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27일 방송에서 박지일이 명나라 사신으로 유동근을 지목하며 유동근을 궁지에 몰아넣자 아들 안재모는 아버지 대신 자청해 아버지를 위기에서 건진다.

    이색(박지일 분)이 명나라 사신으로 이성계(유동근 분)에게 같이 가자고 하자 난처해진 이성계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 일단 위기를 넘긴다. 빠져나갈 마땅한 구실을 찾지 못하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골몰하던 정도전(조재현 분)은 이방원(안재모 분)을 부른다.

    정도전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죽은 사신이 지은 시를 이방원에게 보여주자, 정도전의 뜻을 눈치챈 이방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운다. 이방원은 집으로 돌아가 이성계에게 아버지 대신 명나라 사신으로 가겠다고 자청한다.
     

    명색이 사신이지 왕이 새로 즉위해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강대국 명나라에 가는 것이다. 엄연한 한 나라의 사신으로 가는데 생명을 담보로 하고 간다. 이를 알고도 선뜻 나서서 가겠다고 자청하는 이방원의 뛰어난 기개와 지혜에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방원은 정도전에게 깎듯이 '숙부님'이라고 부른다. 무한 저장되어 있는 컴퓨터의 정보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탁월한 전략을 꺼내어 돌파하는 정도전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정도전을 탐색하듯 의미있는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방원의 모습에서 미래의 정도전을 보는 것 같다.

    안재모는 뱀처럼 지혜로우면서 서늘한 성품을 가진 이방원을  인상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전략가, 정치의 흐름을 손에 놓고 보듯이 꿰뚫어보는 정도전 곁에서 그의 지시에 말없이 따르며, 이성계의 아들로 존재하는 데도 안재모는 다른 배우들 못지 않게 묵직하게 드라마의 한 축을 자리잡고 있어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게 그를 바라보게 된다.

    정도전은 스승인 이색을 찾아가 이성계 대신 이방원을 보내겠다고 얼르고 협박하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차갑게 거절하던 이색은 마지못해 정도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방원과 함께 명나라 사신으로 간다.

    장애물 경기처럼 앞을 가로막는 위기를 뛰어넘는 정도전의 제갈공명 뺨치는 뛰어난 지략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벤치마킹하는 이방원, 두 사람의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반전할지 흥미롭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