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세계 시장을 누비는 지금의 삼성을 만든 시발점인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간의 궤적을 되짚고 새로운 혁신의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가졌다.

    삼성은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변화의 심장이 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건희 회장 주재로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사장단과 부사장단, 협력사 대표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양(量) 위주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질(質) 중심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그 결과 우리는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 경영을 완성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이룬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신종균 사장·윤부근 사장과 유인경 종합기술원 부사장 등 경영진은 신경영 선언 당시를 회고하면서 경영혁신에 대한 다짐을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 회장이 당시 삼성전자에 대해 암 2기라고 진단했던 데 대해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회장 말씀을 들을수록 위기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신종균 사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이 회장 지시로 불량이 높았던 무선전화기 15만대(500억원 규모)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치렀던 일을 생생히 떠올렸다.

    "그 화형식을 계기로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끝만큼도 안남기고 다 태워버렸다"며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된 것"이라고 신 사장은 말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27개 계열사가 사업 특성에 맞게 제작한 신경영을 상징하는 30개 조형물과 삼성의 성과와 발전을 소개하는 도서 38권을 전시해 참석자들이 신경영 철학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했다.

    이날 만찬에는 신경영 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1993년산 샴페인과 화이트와인이 만찬주로 쓰였으며, 조용필과 가수 바다 등이 축하 공연을 했다.

    1987년 말 취임한 이 회장은 5년 만인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과 함께 재창업에 가까운 경영 혁신에 나섰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당시 29조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80조원으로 13배 늘고, 수출은 107억달러에서 1천572억달러로 15배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기념하는 공식 행사는 없었고 이번 만찬이 처음이다.

    신경영 선언 20주년 기념일은 지난 6월7일이었지만 당일 이 회장이 그룹의 38만여 임직원들에게 격려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기념행사를 대신했다.

    삼성은 지난 8월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이 폐렴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출국하면서 2개월 이상 연기됐다.

    이 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1월9일 생일 만찬 이후 약 10개월 만으로, 새로운 경영구상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