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東北亞 격동…한반도 安保統一전략은?

    북한의 체제 모순(矛盾)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축적되고 있으며
    체제붕괴 가능성이 점증(漸增)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홍관희(코나스넷)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되면서도 군사외교 갈등이 증폭되는 “동북아  패러독스(paradox)”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 정세를 특징짓는 핵심 요소는 (i)북한 정세 불안정성 증대, (ii)中日의 군사팽창과 상호충돌 가능성, (iii)미국의 對中 견제정책, 그리고 (iv)한국의 안보ㆍ통일전략 방향 등이다. 북한체제의 장래는 중국의 대북지원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최근  韓日관계의 악화는 수십 년 이어져 온 韓美日 안보협력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韓美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동맹을 지지하는 여론이  96%에 이를 만큼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이고 있으나, 혼란 속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친중반일(親中反日) 노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외교노선 선택을 두고 국내 논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변화무쌍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안보통일 전략 구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정은 세습 집권  2년―체제 불안(不安) 가속

     금년 봄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로 몰아넣었던 과격하고 충동적 성격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 경륜과 경험이 일천(日淺)한 그가 집권 2년이 경과하고 있는 지금 과연 북한권력을 장악해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가? 북한 내부정세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대답은 대체로 No에 가까운 듯하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회담을 계기로 대남전략을 전쟁 분위기에서 화해 모드로 급전환한 배경에 김정은 정권의 달러획득 동기가 있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남북관계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민주애국인사를 탄압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편  북한정권의 무모한 대남 군사태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빅터 차 교수는 “2013년 연말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개전(開戰) 3~5일 내 釜山점령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70만 병력을 군사분계선 북방에 전진 배치했다”는 소식도  있었다(중앙일보, 11.14) 북한이 테러ㆍ사이버ㆍ미디어ㆍ국지전 등 총력전 형태의  제4세대 전쟁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국방부 측의 분석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현재  북한에는 내부적으로 ‘척신(戚臣)’과 ‘훈신(勳臣)’ 곧 당과 군 세력 간의 미묘한 알력이 존재하며 김정은은 양 세력 간  세력균형을 통해 가까스로 체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체제 슬로건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핵ㆍ경제병진(竝進)노선’도 경제개혁(党)과 무력증강(軍) 세력 간 절충의 결과로 평가된다.

     경제상황은 여전히 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6.28’ 조치를 통해 중국의 1980년대식 개혁개방 노선을 따르려 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고 소득의 북고남저(北高南低)와 물가ㆍ환율의 폭등 현상만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기업소와 협동농장에 자율성을 허용하고 경제특구를 신설하는 등  조치들을 취했으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를테면 나진ㆍ선봉 특구에는 섣부른 개혁 개방의 후유증으로 각종 부패와  타락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고 한다.  자칫 체제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여  주민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편  평양의 여유로운 모습은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며, 통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지방과 대조적이다. 지방에서는 공개처형도 자주 행해지는 등 공포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공산(사회)주의의 기본원리라 할 ‘균분(均分/균등분배)’이 무너짐은 물론 북한특유의 ‘균빈(均貧/균등빈곤)’마저 붕괴하면서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커지고  있다.

     딜레마에 처한 중국의  對北전략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韓中  정상회담에서 韓中 간 선린우호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선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바 있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조정기를 맞고 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가 불확실한 가운데 과연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문제에 시진핑 정부가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대북전략 딜레마의 핵심은 첫째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ㆍ순망치한(脣亡齒寒)’ 개념하에 바라보는 전통주의 기조를 견지할  것인지, 둘째 북한 폭정에 대한 비판적 국제여론을 수용해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 그리고 인권증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인지, 셋째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을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현재 김정은 정권의 정세 장악능력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가운데,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역할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종래의 노선을  재확인하는 듯하다. 6자회담 복원 쪽으로 기우는 것은 역시 핵무장을 용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체제의 붕괴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전통주의 노선의 추구로 분석된다.

     북한체제의 생존은 중국의 지원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중국의 북한 살리기 전략은 北中 무역고 현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의 2012년 대외무역 규모 68억 달러 중 대중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8.3%인 60억 1천만 달러에 달했다.(KOTRA, 2013.9)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북한체제의 와해는 시간문제다.  향후 시진핑 정권의 대북관계 설정방향이  북한체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년 봄 韓中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속내는 간단치 않다. 최근 6자회담 복원을 둘러싼 韓美와 北中 간 줄다리기는 중국의 대북전략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韓美가 ‘先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가운데 북한은 강력 반발하며 ‘비핵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의 방중(訪中)설이 나돌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허용하느냐가 향후 北中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韓러 우호 속 韓日 갈등 지속

     韓러 양국 정상은 11월 13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불용” 원칙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던 중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고, 이 점에서 이번 합의는 외교적으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韓러 양국은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30% 지분 참여를 약속했다.

     한국  외교의 가장 큰 난관은 韓日관계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집단자위권 문제에 대한 확고한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 간 감정적인 대립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韓美-美日 동맹 사이에서 궁극적으로 일본을 지지할 것이란 추정은 속단일 수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前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이 남침할 경우에도) 집단자위권의 한반도 적용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아베 수상이  신사참배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美 권력엘리트의 단호한 對日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편  중국과 일본은 최고통치자 직속으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하여 안보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시작했다. 韓中日 간 ‘NSC 삼국지’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선 美中 또는 中日 사이에서 어떤 외교노선을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대체로 견고한 韓美동맹을 토대로 유연성 있는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는 모습이다. 주변정세가 동요할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국가안보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붕괴론 再부상―현실적인 안보통일 전략구상  필요

     북한  내부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2012년에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북한 붕괴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동요하는 북한 내부정세에 입각해 북한붕괴가 시간문제일  뿐이며, 미국이 한국과 협력해 북한의 인도주의 구조와 내전  방지, 대량살상무기의 확보, 또 개입이 확실한 중국군에의 대응 등을 위해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 대비방안” 제하의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은 동독(東獨) 붕괴에서처럼 예고나 경고 없이 갑작스럽게 무너질 수  있다”면서, 韓美 양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베넷 박사는 중국군과의 사전 타협 필요를  역설하면서, 39도선의 군사분계선 재설정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도  북한체제 장래에 대해 현실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홍콩명보(明報)는 “북한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유사시 북한에 人民해방군을 진주시켜야 한다”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나아가 북한 붕괴 시 美中 간 군(軍)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국과의 사전 협상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 붕괴에 대해 입장 밝히기를 거부한 종래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편 캠벨 전 국무차관보는 중국이 외교의 중심철학으로 ‘원  차이나(One China)’ 개념을 내세운 것처럼, 한국도 통일된 한반도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원 코리아(One  Korea)’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세습 집권 이후에도 급변사태로 인한 북한 붕괴론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붕괴로 갈 수밖에 없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일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사후(死後) 북한 붕괴론이 힘을 얻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후계자 김정일이 영악한 리더십을 발휘한데다 한국의 좌경정권이 대규모 대북지원을 감행하면서 북한정권 붕괴의 기회는 사라졌다. 이제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3대째 권력을 이양 받았다.

     이번에는 김정은 정권의 내구력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쪽으로 견해가  쏠리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 모순(矛盾)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축적되고 있으며 체제붕괴 가능성이  점증(漸增)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머지않아 북한체제는 피할 수 없는 결정적 파국의  임계점(臨界点)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 등과는 전혀 다른 한반도 특유의 복잡한 시나리오를 겪을지 모른다. 북한 붕괴를 포함하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안보통일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konas)

    홍 관 희(재향군인회 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