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공직사회, [망언 윤진숙] 자른 뒤 이제야 긴장..인사권 휘둘러야 국민이 행복해
  • 공직사회는 늘 그랬다.

    잘리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국민을 위해] 라는 궁극적 목표는 꿈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입신양명]을 위한 개인적 욕심이 반영될만도 한데
    공직사회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도
    엄격한 호봉제를 넘어 승진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잘리지 않을 만큼만 일을 한다.

    언제나 평균치에 들길 희망한다.
    너무 못해서 문책받는 것도,
    너무 잘해서 눈에 띄는 것도 싫어한다.

    안타깝게도 공무원 스스로도 인정하는
    헤어나올 수 없는 딜레마(dilemma)다.


  • ▲ 망언 파문을 달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6일 전격 경질됐다. ⓒ 뉴데일리 DB
    ▲ 망언 파문을 달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6일 전격 경질됐다. ⓒ 뉴데일리 DB


    공직사회를 움직이는 건 결국 인사(人事)다.
    공직사회 인사가 만사(人事萬事)라는 얘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인사의 시작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장차관을 인사하고
    장차관은 부처 실국장을 인사하고
    실국장은 과장.팀장을 인사한다.

    이 인사(人事)라는 말을
    [임명]이란 개념에서
    [경질] 또는 [해고]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장차관은 [잘리지 않기 위해] 실국장을 격려하고,
    실국장은 마찬가지로 과장.팀장을 독려한다.

    시쳇말로 [내리갈굼]이다.

    사실 대부분의 실무적 행정은
    2~5급 사이 공무원들이 기획하고 추진하고 반영한다.
    최소한 중앙부처 행정조직은 그렇다.

    어느정도의 [내리갈굼]이 있어야 공직사회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 초반에
    공직사회가 능동적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人事)권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좀처럼 이 인사권을 휘두르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실수와 실패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년간 집권하면서 단 2번.
    고위 공직자를 경질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추문]에 휘말렸고,
    윤진숙 장관은 [말조심 하라]는 대통령 경고 직후에 또 실수를 했다.

    성추문(SEX SCANDAL)
    두번째(SECOND) 실수에만 인사 원칙을 세웠다.


    나라 경제 수장이란 사람이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국민을 [어리석다]하고,
    기득권인 금융회사 편만 들어 여론을 뒤집어 놓아도 그냥 경고만 했다.

    사정기관 총 책임자란 검찰총장이
    혼외자식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봤다.



  • ▲ 검찰에 출석하는 채동욱 전 검찰청장 ⓒ 연합뉴스
    ▲ 검찰에 출석하는 채동욱 전 검찰청장 ⓒ 연합뉴스

    대통령이 인사(人事)권을 휘두르지 않으니
    공직사회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왠만해서는 잘릴 것 같지도 않으니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
    혼나는 것 정도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사회의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 시키는데
    역량을 집중을 해야 합니다.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와 협력을 해서
    비정상의 정상화 80개 과제를 선정해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작은 과제 하나라도
    비정상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끝까지 추진해가는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국무조정실은 불독 같은 정신이 필요한 (웃음)
    불독보단 진돗개가 더 (웃음)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해요.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놓으시고,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한다,
    하여튼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인데 회의 다 끝나면
    여러분들이 규제에 관한 얘기는 생각 안 나고
    진돗개만 생각날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일부러 하는 얘기예요. 잊어버리시지 말라고.

      

       - 박근혜 대통령, 5일 올해 첫 업무보고에서



    내용은 심각하지만,
    중간중간 웃음을 지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신신당부]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웃음 띈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국정과제와 비정상의 정상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신속한 입법추진과 원활한 법집행이 뒷받침돼야만
    목표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국정과제 법안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균 300일 이상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통과를 위해서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음식을 차려도 국수가 따끈따끈 할 때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있고 제대로 먹은 것 같은데,
    시간이 한참 지나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맛도 없어지는데 누가 먹겠습니까.

    정책도 타이밍이 중요해서
    부동산법이라든가 우리가 시행하려는 것도
    제때 통과돼야 시장의 수요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나가지,
    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이러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번 국회에서 잘 되도록 협력을 하시고,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이것도 나중에 불어터진 국수만 생각하실 듯합니다.



  • ▲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현오석 경제부총리 ⓒ 뉴데일리 DB
    ▲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현오석 경제부총리 ⓒ 뉴데일리 DB

    이날 업무보고 이후 청와대와 각 부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청와대는 [긴장]했고, 부처들은 [마음]을 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웃으며 얘기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아는 청와대 직원과,
    그렇지 못한 부처 직원들의 차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날 업무보고를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성과를 독촉한 것]으로 풀이했다.
    [예민하게], [조목조목]이란 단어가 기사에 들어갔다.


    반대 편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근 부쩍 부드러워졌다고 해석했다.

    한 경제지는
    박 대통령이 요즘 유머 구사가 늘었으며
    과거 여권에서조차 [대통령 눈에선 레이저가 나온다]고 말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진돗개가 살점이 뜯어져 나갈때까지 무는 것처럼 일하라는
    다소 거친 표현을 웃음으로 중화시킨 것을
    단순한 농담으로 봤고,
    일처리 빨리 하라는 불어터진 국수에 대한 비유도
    우스갯소리로만 들었다.

    완전히 분위기 파악 잘못한 셈이다.


    그런 박 대통령이 다음날
    윤진숙 장관을 불과 1시간30분만에 경질했다.


    공직사회는 놀랐다.
    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진짜 경질할 줄은 몰랐다.
    윤진숙 장관 특유의 성격이 그랬지 않느냐.
    잘 웃고, 각 세운 비판은 크게 마음에 담지 않는.

    업무상 중차대한 실책도 아닌데
    자진사퇴할 시간도 없이 경질될걸로는 예상치 못했다."


    살펴보면 지금 국정목표를 추진하기 바빠야 할 각 부처 분위기가 꼭 이렇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히죽거리는] 윤진숙 장관과 비슷하다.


  •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뉴데일리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정부를 이끄는 청와대 수뇌부는 속이 타들어 가는데,
    일을 해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평화로운 줄 착각하고 있다.

    결국 이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다.

    공직사회는 잘할 때까지 기다려줘서는 결코 잘하지 않는 조직이다.

    잘하라고 끊임없이 독려하고, 채찍질을 해야 겨우 움직이는 곳이다.

    대통령의 그런 의중을 이번처럼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부드러운 웃음은 국민 앞에서만 짓고,
    공무원들을 향해서는 정색하며 [레이저]를 뿜어야 할 때다.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한 공직자는
    두번 세번의 용서보다는 [1스트라이크 아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