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외교부 “독도 시설사업 취소 아닌 연기” 설명해도 안 듣는 韓언론
  • ▲ 12일 국회 해수위에 출석해 답변하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일 국회 해수위에 출석해 답변하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은 취소되거나 백지화된 게 아니라 일부 문제들을 검토 후 추진하기 위해 연기된 것이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설명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어 “이 문제를 갖고 일본 측이 외교적 성과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발언은 지난 7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나왔다.

    당시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스가 요시히데 日관방장관이 한국 정부의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 연기에 대해 “일본의 외교적 성과” 운운하며 자화자찬하는 데 대해 “착각은 자유”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외교부도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은 취소된 게 아니라 환경영향 문제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기된 것”이라고 정확하게 밝혔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종편은 ‘정치 평론가’를 내세워 마치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이 백지화된 것처럼 떠들면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 어떤 것이기에….

  • ▲ 경상북도가 계획한 독도 입도지원센터 전체 조감도. ⓒ뉴데일리 경북-울릉군 제공
    ▲ 경상북도가 계획한 독도 입도지원센터 전체 조감도. ⓒ뉴데일리 경북-울릉군 제공

    독도 입도지원센터는 경상북도와 정부가 독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5년까지 99억 원을 들여 3층 규모로 지으려 한 시설이다.

    독도 입도지원센터는 관광객의 안전 관리와 학계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시설로 연면적 480㎡ 규모의 건물에 사무실, 의무실, 숙소, 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경상북도는 독도 입도지원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2011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설계까지 마쳤다.

    하지만 2012년에는 국회가 예산을 삭감했고, 2013년에는 해양수산부가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2014년 1월 관련 예산이 반영되었지만 이번에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독도 입도지원센터가 제 구실을 하려면 센터 앞에 약 100억 원을 들여 방파제를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독도 입도지원센터를 만들어봤자 거친 파도가 치는 독도에 방파제가 없으면 일반인들이 독도에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08년 7월 2,000톤급 여객선까지 독도에 접안할 수 있도록 항구를 확장하고 방파제를 건설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예산도 2012년 국회에서 삭감됐고, 2013년에는 정부 예산안에서 아예 빠져버렸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일단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을 추진했으나 이번에는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사업을 다시 연기하게 됐다. 사업을 연기하면서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를 취소한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총리실, 외교부의 설명이다. 


    독도 입도지원센터, ‘취소’했다는 증거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를 철회한 것을 ‘사실상 사업 백지화’로 받아들여 보도했다. 뒤이어 외교부 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눈치를 보며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에 반대했다”는 논조였다.

    언론들은 총리실에서 새어나온 자료를 토대로 ‘사업 백지화’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SBS의 보도 내용에서는 이 총리실 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이미 입수한 관계 장관회의 회의 문건을 보면 거짓임이 금방 드러난다. 문건을 보면 입도지원센터 건립을 위해 이미 배정받은 예산 30억 원에 대한 활용 방안이 있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회의를 통해 사업 대안과 다른 사업 전환까지 포함해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 국회가 다시 반영하지 않도록 대응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초등학생이 봐도 사업 백지화 결정임을 알 수 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기도에 맞서기 위해 펴고 있는 ‘조용한 외교’, 즉 “독도와 관련된 국제적 이슈를 만들지 않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총리실 문건을 입수하지 못한 언론사들 또한 SBS의 지적처럼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만 본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간만에 ‘건수’를 건진 일부 종편채널은 ‘정치 평론가’들을 불러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비난보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에 더 믿음이 간다. 총리실이나 외교부가 밝힌 ‘공식 입장’에서의 핵심은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 공고를 취소한 것이지 백지화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언론보다 정부에 더 믿음이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수시로 바뀌는 입장 때문이다. 지난 8일 이후 지금까지 총리실과 외교부에서 내놓은 입장은 나름대로 논리적이며 일관된 답이다.

    반면 언론은 과거 한 시민단체의 지적을 인용해, 독도 입도지원센터의 효용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놓는 등 그때그때 다른 입장과 시각을 보여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한국 정부 공격할 때는 용맹한 언론들, 결과적으로 누구 편?


    이번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 취소’를 내세워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언론들의 용맹함은 전장의 장수 같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왜 한국 언론은 한국 정부를 공격할 때만 용감할까” 하는 점이다.

  • ▲ 일본 아베 정권의 '입'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그는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를 취소한 것을 "일본 외교의 성과"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SBS 관련보도화면 캡쳐
    ▲ 일본 아베 정권의 '입'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그는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를 취소한 것을 "일본 외교의 성과"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SBS 관련보도화면 캡쳐

    일본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나 고노 담화 검증논란 등의 ‘도발’을 할 때나 이번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공고 취소를 놓고 “일본 외교의 성과”라고 자화자찬할 때 한국 언론은 주로 한국 정부를 비난했지 일본 정부에 대해 도발적인 보도나 비판을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가토 다쓰야 前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때도 한국 언론은 일본 언론의 억지에 대해서보다는 한국 정부의 과민반응을 더 많이 비판했다.

    왜? 일본 정부가 그렇게도 무서운가? 하기야 한국 언론이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일도 드문 편이다.

    과거 박선영 前의원 등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비판했을 때 이를 처음부터 제대로 전한 한국 언론은 많지 않다.

    2008년 4월 27일 중국인 유학생 폭동 때도 현장 상황을 똑바로 전달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중국인 폭도들이 중국 대사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나 당시 길 가던 한국인을 폭행한 조직폭력배 출신 중국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한 언론도 많지 않다.

    그 뿐이랴. 중국 공산당 정부가 국제적 장기매매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국제인권운동가들의 증언이나 중국 공산당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을 제대로 전달하는 일도 없었다.

    대신 미국, 이스라엘, 유대인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만큼이나 만만하게 보고 늘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서방 국가 언론이라면 비판적 태도로 보는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테러조직이나 쿠바, 베네주엘라, 투르크메니스탄, 수단과 같은 親北세력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면서 말이다.

  • ▲ "그래, 남조선끼리 싸우라. 잘들 한다~!" 박수치는 김정은. 한국 언론의 한국 정부 비판은 때로는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그래, 남조선끼리 싸우라. 잘들 한다~!" 박수치는 김정은. 한국 언론의 한국 정부 비판은 때로는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한국 언론이 독도 입도지원센터에 관련해 “모든 게 정부 탓”이라고 비판하니, 이제는 김정은 정권까지 나서서 독도 입도지원센터 문제를 내세워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김정은의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12일 논평을 통해 “남조선 괴뢰당국이 독도시설물 건설을 취소한 것은 일본상전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친일매국노적 기질의 발로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빈정댔다.

    친일파로 초대내각을 구성했던 김씨 일가에게 이런 비난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한국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가.

    자국의 ‘국익’ 또는 ‘건국이념’을 위해서라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 언론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흉내 정도는 내야 지금 한국 언론이 비판하는 정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