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칭호 박탈에 출당·제명까지

     북한이 9일 발표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은 김정은 체제 들어 최대의 숙청 사건으로 꼽힌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1년 말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최고 지도자에 오른 뒤 꾸준히 주요 간부들에 대한 세대교체 및 숙청을 진행하면서 권력을 다져왔다.

    북한은 간부들의 숙청 사실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지난 2년간 '해임'이라는 표현으로 실각을 알린 경우는 장성택 이전에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정은 체제 초기에 군부 실세로 통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해임이다.

    리영호는 2009년 10년 9월 차수 칭호를 받고 후계자 신분이던 김 제1위원장과 나란히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군부의 1인자로 통하던 인물이었다.

    북한은 작년 7월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리 전 총참모장을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북한 매체는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해임했다고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해임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에 장성택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부터 여자 문제까지 구체적 이유를 언급한 것과 비교된다.

    두 인물의 해임을 결정한 회의 규모도 다르다.

    리영호의 해임 당시 당 정치국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장성택의 해임을 결정한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것으로 공개됐고, 당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뿐 아니라 당중앙위와 도당위원회, 무력기관의 고위간부들이 참석했다.

    북한은 리영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만 했지만 장성택은 칭호 박탈과 출당·제명까지 포함됐다.

    북한이 장성택의 해임을 훨씬 심각한 사안으로 처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성택과 리영호의 해임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부상과 무관치 않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리영호가 군 인사·통제권을 두고 당료 출신인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갈등을 빚었고 리영호가 최룡해의 견제를 받아 숙청된 것으로 분석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일 장성택의 실각과 관련해 "최룡해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부정부패 혐의가 장성택과 리영호의 해임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성택이 권력을 남용하여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며 외화 탕진 등을 거론했다.

    정부는 리영호 해임에 대해서도 "북한이 비리를 적발해 숙청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정은 정권이 장성택과 리영호 외에 해임을 발표한 사례는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때 리승호 내각 부총리 등을 교체한 인사다.

    북한의 발표가 없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 사라진 인물로는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있다.

    우동측은 김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부상했지만 작년 3월부터 자취를 감춰 경질·숙청설이 제기돼왔다.

    김정은 체제는 이런 숙청뿐 아니라 군부와 당, 내각에서 원로들을 물러나게 하고 젊은 간부를 중용하는 세대교체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김영춘·김정각·현철해 군 차수와 김격식·박재경·리명수 대장 등은 나이가 많은 은퇴한 경우로 꼽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제1위원장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40~50대 젊은 간부를 등용, 당 부부장급 40여 명, 내각 30여 명, 군단장급 이상 20여 명을 교체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8인방' 가운데 현재 북한 매체에서 확인되는 인물은 김 제1위원장을 제외하고 최태복·김기남 당비서 등 두 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