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기무사 공조..비밀 빼돌린 무기중개인 구속, 로비 여부도 수사
  • ▲ 검찰과 국군 기무사가 군사기밀을 대규모로 해외에 빼돌린 무기중개인 등을 구속기소했다.ⓒ 사진 검찰 제공
    ▲ 검찰과 국군 기무사가 군사기밀을 대규모로 해외에 빼돌린 무기중개인 등을 구속기소했다.ⓒ 사진 검찰 제공

    현직 장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차기호위함 사업(FFX)’ 등 방위력 개선 관련 군사기밀을 해외로 빼돌린 무기중개인 및 방산업체 직원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군사기밀 유출을 주도한 무기중개인은 영관급 장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입수한 군사기밀을 국내외 25개 업체에 누설한 사실이 확인돼 군사기밀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밀을 취급하는 군 장교들이 대담하게도 비밀문서를 통째로 넘겨준 것으로 밝혀져, 군의 보안관리 상 문제점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는 15일 ‘방위력 개선 관련 군사기밀 대규모 해외유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해외 방위산업체 K사 임원 A씨(51)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무기중개인 A씨는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현역 영관급 장교들을 ‘관리’하면서, 군사기밀을 탐지해 이를 국내외 25개 방산업체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위반, 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의 범행에 가담한 예비역 해군대위 B씨(41, K사 부장)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 군사기밀을 제공한 예비역 공군중령 C씨(59, K사 컨설턴트), 방위산업체 직원 D씨(48, H사 방산사업본부 부장)를 불구속기속했다.

    나아가 A씨가 타인의 이름으로 방위사업청을 출입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여권 등을 제공한 쌍둥이 형 E씨(51)를 약식 기소하고, 이 사건 관련자 3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과 별도로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A씨 등에게 비밀을 누설한 현역 군인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2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A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방위사업청과 군부대 등을 방문하면서 현역 장교 등을 만났다.

    A씨는 현역 장교들에게 현금 500만원, 체크카드 113만원, 250만원 상당의 전자기타 및 향응을 제공하고, 2·3급 군사기밀인 ‘방위력 개선사업’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A씨는 이렇게 입수한 기밀을 해외 21개, 국내 4개 방산업체에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쌍둥이 형의 신분증을 이용해 자신의 신원을 속였다.

    A씨가 유출한 자료 중에는 2급 군사기밀인 ‘차기호위함(FFX) 전력추진’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함께 구속된 B씨는 A와 공모해 3급 기밀인 5개 방위력 개선사업 자료를 수집·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C씨는 4개 방위력 개선사업 관련 3급 기밀, 피고인 D씨는 1개 사업 관련 2급 기밀을 각각 수집해 A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E씨는 A의 쌍둥이 형으로, A가 E의 신분으로 방위사업청이나 해외로 출입국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여권 등 신분증을 대여했다.

    수사를 공조한 검찰과 국군 기무사는 지난해 2월 내사에 들어가, 올해 5월30일 주요 비밀의 누설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검찰과 기무사는 지난달 10일 A의 주거지 등 10곳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한 뒤, 같은 달 18일 A와 B를 구속했다.

    검찰과 기무사는 지난달과 이달 초 방산업체 T사 사무실 등 10곳을 추가 압수수색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피고인 A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지했다.

    이번 사건은, 비밀의 일부를 메모형태로 유출하던 종래 방법을 뛰어넘어 15개 방위력 개선사업 비밀을 통째로 복사해 직접 전달한 초유의 사건으로, 피고인들은 비밀문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카카오톡과 이메일 등으로 주고받았다.

    A와 B는 군사기밀 입수를 위해 영관급 현역 장교들에게 현금을 주거나, 고급 유흥주점에서 향응을 베풀면서 장기간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가졌다.

    A씨는 현역 장교들의 취미를 파악해, 250만원 상당의 전자기타를 선물하고, 회식비 명목으로 체크카드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분을 다졌다.

    이밖에도 A씨는 젊은 여직원을 고용해, 현역장교들의 스키장, 등산, 저녁식사 등에 동행토록 하는 등 다양한 ‘관리’ 방법을 사용했다.

    검찰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군사기밀누설 사건을 조기 검거해, 유출된 군가기밀의 활용기회를 차단했다는데 의미를 뒀다.

    나아가 검찰과 기무사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유출된 기밀 원본을 압수하는 등 피해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무사는 군사기밀을 제공받은 해외업체에 유출된 기밀의 자진삭제를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참여를 제한 등 제재방안을 수립 중이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A씨가 해외방산업체인 T社 등과 약 10년간 거래를 하면서 보수 등으로 54억 상당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군사기밀 누설 여부를 캐고 있다.

    이와 함께 A씨가 받은 수십억 자금의 흐름을 살피면서 정관계 로비 여부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