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 김용판 피고인에 ‘무죄’“검찰, 합리적 의심 배제할 만큼 증거 제시 못해”
  •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사건 핵심관계자 진술의 신뢰도에 의심이 간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다.


    지난해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이 트위터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국정원 트위터 댓글]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담당 재판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6일
    [국정원 트위터 댓글 사건]과 관련돼, 
    경찰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용판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및 권리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무죄판단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도 좋을 만큼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해소를 위해,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방해했다거나
    허위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돼
    [수사방해] 의혹을 제기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형사과정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나아가 재판부는
    권은희 과장의 진술이 다른 경찰관의 그것과 명백히 배치된다고 덧붙이며,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같이
    객관적 물증 없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행위 배경, 정황 등만을 가지고 유무죄를 판단할 때는,
    오직 증거를 근거로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핵심 피고인에 대해 무죄선고가 나오면서,
    판결을 이끈 이범균 부장판사의 과거 행적들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사법연수원 21기인 이범균 부장판사(49)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핵심 관계자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되는 경우,
    대부분 무죄를 선고한 일관된 판결경향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 간첩 혐의를 받은
    전 서울시청 계약직원 유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범균 부장판사는
    간첩혐의를 했다는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피고인 여동생의 진술 중 일부가 객관적인 중거와 명백하게 모순되는 등
    [진술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현 민주당 의원,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피고인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면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수십억원의 회사자금를 빼돌리고
    금융기관을 속여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건설업자 황보연씨에 대해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비교적 가벼운 형향을 선고했다.

    반면 황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무거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무죄판결 소식이 알려지면,
    법원 주변에서는
    뚜렷한 증거 없이 처음부터 유죄를 단정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행태]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또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수와 트위터 계정 수를 대폭 축소하는 등
    [부실수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번 무죄선고가 다른 피고인들의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형사합의21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원세훈 전 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부국장 등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