붙어 권세가 이상의 행동으로 실리를 취하는 실세 중의 실세”,
    즉 ‘문고리 권력’이다.

      이것은 시공(時空)를 초월하여 그 속성상 몇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자꾸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수군수군으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황제(皇帝)나 독재의 시대와 나라에서는 궁민(窮民)들이 잘 모르는 와중에
    피바람이 불고야 끝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유가 있는 민주의 시대에는 “사람이나 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 잇따라 떠들거나 움직이는 소리”(와글와글)로 불거지고, “많은 사람이 어수선하게 움직이며 시끄럽게 떠드는 모양” (시끌벅적)이 된다.

  •   여의도 새(鳥)떼들이 시치미를 뚝 떼고는 마치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큰일이나 난 것처럼
    “국정(國政) 농단(壟斷)”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문고리’나 그 사촌간인 소위 측근 비리(非理) 등은 ‘대도무문(大盜無門)’의 시절,
    ‘행동하시는 욕심(慾心)’의 정권, ‘변호인(便好人)’의 시대,
    ‘중도실용(重盜失勇)’의 정부에도 있었다.

    그 때 그 새(鳥)들이 아직도 여의도에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역시 자유가 넘치는 민주주의 국가다.
    깨톡 사장(社長)님이 법원의 감청영장(監聽令狀)을 거부해도 괜찮고,
    세습독재의 핵무기를 옹호하는 교수(敎授)가 나라의 교육과 문화를 담당하는 “수석”(首席) 자리를 꿰차도 될 정도로...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와글와글·시끌벅적하고 있다.

      지난날 우리가 살던 무(武)서운 시대나, 북녘의 위대(胃大)한 천출맹장(賤出盲腸)과 식견(食見)있는 지도자, 풋내기 최고 돈엄(豚嚴)으로 이어지는 백도혈통(百盜血統) 또한 ‘문고리’와 비리(非理) 측근이 있었고 또한 아직도 있지만 와글와글·시끌벅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의 ‘문고리’와 관련된 시중의 얘기들이 예전에도 늘 그래 왔던
    역사적 정치 관행(慣行)이라던가, 그로 인해 시중이 와글와글·시끌벅적한 것이
    “대한민국=자유민주국가” 또는 “이 시대는 ‘유신독재(維新獨裁)’가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면죄부(免罪符)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하물며 “니들도 그랬으니,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어물쩍하게 넘어가서는
    더 더욱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헌데 여의도의 새(鳥)떼들은 또 신났다.
    아직도 ‘박자(朴字) 타령’을 하고 있는 새(鳥)무리들은 “이상한 연기(煙氣)는 나지만 정작 불을 때지는 않은 거 같다”고 얼버무리거나, “통치구조가 잘못됐으니 분권형(分權形) 개헌(改憲)을 해야 한다”고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과거 좋았던 시절에 ‘문고리’ 노릇을 했거나, ‘문고리’를 잡지 못해 안달이던 이들이
    버젓이 눙쳐먹고 있는 새(鳥)연합은 또 다시 “특검”(特檢)을 짖고 있다.

      이참에 대한민국 검찰(檢察)에 부탁하나 하자.
    그 놈의 “특검”(特檢) 소리 지겹지도 않은가.
    자랑(?)스럽게 ‘주무른’, ‘애 숨긴’, ‘딸 친’ 선배(先輩)들 때문에 궁민(窮民)들로부터
    엄청난 불신과 지탄을 받고 있는데, 이를 만회할 절호의 찬스다.
    이번 ‘문고리’를 둘러싼 고소·고발이 여러 건이라 하니,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진상과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보면 어떨까.

      사실 여부를 떠나 ‘문고리’나 비리(非理) 측근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 지고 나라가 어수선해 지면, 그 틈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빌붙어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속이 시뻘건 좀비들과
    ‘쓸모있는 얼간이’들, 그리고 자신의 입지나 강화시켜 보려는 사이비 정치세력들은
    일제히 북악산(北岳山) 쪽으로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국민들을 미혹(迷惑)시키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흔드는 호재(好材)로 둔갑(遁甲)시키고 활용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철저히 들춰서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이 있는 자는 엄벌해야 한다. 

  •   대형 교통사고로 세월아 네월아 보낸 시간이 너무도 아쉽지 않은가.
    실제론 여기저기 제왕(諸王)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제왕적(帝王的)’이라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는가.

      더욱이 지난 2012년 12월 20일 새벽부터 지금까지도 “대통령 선거 다시하자”는 복심(腹心)을 갖고 있는 세력의 지루하고도 교묘한 국정·민생 발목잡기를, 지친 마음으로 지켜보는
    “뭔가 확 달라질 것을 기대하며 투표장에서 도장을 찍은 후, 두 번 세 번 제대로 찍었는지
    확인했던” 궁민(窮民)들의 안타까움도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그치면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있다.
    오늘도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전선(前線)을 지키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대한민국을 회의(懷疑)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군통수권자(國軍統帥權者)’의 결연한 의지 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꼭 끝판을 보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기대한다.

      위기(危機)는 항상 기회(機會)와 함께하지 않았던가.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